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런 책 어때요"
"추석 연휴, 이런 책 어때요"
  • 임영호
  • 승인 2014.09.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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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전의원이 권하는 '추석때 배깔고 보는 책 5권'

이번 연휴는 길기도 길다. 대체 휴일까지 5일이니 어떻게 보낼까 걱정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엄살일 게다. 이럴 때 배 쭉 깔고 옆에는 제사상에 올려놓았던 먹 거리를 놓고 책을 읽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한가위 같은 명절연휴에는 무거운 책은 그렇다. 나는 가볍지만 그리 가볍지마는 않은 책을 권하고 싶다.

 
먼저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이다. 장 교수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 유명한 영문학자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장왕록씨의 딸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 고전문학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편안한 느낌이 들고 금 새 은은한 향기가 마음에 퍼진다.

그는 장애인으로 어렵게 산 사람이다.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니며 감정의 상처가 있을 법하지만 오히려 우리를 위로한다. 이웃의 슬픔에 아파하는 눈물이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은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선하다. 그는 희망과 긍정을 파는 사람이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면 밤을 새울 수 있다.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도 볼 만하다. 작가 스스로가 이순신 장군이 되는 1인 층 소설이다. 빨간색의 책표지가 심상치 않다. 김훈의 문체는 간결하며 건조하나 무겁고 비장하다. 이 소설은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한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여 12척 밖에 없는 상황이후 노량해전에서 숨진 1598년까지 약 2년의 이야기이다. 지금부터 40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조정은 지금의 정치권과 별만 다름이 없다.

비열한 정치권에서 적과 임금과 조정과 대치해야 하는 장군의 인간적 고뇌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이 책을 읽으면 분노가 치민다. 뻔히 패할 수밖에 없는 전투에 일선사령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왕과 조정의 명분만을 내세워 무조건 참전시키고, 거역하자 순신을 반역으로 몰아세우고 원균에게 곤장을 때리는 그 조정이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영화 명량보다 더 느낌이 많다. 비길게 못된다.


중국작가 지전화이의 《사마천 평전》이다. 동양의 역사서 중약 130 권으로 된 사마천의 〈사기〉가 으뜸이다. 이 책만큼 후세에 영향을 준책이 있을까? 사마천은 한 무제 사람이다. 얼마나 정확한지 은나라 갑골문에 쓰여 있던 기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는 평생의 업을 위해 사관으로 있으면서 기획여행을 떠나 현장을 확인 했고 수많은 책을 탐독하였다. 사마천의 〈사기〉는 유려한 문체로 문학적인 상상력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의 일반사서와 다르게 왕과 통치자들 위주로 기록한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왕에서 서민까지 역사의 주연에서 조연까지 다양한 인물을 다양한 가치로 편견 없이 독창적으로 서술했다. 그만큼 그는 시대를 뛰어넘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그는 흉노족과 싸운 이릉(伊陵)을 변호하다 목숨 대신에 신체의 중요부위를 들어내는 부형(腐刑)을 당했다. 그러나 선친의 유지이면서 평생의 업을 이루고자하는 강렬한 열망으로 그 치욕을 이겨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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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순의 《미술관 옆 인문학》은 미술작품 해설만이 아니다. 미술작품을 매개로 인문학 고전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자박홍순은 젊은 시절 운동권 이었다. 그는 우리사회의 인문학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끼고 동서양의 고전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인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여 지레 겁을 먹는다. 그래서 저자는 흑설탕같은 아름다운 미술을 통하여 유혹 한다. 해박한 미학적이고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 속에 일어난 사회현상을 가지고 날선 인문학을 쉽게 넘나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술관이 낯설지 않다. 그리고 세상을 볼 줄 아는 매의 눈을 갖게 된다.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는 자유도, 우리가 최고로 여기는 이성도, 우리 주위의 고단한 생활에서도,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햄버거 가게에서도 삶의 의미가 숨어있다는 것을 안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본다.

이덕일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는 역사서이다. 우암 송시열은 300여 년 전 사람이다. 그는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재적 의미에서는 살아있다. 우암은 신화이다. 아직도 일종의 신비감이 있다. 조선후기에 있어서 그를 빼놓고는 어느 것도 말 할 수 없다. 그는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집권당의 영수였다. 아직도 일정부분 세력이 있다. 현재의 정치지도자와 같이 한시대의 인물은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이 정치가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조선이 망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것에 역사의 가정은 없다. 그러나 그 가정이 우리에게 교훈이나 반성으로 다가온다면 그것도 가치가 있다. 임란 후 흔들리는 주자학에서 기득권 층은 살기위해 무엇을 했고 서인들의 쿠데타 인조반정은 어떻게 평가 받아야 하는가? 주자와 꼭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가?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그들의 행위가 사대부 계급의 이익인가 노론의 당익인가? 실용과 명분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옥죄였나? 당권과 국익이 충돌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읽으면 결국 조선은 백성들의 나라가 아니고 우암의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현재에 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한다. 기득권층이 자기를 희생해야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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