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칸을 살까 8칸을 살까?", "알림장도 사야겠지?", "색연필은 색이 많을수록 좋겠지?"
마트 2층에서 학용품을 고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서 설레는 마음이 묻어난다. 살짝 옆에 가서 도움을 주고 싶으나 우리 반 아이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준비하는 그 마음만 받아서 돌아왔다.
정답은 없다. 담임의 스타일에 따라서 혹은, 학교의 방침과 학년 운영에 따라 준비할 것 들이 달라진다. 어느 학교는 입학식날 필요한 학용품을 선물로 주는 경우도 있고 담임에 따라 나중에 준비하라고 하기도 한다. 입학식을 하고 담임교사를 배정받으면 1학년 생활에 대한 안내장을 준다. 그 안내장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그보다도 먼저 준비할 것이 있다.
1학년은 기초기본 생활습관과 학습능력을 키우는 시기이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다소 길다. 1교시 40분으로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고 블록타임을 운영하는 학교에서는 80분을 앉아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활동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지만 이론적인 학습의 경우 전달식으로 운영되어야 하기도 한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필요한 과정이기에 교사들은 아이들이 모든 순간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여러 가지 부담감으로 1학년 아이들은 종종 배가 아프기도 하고 어지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1학년 아이가 이런 부담감 없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함께 해줄 일들이 있다.
첫째는 규칙적이고 질 좋은 수면이다. 잘 자고 온 날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서 학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고 활동적으로 참여한다. 핸드폰이나 게임을 하다가 혹은 놀다가 늦게 잔 날은 아이들이 축 처지거나 의욕이 없이 온다. 아침에 지각을 하기도 한다. 생활지도를 함께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빈도가 잦은 지각은 훈육의 대상이다. 등교시간과 1교시 시작시간 사이에는 여유가 있지만 그 시간은 하루를 열고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교감함으로 학습을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미리 와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아이와 허겁지겁 와서 정신없는 아이와는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게다가 지각을 해서 혼이라도 난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둘째는 꼭 아침식사를 챙겨서 먹여서 보내야한다. 보통 어린이집은 오전 간식, 점심, 오후간식으로 중간 중간 간식시간이 짜여 있다. 그러나 1학년 교실에서는 우유를 먹는 시간을 빼고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 저녁을 6시에라도 먹고 아침을 거르면 얼마나 배가 고플까? 3,4월 1학년이 자주하는 말 리스트에는 '배고파요'도 들어있다. 아침을 적당하게 먹고 오면 뇌 활동도 원활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셋째는 규칙적인 배변이다. 1학년 교사를 하면 꼭 아이들에게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왔냐고 물어보고 1교시 시작 전 꼭 화장실에 보낸다. 혼자 뒤처리가 어려워서 혹은 공동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용변을 참다가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여벌옷으로 갈아입히고 씻겨주긴 하지만 우연치 않게 다른 친구들이 아는 경우에는 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곤 하고 배변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아침에 상태를 확인해서 배가 아프거나 체한 경우, 열이 나는지 확인을 해서 교사에게 문자라도 보내주면 참고하여 아이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준다.
넷째는 알림장 확인이다. 알림장에는 교사의 당부사항, 숙제, 준비물이 적혀서 가정으로 보내진다. 밴드나 클래스팅에 교사가 공지해주기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숙제와 준비물을 알고, 글자를 따라 쓰는 연습도 시키기 위해서 알림장을 따라 쓰게 한다. 이것도 한글 공부라고 생각한다. 준비물이나 책이 준비가 되지 않으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기가 어렵다. 1학년 교사들은 여분으로 챙겨주는 경우가 많지만 스스로 잘 챙기지 않으면 불편한 점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녁에는 꼭 알림장을 챙겨주시길.
다섯째는 모두가 우리아이라는 신념이다. 옆의 짝꿍의 머리를 밟고 일어서야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협력하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황사가 단연 중국에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핵문제도 그렇고 미국의 반 이민정책도 단연 그 나라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70%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하는 사회이다. 안분지족을 배우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학교도 줄 세우기 교육을 탈피하였다. 학습활동도 모두 협력적 구조로 바꾸고 있다. 어른들 또한 모든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여섯째는 교사에 대한 신뢰이다. 교대 4년, 대학원 3년, 그 외에 각종 연수들로 트레이닝 받은 교육 전문가라는 것을 믿어주어야 한다. 소위 방학을 교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기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실상은 대학원을 다니느라 연수를 듣느라 쉬거나 놀러가는 교사들이 드물다. 나 같은 경우는 1년에 70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는다. 교육의 변화에 따르기 위해서 교사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실에 있는 하나하나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하기 위해 교사도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을 교육전문가로 여기고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담임교사와 먼저 상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교실은 아이들의 사회이고 아이들은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 학교에서 무수히 깨지는 과정을 겪으며 사회화된다. 그 과정 속에 어른들이 끼어들어 교통정리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대화, 이해, 타협,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를 포기한다. 아이들이 포기하면 우리 미래도 없다.
자녀를 낳고 1학년 아이들을 만나보니 그 영혼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되었다. 26명의 아이들이 앉아있지만 그 뒤에 부모님이 보인다. 아이가 8살로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이 애태웠을 지, 응급실에는 몇 번이나 다녀왔고, 자녀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얼마나 내려놓았을 지가 보인다.
그래서 1초도 허투로 보내지 않는다. 학교가 얼마나 교육적인 곳이 되어야하는지,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들을 하고 단단해져서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얼마나 위대한 한걸음을 떼었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걸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