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허허허"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허허허"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6.11 15:3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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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민호 전 총리 비서실장, "다음 선거 생각도 안해봤다"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라며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쓴 맛도, 단 맛도 봤으니... 허허허!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게 옳은 지, 편안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9일 오전 10시30분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한옥집에서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59)을 만났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부름을 받아 비서실장으로 약 2개월 여 근무하다가 성완종 메모 사건으로 이 전 총리가 낙마하면서 다시 노송리 한옥집으로 내려와 칩거 중이었다.

얼굴은 아주 편안해 보였고 생각에도 얼굴만큼 여유가 있었다. 오랜 만에 만난 기자를 보고 “아쉬움이야 없을 수가 없지만 총리께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잠시 모셨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먼저 걱정했다.

이 전 총리는 인생 멘토로서 새누리당 세종시장 예비 후보 당시에도 자주 거론하기도 했다. ‘이완구 충남지사-최민호 부지사’의 연(緣)이 이번 비서실장 발탁으로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총리께서 충청권 맹주니 대권 후보니 하는 것을 한 번도 거론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어요. 나라가 어렵고 사회정의가 흐트러져있고 외교적인 난제가 많아 정말 총리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무엇을 해야하는 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런 걸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국무총리의 성공적인 수행 후 정치적인 입지에 대해 물어보자 그건 우선 순위가 아니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뭘 이루느냐보다 무엇이 되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며 “이루고 나면 되는 건 부차적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전 실장은 이완구 전 총리의 업무를 대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미래를 고민하고 국정의 조정을 하는 총리실의 역할, 그리고 사심 없는 업무 방식 등에 대해 자신이 본대로 아주 상세하고 전해주었다.

“총리는 정치력이 있으면서 행정에 대한 긴 안목과 사심 없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신 분이었어요. 총리가 꿈꾸고 있던 것이 꺾인 게 아쉽죠. 국정을 잘 보필하고 이끌어 나갈 때 국민들의 평가하고 지역민들이 인정해주는 것이지 충청권 맹주니 하는 것을 앞세워서는 안 되죠.”

그렇다면 두 달여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최민호 당사자는 그 틀 속에 어떤 위치를 차지했을까. 그리고 그의 꿈과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불러주셨습니다. 왜 나를 선택했을까하는 점이 궁금했지만 저로서는 고마웠죠.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모실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고 저 같은 사람이 비서실장으로서 잘 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봤어요.”

충남부지사로서 이 전 총리를 지사로 모실 때 “믿음직스러웠고 고마웠다”는 평가가 비서실장으로 부른 이유였다. 다만 “의전을 위한 실장이 아닌 업무를 제대로 보필해주는 실장으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 요청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성완종’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최 전 실장은 이춘희 세종시장을 맨 먼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주선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약속한 날 화급을 다투는 일이 생겨 3번씩이나 불발이 되었다.

“이상하게 그게 이뤄지지 않더란 말이요. 다른 시도지사는 되었는데 세종시장과는 3번씩이나 연기가 되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총리를 만나야 할 사람이 이춘희시장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미안하다, 우리끼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한번 만나자’고 하던 차에 이렇게 됐어요.”

거듭 “미안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그는 “세종시와 관련한 사업을 국가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고 찾고 있었다” 며 “그걸 정리해서 보고 드리고 세종시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배재대 석좌교수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이 총리께서 아직 법적인 문제가 있는데...”라며 스스로의 거취가 회자(膾炙)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졌다.

다만 내가 원하지는 않았다는 말과 함께 “최민호가 아깝다는 사석에서의 말이 대학 측을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말해 배재대 측에서 행정학과 교수로 먼저 제의를 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절차가 마무리되는 9월 학기부터 강의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9월 학기부터 배재대 행정학과 석좌교수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그는 기자를 만나고 있는 문간방에 책을 가리키며 “한 2천권 쯤 되는데 그동안 읽지 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읽어가고 있다” 며 “조용히 칩거하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선문답(禪門答)같은 얘기를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말기로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푸른 빛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아침의 냄새를 맡고... 나무와 정원을 손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네요. 새까맣게 타지 않았어요. 도사가 되는 게 무언지 모르지만 사람의 힘으로 뭘 할 수 있는지 회의를 느낍니다.”

시간도 있고 여유도 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선거 나올 때보다 얼굴이 훨씬 편해졌다” 며 “세종시장 선거를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상황과 변화, 그리고 정치적인 환경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파도를 타듯이 한다” 며 “운이 그걸 뚫고 가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두 번에 걸친 지자체장 선거와 총리 비서실장으로서의 짧은 근무 등이 더 성숙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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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2015-06-15 11:13:13
최교수님의 근황을 알게되어 참으로 고맙습니다.
최교수님 건강하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최민호교수님 홧팅!!

도담동 2015-06-12 15:50:49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소식 많이 봅니다. 늘 객관적인 보도 감사합니다.최민호 씨 근황 조금은 궁금했습니다.

김 현 2015-06-12 11:35:52
늘 세종의소리에 귀 기울리는 애독자 입니다
그는 세종시 건설에 꿈이 있습니다
또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명품세종시를 만들어 내는것입니다
반드시 그날이 오게 될것입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그목적은 그를 꿈으로 인도 할것입니다
김종규 기자님 기사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ㅋㅋㅋ 대기자. 2015-06-12 10:02:53
김중규 기자님 역시 대기자님 같습니다.
괭장히 능한 기술을 가지고 계신 능력자십니다.
늘 세종시민들 머릿속에서 잊쳐져 갈 타임에 정확하게 기사를 쓰시니 말입니다.
아마도 최민호 전 이완구 국무총리 비서실장께서 고마워 하실 것 같습니다.
잊지않고 찾아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