주인이여 주인이여
의식하든 못하든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길고 짧음을 떠나 가치 유무를 떠나
슬픔 여부를 떠나 죽음은 평등하되
극명한 양극 천지로 갈린다
죽음 이후를 책임져줄 사람은 없다
주인밖에는 없다
내 뜻 따라 이탈하고
주인에게 조금 영광되게 했을지라도
욕심 차리다 모든 것 버리고 떠나야 함에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간구하면서 주인을 기쁘게 한 일이 무엇인가
남아 있는 사람 책임짐도 주인이다
생사 넘나드는 불난리 현장
쉰여 명 옥상으로 대피시키고
화마와 대적하느라 죽음 문턱에서 용썼다
뜨거움과 농연에 뒤엉킨 죽음의 순간
주인 강권에 승리가 오고 피붙이가 스쳤다
자자손손 곁에서 보호함도 주인뿐이다
살려내는 일에 쓰임 받아 덤으로 사는 오늘
가는 빛살 하나 맑은 공기 한 모금 살갑다
폐가 저민다 고동이 운다
주인 바라 바라 손 모은다
주인이여 주인이여
[시작노트]
우리는 주인 위해 산다.
주인 위해 숨 바친다.
내 기쁨 주인 향한 것
아주 지극히 작은 주인 일 하나라도
내 전부요 우리의 소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