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저에게는 운명이죠"
"세종시는 저에게는 운명이죠"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4.12 19:4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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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춘희 세종시장, "일잘하는 직원이 좋아요"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는 나의 운명"이라며 "살기좋은 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에게 세종시는 운명이죠.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기획을 했고 입지를 선정하고 토지 매수를 했다는 건 공동체라고 봐야죠. 이 일이 잘되면 이춘희는 성공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저도 그렇게 되는 거죠.”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세종시는 운명이었을까.
지난 해 7월 취임 후 10개월이 지나면서 이 시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취임 초 한차례 만났으나 그 때는 대다수 언론이 ‘취임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지면에 올렸다. 많은 언론이 거의 동시에 만나다보니 정제된 말만 오갔다. 그게 기사로써 큰 가치는 없을 것 같았다. ‘신년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신년에 이어 대기성 기사는 바로 ‘취임 1년’이다. 2개월을 남겨두고 그 사이에 한번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담 요청을 했다. 이시장과는 야인(野人)(?)시절, 가끔 만나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지만 그 때와는 상황이 아주 달랐다.

9일 오후 5시 예의 활짝 웃는 모습으로 비서실에서 대기하는 ‘세종의 소리’ 취재팀을 반겨주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교황 프란치스코 1세와 기념 촬영한 사진 옆에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행복청장으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 큰 액자 속에 담겨져 있었다. ‘세종시는 운명’이라는 말에 공감을 가게 하는 광경이었다.

“뭘 감(感)이 잡혀요. 일 욕심은 많고 그에 비해서 항상 미진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낮에는 서류 볼 시간이 없어 저녁 늦게까지 집에서 일을 할 때가 대부분이죠.”

비서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차하철 비서가 “시장님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신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이해가 됐다. 취임 10개월. 일에 감이 잡히느냐는 질문에 반색하면서 ‘미진하다’는 말로 답했다.

2기 세종시장으로서 1기와는 다른 점도 많을 것 같았다.
이 시장은 “시민 요구 수준이 달라졌다”는 말과 함께 “직원 구성 자체도 달라졌고 행정 수요도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도 거기에 맞춰 변해야 한다”며 ‘객관성’, ‘공정성’을 꺼냈다.

“저는 이 지역에 많은 분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니까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아요. 요컨대 도로를 낸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도로가 잘 났는가만 보면 되죠. 그런 점에서 한결 부담이 적지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민호 실장 얘기도 가볍게 나누고 이날 자살로 한 인생의 막을 내린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도 화두가 되었다. ‘안타깝다’는 데 공감을 하면서 ‘기획-집행-행정책임자’로 이어지는 인생 후반 역정에서 ‘세종시는 나의 운명’이라는 말을 재차 실감케 했다.

“이 도시를 왜 만들었는가하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상황이 달라지고 거기에 맞춰 각종 설계라든지 시행과정을 변할 수 도 있어요. 그렇지만 초심은 흔들리면 안 되죠.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켜나가면서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이 시장은 '세종의 소리'와 단독 인터뷰에서 "세종시청 이전 후 공동화 현상은 구 도심 쪽에 가능한 많은 직원을 배치해 최소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초심은 바로 국토균형개발과 지방 분권으로 들렸다.
단답형으로 정리할 질문이 몇 가지 있었다. 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한 시민 질문을 댓글로 받은 것을 요약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장과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상대방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답변이 정리에 큰 도움이 됐다.

- 행복도시에 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편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행복청이나 LH 관할 민원은 어떻게 처리하는 지요.
“불편한 점이 많죠. 그렇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건 행복청 관할 내 사업은 국가사무라는 것이죠. 행복청에서 국가사무를 하는데 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뒷받침해야 하죠. 시민들 요구는 무조건 시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관할은 우리끼리 따질 일이죠. 우선 접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처리하는 게 순서라고 봐요.”

- 복숭아 축제를 호수공원에서 개최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복숭아 생산농가에서 판매가 유리한 그 쪽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왔지만 축제 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죠. 농민들만이 전적으로 결정할 것도 아니고 시민, 세종시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장소를 선정할 것입니다.”

- 금남면 소재지에 BRT 도로 정류장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어떻게 되죠.
“BRT는 신도시 지역에 모두 마찬가지이죠. 정류장을 어디에 설치하든 접근하기까지 일정 거리는 있을 수밖에 없죠. 그걸 정류장을 중심으로 순회하는 마을버스를 도입해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면 해결된다고 봐요. 현재 용역 중인데 진행과정에 시민들 의견이 반영되도록 할 겁니다.”

-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청춘조치원 사업과 로컬 푸드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큽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이 도시는 도농 간, 원·이주민 간 격차가 심각한 곳이죠. 좀 더 미리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하죠. 청춘 조치원은 시민 동의를 구해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시업이죠. 그러니 시간이 걸립니다. 8개 지구 가운데 먼저 협조가 되는 곳을 성공시키면 다른 지역도 가능할 겁니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어요.

