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실스님, "바쁘다! 바빠"
빠실스님, "바쁘다! 바빠"
  • 임효림
  • 승인 2017.07.07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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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칼럼]좌탈입망하신 노스님, "무엇이 그리 급했습니까"

ㅡ빠실스님ㅡ

노스님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항상 손사레를 치며 "바쁘다 바빠"라고 했는데요. 가령 오랫만에 만난 젊은 스님이 안부 인사를 하려고 "저 ㅡ 노스님! 그간 ㅡ "라고 하면 노스님은 손사레를 치며 "바쁘다 바빠," 라고 말해버립니다.

마당에서 만나도 "바쁘다 바빠" 뒤간 해우소를 다녀오다가 만나도 "바쁘다 바빠" 누구를 어디서 만나든지 손 사레를 치며 "바쁘다 바빠" 를 한마디 하시고는 정말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당신의 방으로 달려 가셨습니다. 그래서 젊은 선객들은 노스님의 별명을 "빠실" 노스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시면 방문을 닫고 하루종일 밖으로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은 늘 궁금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저 방안에는 필히 스님이 바쁘게 해야 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하고...

그러나 아무도 방안에 들어가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누가 방 앞에서 노크를 하거나 "노스님 계십니까?" 하면 방안에서는 "바쁘다 바빠" 라는 말만 들려 올 뿐이니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조실스님 자리가 비어 있게 되어 주지스님 이하 대중스님들이 빠실노스님을 조실로 모시자는 공론이 모아졌는데요. 주지스님이 간곡하게 말씀을 드리자 스님의 답변은 역시 "바쁘다 바빠" 였습니다.

또 한번은 스님을 법상에 모셔 법문을 청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도 법상에 올라가신 노스님의 말씀은 딱 한마디 "바쁘다 바빠" 였습니다.누가 찾아와 법문을 청해도 "바쁘다 바빠" 한마디를 하시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런 노스님이 열반을 하셨습니다. 그때 방안에 들어가 본 젊은 선객들은 모두 놀랐는데요.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방가운데 좌복이 하나 있고 그위에 스님이 단정하게 앉아 돌아가셨습니다. 좌탈입망을 하신 것입니다.

이를 본 젊은 선객이 "노스님! 그렇게 항상 바쁘시더니 왜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계십니까?"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노스님이 평소에 하시던 그대로 손사레를 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물론 스님들은 모두 놀라 스님 앞에 향을 사루고 절을 했습니다.<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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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스님다워야 2017-07-10 23:12:07
스님은 스님다워야 존경을 받는데
매일 참견하고 돌아다니면 절에는 누가 있나요
차라리 나와서 민중과 같이 행동하는것이 옳은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