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배넌과 오버랩 된 이낙연 총리
스티브 배넌과 오버랩 된 이낙연 총리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8.2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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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문재인 정부 행정수도 이전 의지 있는가? 명확한 입장 표명 필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정권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스티브 배넌'<사진>이 전격 경질된 것은 '대통령과의 엇박자'가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SBS TV 화면 캡쳐>

◆트럼프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 '스티브 배넌'의 경질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그러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바로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SteveBannon)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정권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가 18일 전격 경질됐다. '대통령과의 엇박자'가 원인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배넌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없다.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로 트럼프를 당혹케 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배넌의 발언은 최근 북한에 최고 수위의 경고를 보내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당시 인터뷰를 했던 기자는 "한반도에 대해 대통령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주의한 것이었다"며 일침을 가했고, 미국 주요인사들조차 "김정은에게 이상한 신호를 보내고 국가안보팀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발언이었다"고 비난했다.

◆'스티브 배넌'과 오버랩 된 '이낙연 총리'

책임총리로 부각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방분권'과 '행정수도 완성'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이 총리는 국가균형발전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도 이해력이 높은 인물로 취임 후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세종 4일, 서울 3일’의 집무 원칙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그가 '수도(首都) 이전'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총리는 지난 20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기 위한 개헌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헌에 수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수도는) 헌법재판소에서도 관습헌법이라고 했다"며 "국민 마음속에 행정 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가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수도가 옮겨가는 걸 동의해줄까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이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일.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다수의 국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지역 200여개 시민단체로 조직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상임대표 맹일관‧최정수)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하면서 "행정수도 개헌과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의 '수도(首都) 이전'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낙연 총리가 세종시 로컬푸드 직매장에 방문한 모습>

이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스티브 배넌과 오버랩된다. (물론 대통령이 이 일로 총리를 경질할 리는 없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국민적 동의가 있으면 행정수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한 행정수도 개헌 추진"에 원내 5당 원내대표에게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여론의 흐름은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총리의 발언은) 민심의 동향을 말한 것"이라며 수도 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모양새다.

개헌 과정에서 행정수도 추진을 위해 최 일선에서 발이 닳도록 뛰어도 모자랄 판에, 고작 민심의 동향을 전하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니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도 국정의 2인자가 말이다.

게다가 총리의 발언은 논리의 근거도 빈약했다. 이미 상당수의 국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의장실이 실시한 개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찬성(49.9%)은 반대(44.8%) 의견을 앞질렀다.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정보와 이해에서 앞선 전문가 집단에서는 찬성(64.9%)이 반대(35.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총리의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동의하는 이러한 여론을 호도하는 부적절한 언행이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자리에 있는 인사로서 무책임한 발언이기도 하다. 행정수도 완성에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우려가 크다.

◆"총리 발언, 실언이기를..."

현재 국회 개헌특위는 '개헌안에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국회와 청와대를 완전히 이전할지, 또는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설치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도 않았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것은 수도권을 비롯해 기득권층을 설득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개헌이 필요하고, 국민적 동의도 필요한 민감한 사안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정부 당시 좌초됐던 '수도 이전'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과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관심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 가 하는 의문 부호를 낳고 있다. 의지가 명확하다면 총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리 없다.

"이 총리의 발언이 맥락이 빠져 있는 실언이길 바란다." 충청권을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주의자들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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