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이어 “봉사위해 태어난 사람”
선친 이어 “봉사위해 태어난 사람”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3.01.18 15: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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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베풀려고 전동면 고향에 정착 대왕산삼백숙 최창현대표

 최창현 대표는 셋째아들임에도 병약하신 노모를 극진히 모시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세종인 취재를 위해 전동면 심중리 소재 대왕산삼백숙에서 기다리고 있던 16일 오후 3시 경.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연로한 할머니를 업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 남자는 이 식당의 주인 최창현(56)씨이고 등에 업힌 분은 최씨의 모친 김성근(89)여사였다.

간병인이 일을 보러 나간 사이 집에 가서 모친을 모시고 온 것이다. 효심이 지극한 최창현 대표는 물질만능의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최 대표는 조상 대대로 고향인 세종시 전동면 심중리에서 작년 9월 1일 대왕산삼백숙 식당을 차려놓고 무의탁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1월 17일에도 인근 마을 11개 경로당 등에서 무의탁노인 70여 명을 초청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이날 대왕산삼백숙 식당은 장뇌삼·엄나무·찹쌀 등을 넣고 정성껏 차린 백숙을 대접, 외롭고 어려운 어르신들께 영양보충과 함께 힘을 북돋아 주었다.

최 대표의 정성에 세종시 유지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행복노인복지센터(원장 이병식)와 택시기사들로 구성된 세종시바르게살기운동 무지개 기동 봉사대(한상옥 대장)가 차량 14대를 지원하여 어르신들이 식당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지역 가수들로 구성된 충남자원봉사시민네트워크(대표 민병천)에서 가수 8명이 동참하여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노래를 불러주었다.  

최창현씨는 할아버지가 전동면에 4만평의 땅을 소유한 부농에서 작고한 부친 최광현씨의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최창현씨는 어려서 서울로 이사한 아버지가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남을 돕는 일을 보면서 자랐다. 선친은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어려운 40쌍을 결혼시켜주고, 생활비를 쪼개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등 참으로 어질게 사셨다. 이에 영향을 받은 최씨는 지금까지 남을 돕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이웃사랑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병식 행복노인복지센터 원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최창현 대표는 서울에서 초중고를 나온 후 부친을 따라 고향인 전동면에서 ‘광신제이제태’라는 엿공장을 20세부터 23세까지 3년간 운영하다가 군에 복무했다. 제대후 청주 사직동에서 공구점 등 자영업을 하면서 최씨의 영원한 반려자이며 협조자인 엄순옥(54)여사를 만났다. 이때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로 열심히 일하면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2004년 11월에는 청주에서 한마음식당을 열어 2011년 까지 운영했다. 또한 청주 사직동에서 재활용수집센터를 운영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쌀도 사다주고 장례식도 치러주는가 하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그의 선행은 끝이 없다. 이때부터 매월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경로당에 식자재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창현 대표에게 좌우명 등 인생철학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유한양행의 유일한씨와 함석헌옹의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기자는 깜짝 놀랐다. 인생도처에 고수가 있다고 최 대표가 바로 그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는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님이 정신적인 지주입니다. 자손에게 재산을 절대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고, 회사의 주식도 직원들에게 분배했지요. 저도 아들과 딸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했어요. 특히 아들이 어려서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는 ‘경제적인 남’이라며 자수성가를 강조했습니다. 결혼을 해도 월세부터 시작하라고요.” 그의 의지에 호응하듯이 아들 황정(33)씨도 서울대 대학원(농촌도시개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이수 중이고, 딸 연경(27)씨는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함석헌 선생님 '흰 까마귀의 수기' 수필 "사람마다 이 땅에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다" 감동

“특히 함석헌선생님은 저에게 큰 감명을 주신 분입니다. 그 분이 쓰신 ‘흰 까마귀의 수기’라는 수필을 보면 70세가 넘은 노구의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피난 가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얘기했습니다. 그 노인이 힘들게 지게 품팔이를 하는 것은 피난촌에 병든 아내와 눈이 먼 딸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몇푼 안 되는 노임으로 썩은 사과와 부인이 먹을 흰죽을 끓일 쌀을 사서 집에 들어가는 순간, 발자국 소리를 듣고 봉사 딸이 반갑게 나오고, 부인이 한숨을 쉬며 ‘내가 빨리 죽어야 당신 편할텐데’라는 소리가 그 노인이 살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사는 방식에서 나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보았습니다. ”

최창현씨의 선행은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대한노인회 등 숱한 표창패와 감사패로 되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베푸는 일에 만족할 줄을 모른다. 정말 고향에 와서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전동면에서 대왕산삼백숙을 차려놓았지만 어르신 등 이웃에게 봉사하느라 적자다. 하지만 그는 꿈이 있다. 고향에서의 복지사업을 꿈 꾸고 있다. 당장 올해 연말 겨울부터 친척 집을 보수해 자식들은 있어도 정부 혜택을 못 받는 독거노인 열 분을 모시고 겨울나기 무료 숙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또한 고향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하수를 이용해 돌미나리 , 쑥 재배와 지렁이 사육 등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가 탄생할 때 자비를 들여 15군데에 축하 플래카드를 건 바 있는 최 대표는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무농약 농사로 어려운 사람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에 공들이고 싶다”고 토로했다.

“1%의 가능성을 보고 99% 노력하는 자는 희망하는 일을 이룩할 수 있지만, 가능성만 보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항상 자식들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고 강조합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배 고프다면 다 도와주라고 말하고 돈을 따지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너와 내가 둘이 아닙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한 마음이고 한 뿌리입니다.”

기자는 취재를 마치면서 최창현 대표가 귀거래사(歸去來辭) 심정으로 고향에서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사업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천지신명에게 기원했다.

  최창현 대표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의 뜻을 이해한 부인 엄순옥 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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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회장 2013-01-19 13:27:32
어제 저녁 이 식당에서 양띠 동갑 지인과 식사를 했어요. 최 창현씨를 처음 보았는데 구수한 입담에 고향사랑이 대단하도라구요. 함께 일하시는 엄여사님도 멋지시더라구요. 이런분들이 세종시 도처에 계시니 행복 합니다. 자연보호운동에 이병식 회장님과 함께 봉사하시구요. 화이팅^^

김일호 2013-01-19 09:07:23
차가운 겨울에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이 땅의 귀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예뿐여우 2013-01-18 20:12:50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진정한 봉사정신으로 실천하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효실천 몸소보여주시는 사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