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내가 그걸 좋아한다고요?"
"분신, 내가 그걸 좋아한다고요?"
  • 임효림
  • 승인 2017.02.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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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칼럼]소신공양 정신 살려서 이 세상 사는 게 중요

 

 

ㅡ분신에 대하여ㅡ
[문]ㅡ 지난번에 정원스님이 광화문 광장 옆 공원에서 소신을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정원스님의 뜻을 기려서 거룩하게 장례를 치렀습니다. 저도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서는 깊이 존경합니다.

하지만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체로 스님들은 소신공양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는 분신이라고 하는데요. 스스로 몸에 기름을 붙고 태우는 것으로,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슬픈 고통을 주기도 하고, 심한 경우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측면에서는 자살인데, 꼭 이렇게 까지 해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해야 하는지요?

스님께서는 이 문제로 인터뷰도 하시고, 또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을 찬양하는 시도 쓰셨는데, 그렇게 분신을 선동하셔도 되는지요? 무엇보다 스님, 스스로도 기회가 오면 소신을 하시겠다고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전에 스님이 하신 말씀 중에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사건 중에 하나는 전태일의 분신이다. 따라서 우리시대 최고의 인물은 전태일이다.

구한말에 동학도들이 '사람이 하늘이다'하고 외친 이후 전태일이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고 분신한 것은 최고 최대의 인권선언이다"라고 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학상을 거절한다고 하시면서 전태일의 특별문학상을 받으셨는데, 스님은 혹시 분신찬양주의자는 아니신지요? 소신공양의 의미에 대하여서도 알고 싶습니다.

ㅡ 사람에게 가장 귀중한 것이 목숨입니다. 그러한 목숨을 던져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 모두가 이루고자 하는 귀중한 것이며 목숨보다 더 높은 가치일 것입니다.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 귀중한 목숨을 바친다면 정말 머리 숙여 경의를 나타내야지요.

나는 분신을 찬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분신 하신 그분들을 존경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분들의 높은 뜻을 찬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태일을 존경하고 또 정원스님을 존경합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 전태일, 정원스님이 이루고자 한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입니다. 그곳은 종교적으로는 천당이고 극락이며, 정토입니다. 그리고 이념적으로는 민주주의입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아울러 스님들도 수행의 마지막 단계로 이것을 이루고자 소신공양을 합니다. 불교에서는 소신공양을 하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소신공양을 하는 그 정신을 살려서 살아갑시다.

<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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