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에 들어오니 오늘 따라 커피향이 짙게 느껴진다. 여느 때 같았으면 컴퓨터부터 켰을 텐데, 원두커피를 내려서 머그컵에 가득 담고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조지윈스턴의 캐논변주곡을 틀었다. 크게 틀어 놓으면 교무실 선생님들이 방해될까봐 작게 틀었는데 ▢▢선생님께서 “오늘 날씨랑 딱이다~”라며 맞장구를 쳐 주셨다. 어제 급한 업무가 마무리 되어서인지 여유가 있는 아침이다.
올해 담임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사다모임에서 몇 주를 고민하면서 합의한 행정업무전담지원팀에서 나는 업무부장과 6학년 음악전담을 맡았다.
평소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이어서 음악수업을 즐겁게 지도하고 있지만 담임을 맡으면서 음악 수업을 하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보다. 우리 반 아이, 내 교실이라는 소속감도 교사로서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내 반 학생들로 인해 가끔은 속상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며 느끼는 교사로서의 보람이 있기 때문에 담임이 좋다.
물론 업무전담교사이기에 좋은 점도 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갈 때면 여유있게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점심시간 짬을 내서 학교정원을 거닐면서 진분홍 꽃잔디와 빨간 연산홍도 구경하고 생태연못 주변을 거닐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이렇게 조금씩 혁신학교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글을 쓰려니 조금 어색한 것은 왜일까? 아직 적응 중인가?
작년 12월 혁신학교로 확정된 후 올해 1월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 속에서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겨울방학을 지냈던 것 같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혁신연수도 받고 혁신과 관련된 책도 읽었지만 썩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없고, 참 어려웠던 1월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큰 고민거리도 아니었다고 웃으면 얘기하지만 그 당시에는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짐이었다.
‘교육과정을 짜야 하는데, 혁신적으로 짜야 하나?, 혁신학교에서는 모든 교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던데, 방학이라 선생님들에게 괜히 부담 주는 것은 아닐까?, 학교철학을 세워야 하는데 도대체 학교철학이라는 게 뭐지?…….’
온통 머릿속은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은 없었던 시기였다. 이렇게 2월, 3월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혁신학교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실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교사들간에도 공유가 되었다.4월 드디어 미르혁신교육과정이라는 노력이 결과물이 인쇄되어 나오고 교장, 교감, 동료선생님들로부터 “뭔가 특색있게 만들어졌어요”라는 칭찬어린 말씀을 들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 그간 새로운 학교문화를 이루기 위해 선생님들과 퇴근 시간이 늦도록 고민하고 가끔은 충돌하며 대화한 댓가는 분명히 있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교문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반겨주고 교실에서 학생들과 아침 맞이를 하시는 담임선생님, 음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30분 해피타임에 즐겁게 활동하는 학생들의 환한 얼굴 속에서 힘을 얻는다.
‘즐거운 배움, 함께 나아가는 미르 교육’을 위해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