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는 왜 통통하게 살이 쪘을까
미국 새는 왜 통통하게 살이 쪘을까
  • 강수인
  • 승인 2012.06.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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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분리수거 정착된 우리가 자랑스러웠던 에피소드

사람들은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잘 알기 전에는 저런 사람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 생각되는 사람도 막상 알고 보면 나름 고민거리를 하나둘씩은 안고 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그런데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에게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중부의 자그마한 도시에 살면서 한동안은 좋은 것만 보였던 것 같다.

우리에겐 없는 넓은 땅덩어리가 너무 좋아 보여 한 주(州)만이라도 떼어갖고 오고 싶은 맘이 들기도 했다. 그런 좋은 나라에서 어느 초여름 날 아침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일명 나보다 빠른 구대기 사건

주방 앞 싱크대부터 세탁기 안쪽까지 어디서 나왔는지 뽀얀 구대기가 하얗게 깔려 있었다. 구대기가 그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나보다도 빨랐다. 비명을 지르며 발도 못 떼다가 온 식구들을 깨웠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큰 것보다는 작은 문제에서 '이곳이 한국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하면서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을 느끼게 만들곤 했다.<사진은 아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있는 모습>
처음엔 주방세제로, 나중에는 락스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독하다는 락스 속에서도 데굴데굴 천연덕스럽게 굴러다니는 걸 보고 절망했다.

문제는 쓰레기 봉투였다. 며칠 전 먹다 남은 고기를 버린 게 화근이었다. 우선 쓰레기봉투를 차고 끝에 몰아놓고 남편은 구대기를 쓸어 모아 잔디밭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십여 차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 충격으로 한동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 창밖을 보고 있는데 새들이 잔디에 앉아 우리가 포기한 그것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었다. 참 기막힌 일이었다. 벌레천국, 반딧불이 사는 청정공기, 무엇이든 큼직하고 살찐 미국 속에서 나만 마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거의 되지 않고 있었다. 쓰레기봉투는 검정, 파랑, 흰색이 있는데 검정색은 무엇이든 다 버릴 수 있고 파랑색은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그리고 흰색은 잔디 깎은 것을 넣어 버린다. 수거하는 날도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 4시 이후에 내놔야 한다. 만약 이 시각보다 일찍 내놓으면 100달러의 벌금이 나온다.

제일 문제 되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였다. 한국에서는 매일 모아서 물을 빼서 버릴 수 있는데 미국은 싱크대에 달린 디스포저(disposer)라고 하는 음식물분쇄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물과 함께 웬만한 음식물은 그렇게 처리했다. 그렇지만 고기나 수박 껍질 등 과일, 떡 등은 봉지에 싸서 얼려 두었다가 일요일이 되면 버려야 했다.

일요일 저녁, 집집마다 내놓은 쓰레기가 장관이다. 미국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를 거의 안하는 것 같았다. 수거율이 30%안팎이라니 짐작이 간다. 쓰레기 문제를 겪으면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한국이 자랑스러웠다.

이웃에 사는 정 박사가 저녁에 차나 한잔 먹자고 건너 왔다. 아침부터 벌어졌던 소란을 듣고 빙그레 웃으면서 하는 말이 “미국에 왔으면 구대기 갖고 놀아야지”하는데 할 말을 잊었다.<필자 강수인은 올해 44세로 자녀 둘을 둔 가정 주부이다. 최근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면서 그곳 학교에서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자녀 교육 방식을 전해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매월 서너번에 걸쳐 잔잔한 가족 얘기를 주제로 한 글을 '세종의 소리'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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