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道人)인가 도인(盜人)일까
도인(道人)인가 도인(盜人)일까
  • 임효림
  • 승인 2017.06.05 10: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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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 칼럼]천재와 도인, 조실스님 보약 훔친 사건
 

ㅡ천재와 도인ㅡ

어머니가 몰래 감춰둔 과자나 곳감 같은 것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 먹는 나를 보고 우리 어머니는 "아이고야! 너는 천재다. 천재라. 그렇게 깊이 감춰둔 그것을 어찌 알고 찾아내 먹노" 라고 했습니다.

이십대 초반 철없이 나대든 시절인데요. 조실스님의 시자를 하면서 벽장속에 감춰둔 조실스님 보약을 같은 또래의 도반들 하고 훔쳐 먹었습니다.

조실 스님은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한참이나 지난 뒤에 "조실스님 사실은 요, 그 보약은 제가 훔쳐 먹었는데요" 하고 고백을 하자조실스님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니 그것을 어찌 알았느냐?" 아주 진지하면서도 반가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제가 훔쳐 먹었는데 어찌 제가 모르겠습니까."

그러자 조실스님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시고는

"이제 너는 도인이다. 이제 너는 도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제 스스로 한 짓을 모르지 않느냐? 그런데 너는 이제 너 스스로 한 짓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너는 도인이다" 라고 하시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그 후로 조실스님은 내 이름을 놔두고 나를 부를 때면 "도인아! 도인아! 하셨습니다. 그말이 도인(道人)이라는 뜻인지. 도인(盜人)이란 뜻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요. 그건 분명 조실스님의 칭찬이고요, 나는 그 칭찬으로 점차 도인이 되어 가고 있었지요. 아! 그 물론 나 역시도 도인(盜人)이 되어가는지. 도인(道人)이 되어 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요.<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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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7-06-11 21:55:40
귀한 글 잘 보았습니다.

불자 2017-06-07 08:45:34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