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발사 성공…나로호-은하3호 같지만 다르다
北 로켓발사 성공…나로호-은하3호 같지만 다르다
  • 대덕넷
  • 승인 2012.12.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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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연료 달라 '나로호'는 위성용·'은하3호' 군사용 전환 가능
北 단분리기술·핵장거리운반 능력 확보…위성 궤도진입 성공

▲ 나로호 기립 모습(왼쪽)과 은하3호 발사 전 모습(오른쪽).
ⓒ2012 HelloDD.com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와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은하3호 발사로 북한은 장거리 로켓의 핵심기술인 단 분리 기술과 핵탄두 장거리 운반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3단 로켓인 은하3호를 발사해 성공했다.

군 당국이 현재까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은하3호는 1·2·3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며 2단 로켓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2600여㎞ 떨어진 필리핀 근해에 낙하했다.

1단 로켓은 동창리 남방 45㎞, 고도 98㎞에서 분리돼 변산반도 서방 해상 구역에 4조각으로 나뉘어 낙하했다. 페어링(덮개)은 제주 서방 해상에 4개 조각으로 분리돼 떨어졌다. 필리핀 근해인 2단 로켓의 낙하지점은 추가로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하3호에 실린 것으로 알려진 광명성3호-2호의 궤도 진입 역시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이하 NORAD)는 12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미국의 미사일 감시 시스템의 추적 결과 북한은 성공적으로 발사체(물체)를 궤도에 진입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ORAD는 "초기에 파악된 정황으로 미뤄볼 때 미사일에서 분리된 물체가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뒤 "미사일 또는 발사체 낙하물로 미 본토가 위협받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변국의 반발에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ㆍ일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 위반으로 보고 제재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번 로켓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의 10번째 스페이스 클럽 진입의 꿈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나로호 발사를 성공해도 10대 로켓 개발국이라는 수식어 사용은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 나로호와 은하3호의 차이?…미사일 전환의 차이

▲YTN 방송 캡처 화면.
ⓒ2012 HelloDD.com

 한국이 발사를 추진 중인 나로호와 북한의 은하3호는 기술적으로는 비슷할지 몰라도 이용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은하3호는 하이드라진이라는 연료를 쓴다. 산화제로는 사산화이질소를 사용하는데, 이 물질들은 상온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미사일로의 전환이 훨씬 쉽다. 한국의 나로호는 액체 케로신을 쓰고 산화제로는 비등점이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를 쓴다. 이 때문에 군사용, 즉 미사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오로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로켓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나로호는 한번 발사를 위해 과정이 복잡하다. 케로신과 액화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나로호는 액화산소 특성상 높은 압력에 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항상 연료를 로켓에 넣어 둘 수 없어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하고, 발사가 중지되면 연료를 로켓에서 빼내야 한다.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1번 실패하면 재발사에 한달 가량 걸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은하3호는 나로호와 달리 3단으로 구성됐다. 무거운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다. 이륙을 위해 가장 큰 힘이 필요한 1단은 30톤의 추진력을 가진 로켓 엔진 4개를 묶어 만든 형태로 알려졌다. 그렇게 볼 때 북한 은하3호 1단의 최대 추진력은 120톤으로 추정된다.

나로호 1단 엔진의 힘은 170톤의 질량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로, 2단 엔진은 8톤의 질량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로 설계돼 있다. 북한 은하3호보다 1.5배 정도 크다.

나로호와 은하3호의 목적은 저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과정은 조금 다르다.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는 1단의 추력으로 고도 약 200km까지 솟아 오른 뒤 2단을 점화하는 식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반면, 은하3호는 1단이 고도 100km 정도에서 분리되며 2단과 3단이 차례로 로켓을 밀어올리는 식으로 위성을 진입시킨다.

발사체 기술력과는 달리 위성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하3호에 실린 북한의 광명성 3호-2호의 성능은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으로 위성보다는 물체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나로호에 탑재된 나로과학위성은 1992년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에 이어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일곱 번째로 개발된 위성으로, 지난 나로호 1·2차 발사 시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기술을 활용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나로과학위성은 지구 상공 300∼1500km 사이 타원형 궤도를 따라 103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며 한반도 상공을 하루에 14번 지난다. 우주방사선과 이온층 측정 등 우주과학임무, 펨토초 레이저발진기·반작용 휠·적외선 영상 센서 등 국산화 기술의 우주검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확보에 사활 걸어

▲트리콘 형태의 탄두를 탑재한 신형 노동A1 미사일.<사진='ICBM, 그리고 한반도' 발췌>
ⓒ2012 HelloDD.com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고 봤을 때 북한의 로켓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상당 수준 앞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기술 수준 차이는 북한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제적 고립을 감수하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것이 북한의 로켓 발사가 문제가 되는 이유다. 북한이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로켓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위성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사거리 1만㎞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잇따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ICBM 개발 능력을 발전시켜 단분리·유도제어기술 등에선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히는 재진입체 기술에서도 북한은 중거리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1987년 한반도 남쪽 3분의 2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5호 양산에 들어간 이후 1987~1996년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 전역을 타격하는 화성 6호, 일본을 사거리에 둔 MRBM(준중거리탄도탄) 노동과 대포동 1호, 괌을 공격할 수 있는 IRBM(중거리탄도탄) 무수단,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ICBM 대포동 2호 등 여섯 가지 탄도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2006년과 2009년 2차례 핵실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 소식은 나로호 재발사 시도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모멘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우주 분야 한 교수는 "사실 절망적이긴 하다. 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면 그 기술 차이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북한과의 큰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지원,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으로 분위기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방과 안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이전보다 더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ICBM, 그리고 한반도' 책의 저자이기도 한 정규수 전 국방과학연구소 박사 역시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주 기술 수준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다. 북한의 우주 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우주 기술은 발사체 기술 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발전해야 하는 거대 과학이기 때문에 이러한 흑백논리는 자칫 한국 우주기술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덕넷 임은희 기자> redant645@HelloDD.com 트위터 : @redant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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