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편의증진법'(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본격 시행으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모범을 보이는 등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편의센터)가 이달 초 실시한 세종시 관내 주요 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점검 결과를 보면, 전반적인 운영 실태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총 39곳(공공기관 9개소, 자체점검 30개소) 중 구도심 지역인 읍면지역 주요 시설들의 편의시설 관리가 특히 열악했다.
연서면·부강면사무소, 세종시보건소, 농어촌공사, 세종경찰서, 고려대 세종캠퍼스, 한국영상대, 세종교육연구원, 세종시문화예술회관, 시민체육관 등 점검 대상에 포함된 주요 시설 대부분이 점자블록, 장애인용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등 기본적인 규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부분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이어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은 나머지 기타 시설 역시 고칠 게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도시 지역까지 법규에 맞지 않는 시설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신도시 지역에 위치한 세종시청을 비롯해 세종시교육청, 한솔동·도담동주민센터, 한솔동·아름동우체국, 한솔동보건지소, 일반 아파트 및 대형마트 등 조사대상에 포함된 대부분 시설들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점자블록, 장애인화장실 규격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았다.
시청의 경우 사무실 및 화장실 앞 점자표지판 누락, 장애인화장실 규격 미흡, 점자블록 설치 규격 미준수 등 다양한 부분이 지적됐다. 교육청 역시 경사로 설치기준 미흡, 1층로비 접근방지용난간 미비, 점형블록 및 점자표지판, 장애인화장실 규격 미달 등이 문제가 됐다.
신도시 지역은 운용상 문제가 많이 지적된 것이 특징이었다. 일례로 점자블록을 설치한 후 그 위에 깔판을 덮는 가하면 장애인화장실에 청소용품을 비치하고, 장애인용 촉지도를 방치해 놓는 등의 행위였다.
이른바 좋은 시설을 갖춰놓고도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빚어진 일로, 세종시가 '무장애도시'를 추구한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편의시설 설치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운용하는 지 역시 중요하다"며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불편한 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편의증진법'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편의시설이나 도구 등을 설치하는 것을 규정한 법률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달 29일 공포(시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청사, 문화시설 등의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중 시행령에서 정하는 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