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은 평소 제 꿈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평소 제 꿈이었습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07.25 1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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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교육부 고위공직자에서 성남고 교장으로 변신한 박백범 교장

   교육부 고위 공직자에서 성남고 교장으로 변신한 박백범 교장은 "교장은 평소의 꿈이었다"며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 꿈이 이뤄졌습니다.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지고 마무리는 작은 학교를 책임지는 것으로 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게 성남고 교장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서울시 부교육감으로 지난 달 30일자로 공직을 마친 박백범 성남고 교장(58)을 22일 오후 2시 교장실에서 만났다. 학교로 출근한 지 3일째였다. ‘꿈의 실현’으로 교육부 고위공직자에서 교장으로 변신을 표현하면서 ‘행운’, ‘인연’, ‘행복한 학교’ 등의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학교 현장이 공직자로서의 업무와 차이가 없습니다. 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죠. 교육부가 다르고 교육청이, 그리고 학교가 다르지 않다는 얘기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크고 작다는 것입니다.”

업무의 연속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학교 현장과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걸 서로 다른 위치에서 크기의 차이를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성남고로 오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설명했다. 서울사대 졸업 후 서울 신관중에서 1년 간 교사생활이 그렇게 행복했고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퇴임 후 교장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만들었다.

“대전시 부교육감 재직 당시 알던 분들이 대성학원(성남고 법인) 관선이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달 말일자로 퇴임하자 뭐 할거냐고 묻기에 교장을 하고 싶다고 했죠. 마침 성남고 교장 자리가 비어있다고 해서 공모를 통해 이 자리에 오게 된 겁니다.”

지난 주 첫 출근 후 세종시 관내 교장회의에서 교육부 기조실장 재직 당시 과장으로 있던 낯익은 분들이 참석했다. 그 분들이 교육부에 있으면서 “교장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며 성남고 교장으로 전직(?)을 축하해 주었다.

“학교 현안은 잘 아시다시피 예산이 100% 지원이 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에서 유일한 사립학교인데 사립이어서 지원이 안 되는 항목이 있어 그걸 가지고 현황 설명을 통해 공립과 동등한 지원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아마 문제가 되었던 재단 전입금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수익사업이 거의 없는 재단으로서는 법정 전입금을 전액 지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사학 공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세종시 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성남고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교사채용 비리, 늑장 징계 등 행정권이 느슨하게 미치는 곳이었다.

“글쎄요, 관선이사는 교육청이 경영해야할 학교를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대성학원은 대전에 있지만 크게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관선이사가 나가면 제재나 제한을 풀어주고 오히려 지원을 해 줍니다. 교육청에서도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인사 비리 등 불거져 나왔던 문제 등은 이제 학교나 재단의 손을 떠났다. 사법 처리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박 교장의 고민은 학교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에 집중됐다.

 

“내부적으로 인문계와 예술계 고교의 조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 한 학교에 두 학교가 있는 셈입니다. 예술계 중 일부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몇몇 과는 다른 학교에서 많이 만들다 보니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부분적으로 학과를 개편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예술계통은 오는 2018년 개교하는 세종예술고와 차별화도 필요하다. 중복은 없을 것이라는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인문계고의 육성도 발등에 불이다. 자유분방한 예술계와 한 지붕을 쓰다 보니 피해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세종시에서 유일한 사립학교라는 점이 강점입니다. 선생님들의 이동이 없다보니 잘만하면 최고의 학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선 내신과 학생부 종합전형 등에서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살려 성남고에 입학하는 걸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좋은 대학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고 즐거워하는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 사립의 장점을 살려 뒤처지는 학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학업 성취도를 올리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22일 교장으로서 그는 학생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요즘은 교내 방송을 통해 만난다. 짧은 인사말은 참으로 다정다감했다.

‘자랑스러운 성남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학교’ 등등의 단어를 사용해서 “여러분들은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침 이날 방학을 맞는 학생들에게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방학동안 고민해보고 그 행복을 찾기 위해 ‘나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오라고 숙제를 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은 학생이 교장실로 찾아오면 작은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백범(白凡)은 김구 선생의 호다. 유명인의 호(號)를 이름으로 쓰는 건 성명학에서는 금기다. 박 교장의 부친께서 평생 김구 선생을 존경했는데 아들이 그와 같이 자라주도록 간절한 염원이 이름 속에 들어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는 박 교장의 꿈이 성남고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31년 공직을 마감하고 새롭게 시작한 이모작(二毛作)인생이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는 점에서 4년 후를 점칠 수 있게 만들었다.

박교장은 대전출신으로 충남중, 대전고, 서울대 교육학과,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신관 중 교사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 해 총무처를 시작으로 충남교육청, 서울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지원과장,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대전시 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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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맨 2016-07-26 09:27:13
축하드립니다. 성남고로서도 좋은 일입니다. 계시는 동안 학교를 잘 운영해서 좋은 학교로 만들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