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세종시로서는 좋은 기회죠"
"문재인 정부, 세종시로서는 좋은 기회죠"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7.30 15: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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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출범 3년 맞은 이춘희 세종시장, "업무능력 조금 더 올려야"
   취임 4년째에 접어든 이춘희 세종시장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시정을 펴고 있다"며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조금은 더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과 인터뷰는 꼭 두해 만이다. 매년 7월이면 많은 언론에서 세종시 출범을 맞은 행정책임자의 소감과 정책을 물어 굳이 ‘세종의 소리’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지난 해는 그냥 넘어갔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취임 4년째에 접어들고 있는데다가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어 시장의 생각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미 인터뷰를 한 많은 언론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질문에다 같을 수밖에 없는 답변은 시차만 달리할 뿐 기사로써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라든가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좋아하는 직원 타입 등등... 어떻게 보면 조금은 사사롭게 비쳐지는 걸 물어보는 걸로 컨셉을 정했다. 매년 그러하듯이 이시장과 인터뷰는 사전 질문 자료 없이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장소는 시장실이었고 일시는 지난 25일 오전 9시였다.

“하하하! 행정이라는 게 늘 어렵죠, 한 번도 쉬었던 적이 없었어요.”

시장실을 찾은 기자를 향해 반갑게 맞아주면서 예의 웃음으로 자리를 권했다. 두서없는 얘기를 약 3분 정도 건네다가 큰 틀에서 세종시 행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시장은 집무실 벽에 걸려있는 시정목표를 가리키며)제가 하고 저 하는 기본 뱡향은 저기 다 들어있죠. 뭐 크게 저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춘희표 정책이라고 내세울 게 많지 않아요.”

이 시장은 시정목표 첫 번째에 들어 있는 ‘실질적인 행정수도’와 관련, “내 입에서 시작했지만 대통령까지 이 단어를 쓴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두 번째 ‘사람중심 행정도시’에 대해서는 여성과 아동 친화도시라든가 안전도시 구현 등을 여기에 넣었다.

시정방향을 얘기하던 이시장은 자신의 역점사업인 청춘조치원사업과 로컬 푸드 정책을 꺼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며 초창기 매주 점검회의를 통해 제대로 정책이 진행되도록 독려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춘희 표’ 중의 하나라고 자랑했다.

“이시장께서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했어야 할 정책”이라고 말하자 정색을 하며 “누가해도 했겠지만 예산 조금 더 쓰는 걸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청춘 조치원 사업은 ‘청춘’이라는 단어가 주는 ‘회춘’(回春)의 의미가 노쇠해가는 조치원읍을 회생시키는 뜻으로 작명됐다. 세종시가 추구하는 ‘조화로운 균형발전’이었다.

“제가 일하는 방식의 특징은 거버넌스(governance)죠. 행정은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죠. 김대표도 잘 알잖아요. 크든 작든 간에 의사 결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거죠. 감출 게 뭐 있나요.”

   이시장은 자신이 정한 시정 목표를 가리키면서 "저 속에 시정의 기본 뱡향이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4년 차 접어들면서 자신감이 엿 보였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이 다른 점을 부연(敷衍)했다. 중앙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면 되지만 지방은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시민 참여 열린시정’ 목표를 이 말로 대신했다.

이 시장은 상대를 꼭 설득해야 할 대목에는 특유의 제스츄어를 써가면서 설명했다. 때로는 메모지를 이용해서 도표까지 그리고 적극적으로 생각을 전달했다. ‘거버넌스’, 청춘 조치원‘이 그랬다. 그 만큼 역점사업이라는 의미다.

직원들의 수준을 이춘희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직도 조금 더 올라가야 해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야만 하나의 조직으로 일체감이 형성되죠. 이곳은 조직 문화가 좀 특이하죠.”

요컨대 이미 갖춰진(Ready made) 조직에는 10 중 2,3이 들어와도 기존 문화에 흡수돼 버린다. 그런데 여기 세종은 기존 있는 게 30-40이고 나머지 60-70이 들어오니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문화가 형성되어야 안정이 된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었다.

업무 수준이 아직은 더 올라가야 한다는 말과 관련, 그는 매일 업무보고와 정례 브리핑을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업무보고는 일지와 같은 만큼 쓰는 순간 만이라도 업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정례 브리핑도 그렇다. 일이 매듭지어지면서 진척에 가속이 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들 포기하고 으레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자기 신뢰가 들어간 웃음이었다. 

직원의 외부 영입에 관한 질문을 해보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중앙 부처에서 세종시로 전입이 많다보니 기존 직원들이 피해의식이 있다는 걸 전제했다. 시장 입장에서야 업무 수준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전했다.

“실은 직원 입장에서는 손해 가는 인사는 별로 안했어요. 서로 교류를 하니까...밑에는 큰 영향이 없고 혹시 국장 승진하려는 사람은 조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국장 승진할 준비가 안 된 직원을 바로 올릴 수는 없지 않는가요. 그 동안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이 시장은 사무관에서 서기관, 그리고 부이사관까지 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직분에 맞는 훈련을 거쳐야 된다는 말을 했다. 말하자면 세종시에는 아직 준비된 자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연기군 출신 직원들의 소외감도 물었다.

