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계화 가옥'두고 '부강리 고택'이라고..."
"'유계화 가옥'두고 '부강리 고택'이라고..."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6.1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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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리 고택으로 명칭 변경 방침에 소유주와 지역민들 반발 확산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유가화 가옥'을 '부강리 고택'으로 명칭변경이 추진돼 물의를 빚고 있다.<사진은 유가화 고택>

‘긁어서 부스럼 만든다’ 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말은 한가지 밖에 없다는 ‘일물일어’(一物一語)법칙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생겼다.

멀쩡한 고택(古宅) 이름을 쓸데없이 바꾸어서 혼란과 분란을 가져오고 있다면 이건 긁어서 부스럼을 크게 만든 셈이 된다. 바로 세종시 부강면 용포 동촌길에 있는 ‘유계화 가옥’ 얘기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유계화 가옥’을 치면 아주 상세하게 안내를 해준다. 소재지, 고택 형태, 위치 등 누구나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고택 이름을 문화재청에서 ‘부강리 고택’으로 바꾸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세종시민들은 물론 부강지역민, 그리고 포털 검색 사이트에도 이미 ‘유계화 가옥’으로 알려진 이름을 굳이  ‘부강리 고택’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해 12월 전국에 산재한 국가지정 문화재 명칭 변경에 들어갔다. 역사와 전통성을 감안하지 않는 생뚱맞은 명칭은 바로 잡겠다는 취지로 보였다. 거기에 멀쩡한 ‘유계화 가옥’이 포함됐다.

몇 번을 곱씹어도 이건 아니다.

앞 서 말했듯이 ‘유계화 가옥’은 이미 보통명사가 됐다. 포털에도 그렇고 세종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어 웬 만큼 관심있는 시민이면 익히 알고 있다. 사족을 달자면 거기에 문제도 없었다.

또, 새로운 명칭인 ‘부강리 고택’은 ‘부강리 고가’라는 이름으로 이미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에 위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야 ‘고택’과 ‘고가’를 구분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부강리’가 들어올 뿐 ‘택’(宅)과 ‘가’(家)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결국 혼란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역사성에서도 문제가 많다. 유계화 가옥은 이화여전을 나온 한 여성의 외로운 삶이 빼곡이 들어있는 공간이다. 돈 많은 할아버지가 혼인도 하지 않는 손녀를 위해 홍 판서의 집을 사들였고 그걸 물려주었다. 말년을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인간적인 정을  베풀어준 한 인사에게 이 집을 물려주었다. 그래서 ‘유계화 가옥’이 생겨났다. 역사성과 스토리 텔링, 모두 완벽하다.

   '부강리 고택'과 비슷한 '부강리 고가'라는 이름의 옛 건물이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이미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혼란의 소지를 낳고 있다. <사진은 부강리 고가>

마지막으로 이 집 주인의 의견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경북 청송에 성천고택 등을 소유한 백원기씨는 유계화씨 흔적을 다시 모으고 있다.

사용하던 장롱이니 수저니 작은 물건에서 큰 것까지 손때가 있는 건 수집해서 역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그래서 백씨는 ‘유계화 가옥’을 선호했고 여의치 않다면 향나무와 우물이 있다는 점을 감안, ‘향정’(香井), 또는 ‘향천’(香泉)고택을 원하고 있다.

‘유계화 가옥’의 ‘부강리 고택’으로 명칭 변경은 ‘긁어서 만든 개악(改惡)’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나마 다행스런 건 문화재청에서 여론수렴과정이니 재심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세종시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협의를 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부강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려는 소유자의 의지에 역사성을 더해주는 명칭 유지에 세종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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