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로 나눔문화 실천했다"
"붓글씨로 나눔문화 실천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5.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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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효림스님 네번째 붓글씨 나눔, "투박했지만 정이 넘쳤다"
   지난 해보다 풍성한 잔치가 됐다. 네번째를 맞으면서 이제는 새로운 문화행사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웃음은 있고 격의(隔意)는 없었다.

참석자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잔치였다.

30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에는 나눔과 배려, 그리고 함께 하는 세상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효림스님의 붓글씨 나눔이었다.

‘세종의 소리’와 경원사 신도회,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전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힘을 모은 이날 잔치는 투박하지만 정이 넘쳤다.

붓글씨 100여점은 먼저 ‘찜’하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것도 그렇고 몸 둘 바를 모르면서 부끄러워하는 참석자의 모습이 여는 행사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간간히 자작 시(詩)로써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것도 역시 이채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 윤은실 대표가 사회 마이크를 잡으면서 오후 2시부터 약 150여명이 참석한 ‘효림 큰 스님 붓글씨 나눔’은 시작됐다. ‘露積成海’(로적성해: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原始權’(원시권:원래부터의 인권), ‘簒弑’(찬시:빼앗고 죽인다) 등 100여점의 붓글씨 속에 불교의식인 입정(入靜)으로 국민의례를 대신했다.

선명화 경원사 신도회장의 인사 순서는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호명을 받고나서 다시 자리에 들어가 준비한 인사말을 초등학생처럼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나왔다가 다시 원고를 찾으러 들어간 것도 그러했고 “도인(道人)들의 좋은 글귀를 걸어놓으면 액운이나 악귀를 쫓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나서 부끄러워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효림스님은 "매년 나눔 잔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낀다" 며 더욱 더 알찬 행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충북 영동에서 영국사 은행나무 시재를 주관하는 중견시인 양문규,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가명현 대표의 축사 등은 자작 시 낭송과 함께 ‘얼씨구 지화자! 좋다’를 참석자들과 외쳐 행사장의 무료함을 없애주었다.

조금 늦게 참석한 이춘희 세종시장의 아주 짧은 인사, 그리고 처음 마련한 ‘볼 때 마다 좋은 사람’ 선정이 있었다. 올해는 김영숙 여사와 신정희 보살이 뽑혔다.

김영숙 여사는 평생 교직에 몸을 담아왔으며 부군이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다. 신정희 보살은 경원사 신도로 평소 불심이 두터운 불자였다.

김 여사는 “너무 좋은 상을 주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신 보살은 “함께 하는 모든 분들에게 더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 보살은 효림스님이 쓴 글씨로 만들어 준 상패 액자 뒤로 몸을 여러차례 숨기면서 부끄러움을 표현, 참석자들이 같이 웃게 만들었다. 부상으로 두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상품권을 넣었다.

   찜한 글씨를 떼어가는 참석자들, 모두들 흥겹고 즐거워했다.

효림스님은 “볼 때 마다 좋은 사람‘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상”이라며 “평범한 사람들이 상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해마다 나눔 잔치가 달라지고 있지만 금년은 더욱 좋은 분위기 속에 진행되도록 준비했다” 며 “수상자는 물론 오늘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붓글씨에 찜을 하면서 ‘내판’으로 써 놓아 ‘내판 보살’이 별칭이 된 한 신도가 나와 찜한 글을 읽었고 또다른 한 참석자가 신독(愼獨)을 강조하는 서산대사의 시(詩) ‘답설’(踏雪)을 낭독하면서 박수와 웃음으로 좌중을 메웠다.

마지막으로 이날 행사의 절정인 ‘찜한 글씨 떼어가기’에서는 미리 정해놓은 글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뜻 풀이는 서로 주고 받는 정겨운 광경을 연출하면서 네 번째 ‘효림 큰 스님 나눔’을 막을 내렸다. 뒤풀이용 다과잔치는 내년을 기약하는 자리가 됐다.

   국악단 '풍류'의 시작 전 연주가 참석자들에게 흥을 돋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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