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중동에서 조치원읍 부활보다
공주 중동에서 조치원읍 부활보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9.07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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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골목길 재생시킨 공주시 중동<상>,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온다"

   옛 공주읍 사무소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공주 역사영상관
지난 4일 골목길 재생사업을 추진한 공주시 중동을 다녀왔다.
세종시에서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를 통해 원 도심을 리모델링 중이어서 공주시의 도심재생사업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송두범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이 길라잡이로 동행했다. 송박사는 “세종시가 조치원을 다시 만들면서 공주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며 “좋은 것만 벤치마킹하고 실패한 사례에서는 교훈을 얻으면 된다”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공주의 상황은 세종시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2005년에 제정된 ‘고도의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주, 부여, 익산과 함께 고도로 지정되었지만 역사문화도시로서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주의 신도시인 강북지역에 비해 공간, 인구, 경제, 사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쇠퇴현상을 보여 당초 계획했던 역사문화도시로서 자리매김도 실현되지 않는 죽어가는 도시가 되었다.

여기에서 등장한 게 바로 골목길 재생사업이었다. 세종시의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와는 규모에서 차이가 나지만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골목길을 도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중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제민천(齊民川)변 직조공장을 활용한 식당과 폐가를 리모델링한 차(茶)문화 공간 등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에다 공주시에서는 골목주민, 농협직원, 공무원, 전문가 들이 참여하는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사업’을 추진, 이 과정에서 골목길 재생을 위한 자생적 주민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공주골목길 재생협의회에서는 교회, 극장, 옛집터, 등 역사문화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또, 조사된 골목길 투어루트 설정과 골목길과 자원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특히, 골목길 사진전, 즉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은 찻집 ‘루치아의 뜰’과 ‘빈집 갤러리’, ‘호서극장 골목’ 중심으로 열고 죽어있는 골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사진전은 ▲지역 사회의 문제점 도출과 해결방안 제시 ▲지역 사회변화에 기여 ▲작은 것에 대한 중요성과 도시재생 자원 인식 ▲주민의 도시변화 주체
▲주민조직화 과정의 중요성 ▲새로운 과제에 대한 도전 계기 등을 마련해주었다.

   나태주 시인을 알 수 있게 하는 풀꽃문학관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공주시 중동일대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작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곳곳에 과거를 활용한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었고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요컨대 옛 읍사무소를 활용한 공주역사 영상관에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었고 옛날 사진을 시대별로 전시해 공주의 역사성을 관람객에게 전해주었다.

특히, 추억 이야기에는 새마을 사업, 이승만 대통령의 갑사 방문 등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들이 흑백 사진으로 걸려 있었고 옛 공산성의 허물어진 성벽과 덩그렇게 서 있는 쌍수정, 일제 강점기 공주시가, 1960년대 미나리꽝 등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되돌아 가게 했다.

공주가 자랑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문학관’ 또한,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나 시인의 손 떼가 묻은 각종 소품은 시를 이해하기에 앞 서 한 편의 시가 나오는 과정을 반추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폐가가 되다시피한 공주 갑부 김갑순의 생가에서는 인생무상과 제행무상을 읽게 했다. 한 때 당당했던 위세는 패장 가슴에 달린 훈장 마냥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이곳도 재생을 통해 다시 살아날 예정이다. 게스트 하우스로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변신하고 스마트 폰 시대의 과객을 맞을 것으로 계획되었다.

시인 박목월 선생의 결혼식 얘기가 담겨있는 공주제일감리교회와 이제는 전국무대가 된 찻집 ‘루치아의 뜰’, 그리고 호서극장통과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 먹거리 등은 공주를 더 깊고 여운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동행한 송두범 박사는 “공주시 원도심이 골목재생사업으로 부분적으로 재탄생되었지만 관 주도의 제민천 주변 정화사업은 다양성면에서 실패한 사업”이라며 “세종시 원도심을 리모델링하는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도 공주시의 사례를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 봉사자 신선희씨가 나태주 시인과 관계된 물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공주 감영 주춧돌
   공주 갑부 김갑순의 집. 앞으로 이곳을 사들여 게스트 하우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곳곳에 마련된 작은 주차공간
   박목월 시인의 결혼 이야기가 들어있는 공주 제일감리교회
   제민천. 민간참여없이 이뤄진 재생사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벽화, 이제는 진부한 형태가 되고 있다.
   중동 오뎅. 맛집으로서 전통을 지키면서 고객을 맞고 있다.
   진흥각. 근동에서는 유명한 중국집으로 이름이 나 있다.
   가죽 공방이 들어서는 등 재생사업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호서극장 자리. 이곳도 옛 추억을 되새기는 장소가 될 예정이다.
   호서극장과 폐가를 재생시킨 게스트 하우스
   작은 것들이 도시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낙서처럼 그려진 골목 안내도
   색상으로 차별화시킨 시장 먹거리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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