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표변(君子豹變)의 새해를 기대하며....”
“군자표변(君子豹變)의 새해를 기대하며....”
  • 조한수
  • 승인 2013.01.0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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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수의 세상과 놀다]도덕성 해이의 극치, 대한민국 국회의원
조한수 목사의 칼럼 '세상과 놀다'가 신설되었습니다. 조 목사는 뉴질랜드에서 20년간 개혁 교회를 이끌어 오던 중 일시 귀국 후 세종시 건설 소식을 듣고 첫마을로 내려와 목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본 시각을 살려 한국을 사회를 재단하면서 칼럼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세종의 소리'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씀>

중국의 지식인들의 필독서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는 효사(爻辭)라고 하는 도덕적 교훈들이 담겨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 중에 필자에게 화살같이 꽂이는 문구가 있기에 이 문구로 필자의 첫 칼럼을 시작하고자 한다.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소인혁면(小人革面)’
‘대인은 범처럼 변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나 소인은 얼굴빛만 고칠 뿐이다.’
라는 구절이다. 이 말의 뜻은 ‘대인호변’(大人虎變), 호랑이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털갈이를 하는데 털갈이가 끝난 호랑이는 그 색채가 선명하고 아름답다는 의미로 세상을 혁신하여 세상의 잘못되고 악된 해로움을 제거함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말이다.

또한 ‘군자표변’(君子豹變), 호랑이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표범 역시 가을이 되면 털갈이를 한다. 그래서 가을에 털갈이를 한 표범 역시 아름답다는 의미로 이는 조정의 군자들이 혁신의 마무리 사업에 노력하여 세상의 잘못을 고침에 있어서 표범의 털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변한 뚜렷한 태도로 바른 공도(公道)를 행할 때에 그 행위가 빛난다는 말이다. 즉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변해야 할 때 과감히 변해서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는 말로서 이는 군자의 신속한 자기개선이나 자기혁신에 의해서 덕행을 쌓아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이 있는 자의 태도를 가리켜서 교훈한 말이다.

이와 반해 ‘소인혁면’(小人革面)이란 대인의 새로운 사업에 안면만을 고치고 윗사람의 새로운 사업에 따르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는 말로 지금까지 소개한 군자표변이나 대인호변 등이 모두가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의미인데 반해서 이제까지의 방식이나 태도를 한꺼번에 바꾸어 버리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구절이다. 즉 자신의 영달과 욕망 때문에 공의나 정의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다.

작년, 그러니까 불과 3주 전에 대한민국은 큰 홍역을 앓듯 대선이라는 대풍을 치룬 후, 이제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기대 반, 염려 반의 심정으로 온 국민들의 눈과 귀, 마음이 온통 정치권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모든 행정기관이 한반도의 한 가운데 위치한 세종시로 이전하여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이 되는 2013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필자로서는 왠지 염려심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국회에서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들은 그야말로 대 실망감과 상실감을 안겨다 주었기 때문이다.

졸속·밀실 예산심사로 호된 비판을 받은 여야가 7일 예산심사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사실상 따가운 국민여론을 의식한 뒷북 대응이다. 당초 여야는 342조 규모의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뜻하는 '쪽지예산'이 크게 증액됐다는 비판을 받자 '오해'라고 강변해왔다. 여야 각 당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라도 느꼈는지 예산편성에 있어서 주요정책에 대한 반영여부를 정부 측과 논의하는 것으로 한정하였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쪽지가 아니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국가 예산이 편성이 되었느냐 하는 물음이다.

거기다 예결위원들의 호텔방 심사와 외유 논란까지 겹치며 당위성을 잃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야 간사가 다른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로부터 증액심사권을 위임받아 호텔방을 오가며 비공개로 4조 원대의 증액심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산의 증액과 감액을 최종 결정하는 계수조정 소위는 반드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호텔방 심사'는 회의록조차 없었다.

여기에 예결위원들이 예산안 처리 직후 중미와 아프리카로 외유까지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그것도 부인들까지 대동하면서 말이다. 선거 때마다 혁신을 부르짖고 국회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떠들던 그들의 말이 아직 여운이 사라지지도 않은 지금, 그들은 안면몰수하고 자기들의 밥통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뉴질랜드에서 20년 동안 선교사로 살아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대한민국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느낌이다.
얼마 전, 뉴질랜드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정치인들이 정직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정치인 자신들도 깜짝 놀라고 있다. 뉴질랜드의 페어팩스 미디어와 입소스 여론 조사는 최근 1천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동안 조사 때마다 중고차 판매원보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뜻밖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10일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에서 뉴질랜드 정치인들이 대체로 정직하고 근면하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47.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33%, 의견을 밝히지 않은 사람은 18.2%였다.“

이정도면 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공공부문의 부패 인식 지수)에서 국제투명성기구(TI)의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지표인 부패인식지수에서 뉴질랜드가 1위를 차지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같은 지구에 살면서 어느 국민은 행복한 국가에서 살고 있고, 어느 국민은 매일 가슴을 치면서 살아야 하는지 필자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에게 묻고 싶다.
겉모습만 대인, 군자로 치장할 뿐 속은 소인배가 우글거린다. 소인들은 자기 밥통 챙기면서 눈치만 살피고 얼굴색을 수시로 바꾼다. 더욱이 ‘표변’(豹變)과 ‘혁면’(革面)을 혼돈하면서 자기가 하는 짓은 군자표변이고 남은 다 소인혁면 한다고 우겨댄다. 그래서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솔로몬의 잠언을 되새기는 필자는 ‘그래도’ 라고 하며 조그만 소망을 이 한 해에 걸어본다.

 
 
 
조한수, 서울출생, 미국 Lee University졸업(B.Sc), 동대학원 졸업(M.div), 총신대 수학, 독립개신교회 신학교 수료, 뉴질랜드 선교 20년간 사역, 현재 세종개혁교회 목회 사역 중irchur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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