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장애인편의시설' 이대로 괜찮나
'세종시 장애인편의시설' 이대로 괜찮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5.08.16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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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나서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는 세종시 관내 주요 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점검에 나섰다. 점검단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주요 건물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구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장애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세종시도 실제 장애인이 통행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미흡한 게 사실이죠."

장애인편의시설을 점검하던 김민홍 세종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이 휠체어에 탄 채 말했다. 그는 세종시의 전반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아직도 장애 당사자의 눈에는 '장애'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편의센터)는 세종시 관내 주요 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점검에 나섰다. 김 처장을 비롯해 강태윤 자문위원, 박일준 자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세종의소리' 취재진도 세종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동행 취재에 나섰다.

지난달 29일자로 '장애인편의증진법'(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편의센터는 보건복지부, 세종시와 합동으로 실태조사 및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장애인편의증진법'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편의시설이나 도구 등을 설치하는 것을 규정한 것입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죠."

점검 지역으로 향하던 차량 안에서 김 처장은 "법률은 비단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편의 시설 설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강태윤 자문위원이 세종시 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되어 있는 '시각장애인 촉지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점검단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행위를 점검하고 편의시설 설치 현황을 살펴보게 된다.

이날은 구도심 지역의 장애인복지관, 세종경찰서, 시민체육관, 그리고 신도시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 등을 중점 돌아보기로 했다.

첫 번재로 찾아간 곳은 장애인복지관. 장애인들이 자주 찾는 시설이어서 다른 곳보다는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점자블럭 유도 방향이 잠겨있는 문 쪽으로 되어 있어요. 보세요. 시각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방문한다면 분명히 문 앞에서 헤메게 되겠죠. 점자블록을 다시 설치하거나 출입문을 개방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촉지도 역시 문제가 많아요. 건물이 본관 1~3층, 별관 1~3층까지 있지만, 촉지도 상에는 1층만을 안내하고 있어요. 음성안내 버튼도 고장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점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김 처장은 "장애인복지관이 이런 정도인데 다른 지역 수준이 걱정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세종경찰서 민원실로 진입하는 경사로 바로 앞을 주차된 차량이 가로막고 있다.
예상대로 그 다음 점검 지역인 세종경찰서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장애인주차구역에는 휠체어 이용을 위해 1m의 안전통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 주차장에는 여유 공간이 없어요. 옆에 차량이 있다면 장애인이 휠체어를 이용해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죠. 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안내판에는 주차위반을 신고할 전화번호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것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휠체어를 탄 김 처장이 주차장을 점검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잠시 후 민원실로 들어가려던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민원실로 진입하는 경사로 바로 앞을 주차된 차량이 가로막고 있어 진입이 힘들었던 것이다. 설계부터 주차장의 위치가 잘못된 것이었다. '탁상행정'의 표본이었다.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점자블럭 역시 문제였다. 바닥에 매립해 설치하게 되어 있는 점자블럭이 접착식으로 되어 있어 너덜너덜 떨어질 지경이었다. 위치 역시 바르지 않았다. 남자화장실 점자블럭은 이미 떨어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심합니다." 김 처장은 "말로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 와보면 미흡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세종시민체육관 화장실은 출입구 폭이 규격에 맞지 않고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진입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곧바로 차에 올라 시민체육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건물이 오래 된 탓에 구조 자체가 장애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체육관 로비는 높은 턱이 자리하고 있어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규정상 턱의 높이는 2cm이하로 되어 있어야 해요. 보세요. 턱이 높아 화장실 출입을 할 수 없죠." 점검단은 곧바로 문제를 찾아냈다. 화장실 출입구 폭 또한 규격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 체육관 관계자는 "조만간 리모델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신도시 지역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 최신 건물답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1등급을 받은 세종도서관에서 문제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문제는 있었다.

"아니 이곳에 청소도구를 갖다 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장애인화장실을 점검하던 강태윤 자문위원이 한켠에 놓인 청소용 파란 대형 플라스틱 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통 안에는 빗자루를 비롯해 걸레 등 청소도구가 있었고 바로 옆에는 화장지 박스가 쌓여 있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점검단의 지적이 있고서야 직원은 청소도구를 치우겠다고 했다.

   국립세종도서관 장애인화장실은 청소도구 보관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도서관 현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촉지도 역시 전원 코드가 뽑힌 채 구석에 쳐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시설만 제대로 갖췄을 뿐 운용은 "빵점짜리"인 모습이었다.

주차장은 더욱 가관이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는 규정을 위반한 차량이 버젓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 차량은 장애인자동차임을 알리는 주차증에 기재된 자동차 번호가 실제 번호판 번호와 달랐다. 점검단은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면서 "주차증 위조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장애인편의증진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새로 짓게 될 공공시설, 공중이용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건물들은 아직도 장애인들에게 '넘어야 할 문턱'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점검을 마친 점검단 일행들은 "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조금만 돌아다녀 봐도 어디가 문제인지 쉽게 찾을 수 있다"며 "관계기관들이 인식 개선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합동점검은 8월 1일부터 10여 일간 세종시 관내 주요 시설 30곳에 대해 진행됐다.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는 실태 조사 후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건의 및 시정을 세종시에 요구하게 된다.

'세종의소리'는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국립세종도서관 현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 촉지도'가 전원 코드가 뽑힌 채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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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5-08-18 09:34:40
세종ㅅ민체육관은 원래 오래전에 지어진 것이라 이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시에서 이미 예산확보해서 개보수(장애인 편익시설) 공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계까지 나왔고 얼마 있으면 공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