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자랑없어도 재미가 쏠쏠한 축제
노래자랑없어도 재미가 쏠쏠한 축제
  • 강수인
  • 승인 2012.10.21 08: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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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보여주는 축제와 즐기는 축제, 뭐가 다른가

   체스트넛(Chest nut) 페스티벌로 주제는 밤인데 할로윈데이에 쓸 호박을 판매하는 장면
먹거리, 볼거리가 풍성한 축제의 계절이다. 푸른 기운을 잃어가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거리의 가로수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나라 가을은 아무리 봐도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도 이맘때면 축제가 많다고 한다. 미국도 소규모 지역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아니 우리 눈에는 축제라기보다는 무슨 잔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틀에 박힌 격식도 없는 것 같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의 자유로움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그런 분위기 말이다.

특히나 와인 축제가 많았다. 대개는 농장에 자리한 큰 창고에서 열린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엉성한 표지판이 안내해 주는 대로 가보면 널찍한 임시주차장은 이상하리만큼 북적인다. 그런대도 복잡하고 짜증스럽다기보다는 주차안내자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그 질서정연함속에서 오는 편안함이 마음의 여유를 더해준다. 포도밭의 달콤한 포도향기를 맡으며 들어간 창고엔 여기저기 전시해놓은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들, 줄서서 시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또 무언가 물어보고 대답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곳엔 큰소리나 소동은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무슨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은 것처럼 잔잔한 분위기가 왠지 와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듯 했다.

   해리티지 페스티벌(Heritage)로 시민중심으로 축제위원회를 구성하여 축제를 진행하며,사진 내용은 옷감짜는 모습을 실제로 연출하여 보여 주고 설명해 주는 장면
한번은 밤과 사과를 소재로 한 축제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도 비슷한 축제가 많이 있다. 직접 밤을 줍고 사과를 따는 그런 것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마 그 지역에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그 연주소리와 함께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에 쓸 호박을 쌓아 놓고 판매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급할 것이 없다. 그리고 투박해 보이는 볏단 위를 놀이삼아 뛰어다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1년간 먹을 간식을 모은다는 할로윈 데이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물건을 사라고 호객행위도 하지 않으면서 방문자들을 따뜻이 대하는 그들에게서 방문 자체를 감사해 하는, 그래서 방문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그런 축제였다.

또 헤리티지(Heritage) 축제는 정말 시골스러운 축제로 기억이 된다. 말이 끄는 마차가 행사장까지 방문객을 날라주는 것이 입구에서부터 인상적이었다. 100년도 더 되었다는 빗자루 만드는 수작업 기구를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할아버지, 수공예 퀼트 작품을 진열하고 있는 아주머니, 오래된 옷감 짜는 기구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아주머니, 그리고 인디언 악기와 물품을 진열한 사람, 서부영화에서나 봄직한 각종 용품을 보여주고 설명하던 그들의 모습에서 옛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일종의 놀이기구 인데 볏단을 엮어 쌓아 놓았는데 아이드리 놀기에 제격이었음
이외에도 적지 않은 축제를 다녀보면서 남다른 느낌도 가져봤지만, 그것이 전부도 아닐뿐더러 또 최고도 아닐 것이다. 그곳의 축제에는 화려한 무대와 초청받은 유명가수의 노래나 사회저명 인사의 거침없는 인사말씀도 없었다. 그래서 다소 엉성하고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진심과 자부심, 그리고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방문자와 주최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이기에 몇 명이 왔느니 또 적자나 흑자라는 경제적 측면보다 축제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서로에게 마음 편한 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와인축제(허만 페스티벌, Hermann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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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2012-10-21 20:05:53
방문자와주최자가부담없이즐기는모습..
편안해보이면서도 정겨워보이는군요

잔치한마당 2012-10-21 19:08:04
축제는 관 주형인지, 민 주도형인지.... 전시용인지, 참여형인지.......
우리나라는 아직 관이 개입하지 않으면 축제가 어려운 형편이지요.
크고 화려함 보다는 실속형이나 참여형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강수인님 글 잘 읽고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