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 3주기가 다가오면서 전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다. 3년여 만에 처참하게 일그러진 선체가 인양되어 눈앞에 드러나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찢어지게 하고 있다.

수색작업과 함께 미수습자의 온전한 귀환은 물론, 고인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물건들을 기다리는 마음도 간절해지고 있다. 관련 진실을 규명하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도 다시 한 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세종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는 이들이 적잖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관공서 전체를 추모공간으로 만든 것에는 "과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돌고 있다.

"추모도 좋지만 좀 과한 것 아닌가요."

최근 세종시교육청을 찾은 시민 최모씨는 건물 내부를 온통 휘감은 세월호 추모 시설물들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애도해야 할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꼭 이러한 방식이었나 하는 데에는 의문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4월 한 달간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대대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교육청 건물 외부에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고, 1층 현관 로비에는 희생된 학생들과 교사를 기리기 위해 걸개그림 등 추모 조형물도 설치했다. 희생자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이름과 사진을 전시하고, 노란 편지지에 직접 추모편지를 쓸 수 있게 준비했다.

특히 2,3,4층 로비 주위에는 140여개의 노란우산을 비치해 아이들에게 전할 글귀를 직접 적을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세월호 관련 시와 그림 등 추모 공모전 당선작은 로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 내부 전체가 온통 추모의 공간으로 꾸며진 셈이다. 뒷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대놓고 불편한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지는 않는다. 전 국민적 관심사가 워낙 큰 사안인데다, 3주기를 맞아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그렇다고 추모의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종촌종합복지센터 앞에는 세종민주평화연대와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가 마련한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10일부터 15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분향소 주변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설치물을 게시하고 사진전, 추모문화제도 열고 있다.

내부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추모기간 중 전 직원들이 세월호배지를 달아야 하면서 강제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어서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못한 채 끙끙 않고 있다. 최교진 교육감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2014년 이후 줄곧 노란리본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다. 직원들은 눈 밖에라도 날까 조심스럽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전 직원이 배지를 달고 있어 혼자만 달지 않는다는 것도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의 자유로운 추모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의 무능력함이 도마에 오르면서 ‘세월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곽우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