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논농사는 불가능할까
아파트에 논농사는 불가능할까
  • 송두범
  • 승인 2016.06.16 08: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두범칼럼]첫마을 7단지의 의미있는 실험, '텃밭있는 아파트'

   세종시 첫마을 7단지에서 아파트 논만들기를 시도해 척박한 도시생활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사진은 아파트에 만들어진 논>
세종시 첫마을7단지에서는 지난 6월 11일 아파트 논만들기를 시행하였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형로 회장의 지원으로 아이들과 어르신 등 200여명의 입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무화분 100여개에 600여 포기의 벼를 심은 것이다. 대도시 초등학교에서는 친환경농업단체와 협력하여 ‘도심속 학교논만들기’를 추진해 왔지만, 아파트단지 논만들기사업은 세종시 첫마을7단지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파트단지에 논을 만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아파트단지 내에 논을 만들 수는 없지만, 고무화분을 이용하여 모내기를 시도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는 우리의 주식인 생명의 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생활 속의 학습을 할 수 있다. 물론, 땅에 대한 소중함과 생명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 도심속 학교논만들기에 대한 영상을 미리 시청하면서 이 사업이 단순히 모내기를 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귀함을 충분히 이해하게 됨으로써 아이들과 입주민들은 진지하게 논 만들기에 참여한다.

농촌이 고향인 어른들은 모내기가 무엇이고, 쌀이 주는 의미를 이해한다. 쌀은 우리의 생명이고, 그 쌀을 팔아 우리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린 아이들에게 쌀의 의미는 무엇일까? 빵을 좋아하는 신세대에게도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생명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쌀의 의미와 자연의 소중함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첫마을7단지에서는 지난 4월 ㈜장남, 세종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아파트 텃밭만들기도 시행하였다. 준비한 고무화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입주민들이 참여하였고, 지금은 고무화분 속에서 상추, 가지, 고추, 토마토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저녁이면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이 좋게 고무텃밭을 보살피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떤 이는 삭막한 아파트 단지 내에 고무화분 몇 개를 만드는 것을 너무 침소봉대한다고 말할지 모르나, 무 릇 세상은 작은 것이 큰 흐름을 만들어 낸다. 산속의 옹달샘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모여서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지 않는가? 세종시의 모든 아파트단지에서 텃밭과 논이 만들어져 있는 경관을 상상해 보라. 수확할 것이 없다 하더라도 마음은 풍성할 것이고, 텃밭과 논을 돌보면서 가족들은 행복해 할 것이다.

   아파트에 만들어진 텃밭에 토마토가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세종시 신도시는 대부분 공동주택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고층아파트에 잘 조성된 조경수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고, 만지고, 느껴봐야 한다. 텃밭과 논은 아이들에게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좋은 학습자원이다. 어른들은 보기 위해 실개천을 만들었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고, 개구리를 잡아봐야 창의력이 발현된다. 세종시 공동주택이 어른들만을 위한 거주지가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놀이와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행정자치부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산림청 등과 함께 농작물, 꽃, 수목을 이웃과 함께 재배하기 위해 공동으로 소유 또는 운영하는 농장, 텃밭, 화단, 꽃밭, 꽃길 등으르 구성된 마을공동체정원(community garden) 조성사업을 국민디자인 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물론 규모가 커서 아파트단지에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정부에서도 마을공동체정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종시와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아파트단지내 텃밭 및 논만들기를 위한 창조적인 시책을 발굴하고 내년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아파트단지가 반드시 모양 좋은 조경수로만 식재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어른이 된다. 아파트 단지내에 다양한 텃밭과 논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첫마을7단지에서는 100개의 고부화분에서 벼가 익어 추수를 할 가을에 아파트내 작은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벼 베기도 하고, 탈곡도 하며, 쌀로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어울릴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첫마을7단지아파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자양분이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임권수 2016-06-20 04:29:43
어린이 들에게 좋은 산교육 입니다
쌀의 중요성도 다시금 생각 할수 있고요
도심속에 텃밭의 결실이 기대 됩니다
한발앞서 발전 하는 7 단지 파이팅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