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핀란드 무상교육 '눈길'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핀란드 무상교육 '눈길'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8.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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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육 연수단 핀란드 연수] '경쟁과 차별' 아닌 '평등과 다양성' 가치 중시

   야카란타 코울루 초등학교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높이의 의자나 풍선볼에 앉아 자유로운 수업을 받고 있다.
[핀란드=세종시 출입 기자단 공동] 핀란드 유아교육부터 초등학교까지의 근간에는 ‘평등과 다양성 존중’이라는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연수단 일행은 그 현장을 눈과 귀로 직접 목격하며 세종교육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찾아간 야카란타 코울루 초등학교와 숲 체험원, 아트센터 등에서는 핀란드 무상교육 단면을 들여다봤다. 국가와 지자체를 떠나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을 책임지는 시스템에 매료됐다.

◇‘경쟁과 차별’ 대신 ‘평등과 다양성’ 중시, 국가와 지역사회가 교육 책임

핀란드의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만 7세 즉 초등학교 과정은 유치원에 이어 ‘차별과 경쟁’이 아닌 ‘평등’ 교육을 유지했다. 또 교육을 교육자들의 몫으로만 던져놓지 않고, 지자체 등 지역 사회가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기조도 지켜가고 있다.

최교진 교육감을 비롯한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은 2일차인 지난 17일 핀란드 소재 '야카란타 코울루(Jalkaranta Koulu) 초등학교'를 찾았다. 유치원과 프리스쿨·초등학교·도서관 기능이 융합된 커뮤니티 개념의 학교다.

   야카란타 코울루 초등학교 영어교사 리따씨가 핀란드 초등학교 교육 전반의 장점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학교 역시 주변에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갖췄고 개교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 최신의 시설을 자랑했다. 무엇보다도 한 학급당 학생 수 18명~22명을 유지했고 담임교사 외에 보조교사 1~2명이 함께하는 최상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교장은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지자체가 학교설립부터 전반을 지원하고 있어 교사들은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였다.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유치원 아이들은 적응력 향상을 돕기 위해 '프리(pre)-스쿨'이라는 과도기적 학급도 운영했다. 매주 목요일 3시간 정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수업을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차원의 배려로 보인다.

교육청이 별도로 없어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이 통합된 개념’으로, 일관된 교육정책 수립과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학교 건립과 시설물 지원 등 일체는 지자체(시)가 담당한다.

세종시의 경우 교무행정사를 각 학교에 배치해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을 유도하고 있지만, 핀란드와 같은 효과를 거두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연수단 측의 대체적 시각이었다.

   핀란드 에스푸(Espoo) 시에 자리잡고 있는 숲 체험원 '빌라 엘빅(Villa Elfvik)' 입구
교육연수 참가자 A씨는 “세종에서는 최근 교사들의 업무 떠넘기기와 교무행정사의 업무 선긋기란 상충이 나타나는 등 과도기 현상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 찾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담초 과대화 문제 등 주요 교육 현안이 교육청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세종시 현실도 핀란드 교육기관에 비춰볼 때 개선의 필요성이 커 보였다. 교육 문제를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핀란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학교 통합과 신설 학교 설립, 과대학교 발생 등을 시교육청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신도시 토지 공급‧승인 권한을 갖은 행복도시건설청과 LH, 중심 지방기관으로서의 세종시, 국책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지원해야할 국무조정실 등 중앙부처가 유기적으로 지역 교육발전에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니 라우리 잘카란타 코울루 교장은 “문제나 갈등이 일어날 경우 대화를 해서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핀란드에선 교육계를 넘어 지역 사회가 아이들 교육 전반을 함께 책임지고 있다. 교사들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동 없이 한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연수단 일행이 눈을 가린 채 숲 속의 한 나무를 만져보고 느낀 뒤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안대를 풀고 나면 자신이 만져본 나무를 스스로의 직감으로 찾아간다.
이 학교 영어교사 리따씨는 “평가와 시험이 아닌 배움을 지원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며 “초등학교부터 무상교육이 지원되면서 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른 학력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게 차별화된 요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만 7세부터 시작되는 의무교육, 대학까지 무상 지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춘 교사들, 존경받는 직업 ▲무상 급식, 무상 교보재 ▲격차가 거의 없는 학교 간 수준 ▲배움 공동체이자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토록 유도하는 교육철학 ▲학생마다 개별적인 배움을 지원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이 없는 교육 등 핀란드 교육 만의 특성과 장점도 강조했다.