로컬 푸드 사업도 농민 참여가 기대이상으로 높아요. 세종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많아요. 다만 생산자인 농민은 소비자인 도시민을 배려하고 도시민, 또한 농민을 배려해야 합니다. 그러한 본질에 충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다행스러운 건 벌써 도농 간에 한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거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얘기는 원도심 공동화 문제로 까지 옮겨갔다. 이 시장은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세종시청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인원이 구 청사 쪽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무원 400명이 근무하는데 농업관련 부서와 청춘 조치원과에다 민원실 일부가 남으면 150명이 된다. 거기에다 농정원이 들어서면 역시 150명이 근무하게 돼 300명 선이 된다. 후 청사에 SB프라자가 설립되면 역시 300명 정도가 오게 돼 숫자상으로는 시청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이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시장과 대화에는 항상 교집합이 있다. 흔히 선출직 단체장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억지’가 없다. 현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는 점은 화자(話者)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를 테면 공동화 문제가 숫자상으로는 더 많이 남지만 그게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라든가 정부 중앙부처 이전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제가 얘기한다고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다는 화법이 그렇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혼자만 한쪽으로 고집하는 그런 주장이 없었다.

시장에게도 이쁜 직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직원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답은 간단명료했다.

“일 잘하면 이쁘죠.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요. 저와의 관계는 일로써 만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일을 잘하면 이쁘죠. 오로지 일로써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취임 10개월을 그는 “한 두 달 밖에 안 지난 것 같다”는 말로 정신없이 지나온 일상에 대해 언급했다. 매사 약간 위에서 보면 할 일이 너무 많다. 그걸 모르고 지나는 사람은 시간이 많지만 여기저기 손댈 곳이 보이면 정말 ‘허겁지겁’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시장이 그랬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가장 내세울만한 실적이 있을 것이다.

“소통이죠. 매일 보고를 하고 각 부서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어요. 처음에는 직원들이 힘들어 했어요. 지금은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의사결정 기간이 줄어들고 부서 간 이견이 많이 해소되고 있어요. 시민들과는 목요브리핑을 통해 소통을 하죠.”

이 시장은 언론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는 아주 간절하게 말했다. “이건 내 진심이야”하는 표정이었다. 언론인들이 시민들을 대신해서 시정에 대해 궁금한 걸 묻고 시장이 답하는 방식은 중앙부처 공보관 경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준비한 질문은 거의 다 물어보았다. 그저께 권선택 대전시장과 협약얘기도 나왔고 안희정 충남지사, 그리고 이시종 충북지사에 대한 촌평(寸評)도 있었다. ‘세종시민들에게 보내는 인사말’ 동영상 촬영으로 한 시간 여에 걸친 인터뷰는 끝이 났다.

이 시장은 “살기좋은 세종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들의 참여 속에 명품도시를 만들고 이를 통해 보람을 가지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재근 대변인과 김소라 비서가 배석했다.
지난 2012년 세종시장 선거에서 낙선 후 이 시장은 가끔 ‘세종의 소리’를 들렀다. 그리고 지난 해 선거 과정에서도 금남면 쪽 일이 있을 때도 그랬다. 그 때 기억나는 건 “내가 선거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자에게 설명한 것이다. 당시 대세는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는 제 2대 세종시장은 이춘희 였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세종시는 나의 운명’이라는 말이 선거 판세 분석과 오버랩 되면서 자꾸 크게 들려왔다. 불리했던 선거판을 잘 극복했던 것처럼 세종시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명품도시로 가꿔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게 세종시와의 운명을 완성하는 길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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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벽3 2015-04-22 02:15:10
반드시 그 운명의 세종시가 개인의 운명이 아닌 세종시민 모두의 운명으로 공감될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잘하는 공무원도 좋지만 시민을 위한 공무원 이었으면 합니다.(지역경제 담당 공무원이 전통시장육성이나,소상공인 (자영업자)관련 업무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기초 경제가 돌아가야(자영업자:소상공인)그 도심이 발전 되리라봅니다.

현실은 벽2 2015-04-22 01:49:34
이제는 취임1년이 몇달 남지않았습니다.상황파악은 정리되신듯합니다.세종시민이 각각의 위치에서 만족스럽게 일하면서 생활할수 있는 그런 세종시가 되야한다고봅니다.일잘하는 공무원 과연 누구를 위한 직장인입니까?
우리지역의 중소상인들은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세종시는 커가고 발전하는데 왜 소상공인들은 걱정만늘어나는지요? 한번쯤은 이론적인 수치조사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적인 문제 보완 육성이 필요할

현실은 벽 2015-04-22 01:36:57
이 글은 누구나 공감하는 글이라 생각하며 몇자 올립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세종시 신도심,늘어나는 차량과 생활편의시설,그리고 아파트입주에 따른 인구증가,(길이 좁고 주차공간이 미흡한게 흠이긴 하지만요.)
이렇게 변해가는 세종시(신도심)가 시청(시장님)의 계획과 노력인가요? 아니면 국가 시책중의 하나라 변해 가는 것인가요?취임 10달이 지나면서 과연 우리 시민들(중소상인들)이 무엇이 문제인가? 자족도시 완성은?

도담동 2015-04-14 15:58:44
희망이 보입니다. 세종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만 밀어부치면 좋은 행복도시가 될 겁니다.

임재한 세종시문화관광해설사 2015-04-14 13:34:36
시장님
말씀데로~~~
일 잘하는 공무원은 세종시 보물입니다
멋진 명품도시를 만들어 주세요
건강도 챙기시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