“연기군 출신이라서 승진을 못하는 게 아니예요. 과장, 국장될 준비가 안 되어서 승진이 안되 는 거지요. 이제는 연기군출신과 전입 온 직원이 거의 반반이죠. 연기군 출신이라서 특별대우를 해서도 안 되고 전입왔다고 해서 역시 특별대우를 하면 안 되죠.”

시장 입장에서는 유능한 직원을 많이 데리고 일하는 게 상책이다. 7,9급 신입직원들 얘기를 꺼내면서 인트라 넷에 올라온 글을 인용했다. 이 친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건 이른바 ‘진상’ 과장, 계장이다. 업무 능력도 없는 상관은 밑에 직원을 환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시정 전반에 관한 질문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솔직하게 의견을 표현했다. 김재근 대변인이 배석했다.

“적어도 간부진 구성은 최대한 유능한 직원으로 만들어가야죠. 직원이 한 두 번 잘못하면 과장, 계장이 커버하지만 국,과장이 헤매면 대책이 없지.”

최근 문제가 된 세종시 도시교통공사 사장 건을 슬쩍 물었다. 이 시장의 입장은 명확했다. 출장을 달고 사적인 일을 본 건 감사실에서 조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입장에서는 교통공사라는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경영능력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거기에 이 시장의 고민은 있었다.

- 어떤 직원이 이쁜가요.

“직원들? 일 잘하는 친구가 좋지요. 조직인데 일 잘하면 좋고 못하면 밉죠.”

- 일 못하는 직원에게 암시를 주나요.

“그런 건 없어요. 일을 많이 시키지만 일하면서 실수하는 것,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아요. 가장 싫어하는 건 일을 안 하는 거죠. 자기가 해야 할 일인데 뭉개고... 그런 걸 싫어하죠.”

- 승진 시 뭘 고려하나요.

“업무능력이죠. 국장 시킬 때는 그 쪽 업무를 해 본적이 있는 과장을 찾는 거죠. 과장 승진하려고 하면 총무과만 가려고 하지 않아야 하죠. 농업 담당 국장을 찾는데 자기 전공이 있어야 하죠, 총무과만 갈 일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 대목에서 권운식 농업정책관 얘기도 나왔고 도시청결과장 임명 과정도 거론됐다.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게 대화의 요지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갈등으로 비쳐첬던 행복청과의 관계를 물었다. 그는 전임 이충재 청장과의 관계를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았다.

“김대표! 잘 생각해봐요. 이게 그 사람과 저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종시를 지원 안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속에서 행복청장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새로운 제안을 할 때마다 안 된다고 하니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죠. 박(근혜)은 세종시에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예요.”

이 시장은 메모지를 꺼내서 ‘박근혜’, ‘문재인’을 써가면서 두 대통령의 세종시를 보는 시각을 설명했다. 단순히 최종 집행기관에서 야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곁들었고 “나는 싸워가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도 던졌다.

전임 이충재 행복청장이 잠재적인 세종시장 경쟁자라서 견제한 게 아니냐는 말에 그는 “허허허! 아이고, 현직 시장에게 가장 큰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라며 “현직은 자기가 잘 하냐 못했느냐가 문제이지...”라고 덧붙였다.

신임 이원재 행복청장과의 관계, 업무 처리능력, 그리고 사적인 인연 등을 소개한 후 “국토부 관료가운데 가장 우수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국토부 재직 시 과장과 계장으로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였다. 낙점할 때 희망 사항은 얘기했다고 살짝 비쳤다.

“세종시로서는 호기죠. 벌써 미 이전부처 이전은 다 해결된거나 다름없죠. 더 이상 이 문제에 갈등은 없죠. 김부겸 장관이 오겠다고 했고 세종-서울 고속도로, 서명 운동하고 얼마나 힘들었나. 국가에서 해주겠다고 하니... 당연히 재정사업으로 해야죠.”

   이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종시에는 호기'라는 말로 행정수도 완성의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사진은 지난 2월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식 모습>

세종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시장님한테는 복이다’라는 말에 비서실장, 민정수석할 때부터 워낙 관심이 많았고 그 때부터 세종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설득도, 말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근 문제가 된 BRT 관련 소송 패소, 한경호 부시장의 명예훼손 소송 건, 그리고 내년 선거까지 거론했다.

이 시장은 “내년 지방 선거는 내년에 가서 생각할 일”이라며 “안 나올 건 아니죠”라는 말에 “집에 가서 마누라를 설득해야죠”라며 껄껄 웃었다.

세종시 출범 2기를 맞아 행정을 책임지는 공직자들의 질적 성장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게 시장의 생각이었다. 물론 전임자와는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도시가 성장하는 만큼 좀 더 시민들의 기대치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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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7-08-09 15:03:33
시장님 인자해 보이십니다! 세종시 살뜰이 챙겨주세요~ 홧팅
세종시 주변에 현수막엔 이춘희시장 어쩌구 저쩌구 써있던데 그분들 또한 살뜰이 챙겨주세요^^

세종인 2017-08-03 15:43:58
시민들의 입장에서 시정을 펼치시는 시장님이야 말로 세종시를 이끌어갈 진정한 사나이라고 할만하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한솔인 2017-07-31 17:21:23
세종시정을 대충 알 수 있겠군요. 구석구석 살펴서 잘 해주어야 합니다. 처음이 중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