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곱씹어 봐도 이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별로 없다. 귀 막고 제 갈 길만 가는 우리의 대통령을 보는 국민은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 문외한인 선량한 시민들까지 ‘퇴진 요구’를 촛불을 들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이래서는 안 된다.
"이게 나라냐 ㅅㅂ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욕설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ㅅㅂ’이 쓰여진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있다.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 나붙은 욕설 현수막,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욕을 하는 건 자기 만족이다. 당사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지는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아주 불편하다. 그걸 세종시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세종비상국민행동본부’에서 내 걸었으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번만 더 생각했다면 이런 현수막은 나올 수가 없다.
큰일을 도모하면서 조심해야할 게 사소한 것이다. 길을 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간다. 그런데 넘어졌을 때 아래를 보면 반드시 작은 돌부리가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큰일을 하면서 ‘ㅅㅂ’이라고 쓴 건 몇 번을 생각해도 지나치다. 마음 같아서야 더 심한 욕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석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ㅅㅂ’이라고 써도 지금 상황으로 보면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그렇지만 진보진영의 행태를 그걸 가지고 비판하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또, 외연확장이 절실한 시점에 그걸로 인해 벽에 부딪히면 그 땐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래서 리더는 작은 일에도 몇 번을 생각하고, 생각한 다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시비를 건다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볼 때는 절대 별 것이 아니지 않다. 일은 성패(成敗)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작더라도 의사표현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현수막 내용, 다시 한 번 재고해주길 바란다.
저런자들이 선거 때 되면 양의 탈을 쓰고 나와서 국민, 시민, 서민,민생 등등 좋은 말만 외친다니까. 글고 딱 당선되면 다시 본색이 바로 드러나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