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상징 나무 '소나무'를 해설하라"
"세종시 상징 나무 '소나무'를 해설하라"
  • 임비호
  • 승인 2017.07.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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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세종시가 품고있는 소나무<2>, "공동체 묶는 상징성 가져야"
   조선소나무의 수형으로 굽어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소나무 하면 번뜩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속리산의 정이품소나무, 애국가의 남산 위에 소나무, 그리고 민중가요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속의 소나무 등이다. 이러한 소나무들을 떠올리면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올곧은 선비 모습이 연상되어 진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라는 좌표 같은 생각이 든다. 산지가 70%인 우리 민족의 지형조건과 삶의 조건이 만들어 낸 일반적인 정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름에도 ‘으뜸’ ‘제일’이라는 뜻이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제일 으뜸인 ‘수리’와 같은 어원이다. 한국 사람들은 소나무를 나무 중에 가장 으뜸인 나무로 이름 짓고, 이 소나무를 좋아한다. 이런 소나무를 세종시는 시목(市木)으로 지정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소나무의 이미지처럼 그러할까?

   리기다소나무의 전형적인 수형으로 곧고 원 줄기에 맹아잎들이 돋아있는 모습<왼쪽>, 리기다소나무의 맹아잎 확대 모습<오른쪽>

우리 머릿속 좋은 이미지화 된 소나무는 우리나라 재래송인 일명 조선 소나무(육송)을 말한다. 우리와 같이 살아온 그 소나무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주변의 산림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리기다소나무이다. 일제가 등이 굽은 조선소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여 들여 온 수종이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이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일직선의 수형을 가지면서 줄기에 맹아 잎들이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소나무들의 잎이 두개라면 리기다소나무의 잎은 세 개로 되어 있다. 광고와 실제 제품이 다른 것처럼 현재 산림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도 우리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 현실이다.

숲의 변화되어 가는 천이과정에서 소나무를 보면 또 다른 일면을 볼 수 있다. 소나무 하면 우리들은 험준한 산 위에 홀로 모진 풍파를 맞으면서도 당당하게 서있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홀로 당당하게 서 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주변의 식생들과 더불어 어울리지 못하다는 것이 된다. 실제로 소나무는 사계절 햇빛을 받아야 하는 가늘고 기다란 바늘잎을 가진 양수림이다. 적은 햇빛으로도 살 수 있는 음수림인 활엽수들에 비해 햇빛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리기다소나무 잎

낮은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들은 다른 경쟁자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뿌리와 줄기에서 자기 방어 물질을 품어낸다. 이를 타감 작용이라고 한다. 피톤치드도 알고 보면 자기 생존을 위해서 내 뿜는 자기 방어 물질인 타감 작용인 것이다. 소나무 숲을 보면 이상하게도 듬성듬성 잔목 몇 포기를 빼고는 다른 식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애송마저도 보기가 힘들다. 나무의 뿌리나 떨어진 솔잎에서 나오는 갈로타닌(gallotannin)이라는 독성물질이 어린 애송마저도 못 자라게 하는 것이다. 결국 소나무가 홀로 험한 바위틈에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은 올곧은 기상 때문만이 아니라 자기 생존 전략의 선택임을 알 수 있다.

예외가 있다. 독야청청 홀로 살아가야 하는 소나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이 있다. 진달래이다. 진달래는 기본적으로 산성화 된 척박한 땅을 좋아하는 관목류이다. 소나무 아래 다른 초목들은 타감 작용 때문에 살기 힘든데 진달래는 도리어 더 좋은 서식지로 받아들인다. 진달래는 숲이 우거진 곳 보다는 산성화 된 지형 내지 험한 산지 바위틈을 선택함으로 생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소나무가 우점한 산에 오르면 더불어 진달래도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산지에 있는 소나무와 진달래의 모습

요사이는 산에 가도 진달래를 보기 쉽지 않다. 숲이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이었던 흙도 부토에 의해 알칼리성 토양으로 바뀌니 소나무와 더불어 진달래도 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헐벗은 산들이 녹음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신갈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있는 산이 되든지 아니면 이미 신갈나무가 우점하는 숲을 이룬 상태이다.

이런 숲이 조성되는 결정적 계기는 70년 중반 난방 연료의 변화 때문이다. 난방 연료를 목재로 할 때는 마른 솔가지나 죽은 나무 밑둥치들이 좋은 땔감이었다. 난방연료가 연탄으로 바뀌고, 석유나 가스로 대체되면서 산에 있는 목재나 삭정이들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난방연료의 변화가 현재의 숲을 갖추게 했다. 이런 현상의 결과 한국은 세계적으로 산림녹화 복원에 경의적인 성공 모델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시목(市木)인 소나무가 세종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성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시목(市木)의 유래를 우주목의 기능을 했던 당산목에서 찾고 싶었고, 그 의미를 풍부하게 하기 위하여 숲의 천이 과정에서도 바라보았으면 했다. 우리 민족의 일반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선비정신, 올곧음, 절개 등의 이미지와 더불어 숲의 천이 과정에서의 소나무 위치도 알게 될 때 우리는 풍부한 세종시 시목인 소나무의 가치와 존재성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주 곰나루 솔밭, 소나무 아래에는 식생이 살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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