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의미, 표현하고 싶어요"
"생활 속 의미, 표현하고 싶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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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판화작가 이훈웅, "민중, 저항적 의미보다 일상 다루고 싶어"

   생활 속 일상을 작품에 담아보고 싶다는 이훈웅 작가. 그는 대전일보 컷 기자에서 고물상, 생맥주 집, 당구장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판화작가로서의 깊은 맛을 내고 있다.
“세종에는 예술을 하는 지인들도 있고 이 집은 조용하면서 한 갓져서 작품 활동을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지난 23일까지 세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마친 이훈웅 판화작가(56)은 작업실이 있는 조치원읍 신흥리 집을 보여주면서 “특히, 임대료가 아주 싸다” 며 웃었다.

24일 오후 2시 잉크냄새가 물씬나는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원도 있고 과실수도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어 그렇습니다. 200평이나 되니까 작업실 잉크 냄새도 나지 않고 빨래 널 듯이 작품을 말리는 데도 좋습니다.”

집 크기를 화두로 한동안 얘기를 나누고 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조금은 난해한 용어를 사용해 열심히 설명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칠 수 없는 작은 생활 모습을 표현한다는 것에 요지였다.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일상 속에서 지나칠 수 없는 귀중한 초점들이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찾는 리얼리즘이랄까요. 요컨대 작품 ‘우리 동네 뒷산 민들레’ 같은 경우 홀씨가 교회 위로 흩어지는 걸 표현했는데 홀씨만큼 교회가 많다는 걸 표현한 겁니다.”

천안 출신으로 그의 말대로 ‘간판쟁이’를 하다가 배재대 미술교육과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대전일보에 취업해 컷과 도안기자로 1994년까지 약 5년 간 근무했다. 필자와는 이 때 같은 공간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이후 그는 고물상, 생맥주 집, 당구장 등을 운영하면서 우리 사회의 처절함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그는 판화가 주는 강렬함을 십분 활용한 민중적이고 저항적인 색채의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 참여, 민중 미술에서 이제는 포스트 모더니즘 쪽으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20-30대의 설치 예술이라든가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것을 판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새로운 모습입니다. 거기다가 다각도로 의미를 부여해 사회 현상을 작품 속에 집어넣는 겁니다.”

이 작가가 판화를 선택한 건 선 자체가 강렬하고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소재의 부드러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건 판화가 주는 속성 탓이다.

“대중성과 대량생산이 어렵다 보니 한 번에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판화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작품 '시집가는 날'과 '노동과 그늘'
그래서 구상 단계부터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게 판화다. 작업 과정, 역시 한번 삐끗하면 작품 전체를 버려야 하는 특성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가락이 휘고 어깨가 마비되는 게 판화작가의 직업병이다.

“작품에 저만의 기법을 더 가미하고 독특한 주제를 활동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12지신상, 또는 24절기를 한국사회 정서에 맞게 해학스럽게 표현하는 작업을 꼭 하겠습니다.”

이훈웅 작가는 세종 전시에 이어 부여에서 공동 작품전, 그리고 오는 12월 11일부터 일주일간 대전 건양대병원 4거리에 위치한 관저문예회관2층에서 대전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연락처) 010-7700-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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