이 밖에 이민자와 난민 자녀를 위한 학급(최대 10개월 적응기)을 개설하고 그들의 언어와 종교를 존중하는 등 다양성을 인정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규 학교 과정의 한계… 숲 체험원과 아트센터 등 외부 교육프로그램서 보완

18일에는 '숲 체험원'과 '아트센터'로 향했다. 핀란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거쳐 가는 곳으로 학교 밖 또 하나의 교육과정이다.

   숲 체험원은 ‘자연 순환’의 가치를 존중해 쓰러져있는 나무를 그대로 둔다.
연수단 일행은 이날 오전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에스푸(Espoo) 시의 '빌라 엘빅(Villa Elfvik) 숲 체험원'을 찾았다. 있는 그대로의 산교육 현장을 제공하는 곳이다. 개인 가옥으로 활용되던 이곳은 1985년 시의 매입과 함께 1991년부터 숲 체험원으로 문을 열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보이는 곳곳의 쓰러진 나무들은 정돈되지 않아 보였다. 쓰러져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자연 현상이어서 그대로 둔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버섯이 자라고, 각종 미생물이 서식하고, 땅의 거름이 되는 '순환의 가치'를 살린다는 것이었다.

이끼를 만져보고, 달팽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고 수확하는 체험으로 첫 코스를 맞았다. 성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갈대밭에 둘러싸여 1명이 지날 수 있는 보행 목재데크를 통과했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갈대숲 소리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와 들판, 철새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한 전망데크는 잠시나마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존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인공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풍광과 자연 요소를 살리려는 흔적이었다.

아이들 누구나 숲 체험원을 찾아 체험활동과 자연학교에 참여한다. 매년 3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이용료는 무료다. 이러한 숲 체험원이 핀란드 곳곳에 30여개가 있다.

숲 체험원에서 교사로 활동 중인 사라씨는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교육하고 있다”이라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배워간다”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 소재 아난탈로 아트센터 카이사 케튜넨(Kaisa kettunen) 책임자가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에게 센터의 역사와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연수단 일행의 다음 행선지는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 1886년부터 초등학교 건물로 이용되다 지난 1987년 헬싱키 시에 의해 현재의 기능으로 재탄생됐다.

이곳에선 △6개의 유치원 프로그램과 초등학생을 위한 아트 코스(10시간) △중‧고생을 위한 문화 코스 등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넘어 △혁신 예술과 전시회,△이벤트 등의 행사도 열린다. 또 가족을 위한 예술 치료와 아이들을 위한 북카페, 페인팅, 세라믹스, 코믹스, 무언극 등 다양한 장르의 교육도 진행된다. 교사들을 위한 웹서비스도 제공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아이들의 예술적 재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숨겨진 끼를 발산하도록 하는 장이다.

헬싱키 아이들 누구나 한번쯤은 이 센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의 이용료도 역시 전부 무료지만, 사교육 성격이 아닌 심화 계발 차원의 일부 프로그램은 유료다. 예산은 문화교육부와 헬싱키시가 95% 수준을 지원하고, 나머지 기타 기관의 프로젝트 기금으로 충당된다.

매년 930개 코스에 걸쳐 1만1000시간의 수업이 진행되고 1만 명의 학생이 혜택을 본다. 연간 방문객은 3만여명에 달한다.

연수단 일행의 한 중등교사는 “우리는 이 같은 예술 교육을 대부분 사교육 시장에 맡기고 있다”며 “지자체가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하는 아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고 말했다.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이 아난탈로 아트센터 내 연극 연습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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