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닦으려면 가난과 친숙해야..."
"도 닦으려면 가난과 친숙해야..."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04.11 08: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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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사 효림스님..."부처님 설법, 쉽게 전달하는 강좌 준비"

   경원사 효림스님은 "부처님 이야기를 쉽게 전해주기 위해 강좌를 마련했다" 며 "도를 닦으려면 가난과 친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의 좋은 점은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좋은 분을 쉽게 만나는 것’이 큰 장점이다. 꼭 30년 언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직업에 대해 항상 감사해하는 건 이 때문이다.

8일 우연치 않게 좋은 분을 만났다. 불가에서는 이런 걸 통상 ‘인연법’으로 풀어나간다. 철저한 복선(伏線)에 따른 만남이 아닌, 요컨대 원인을 찾기가 애매한 만남을 ‘인연’(因緣)으로 얼버무린다. 그렇게 하더라도 크게 어색하지 않는 게 세상사다.

효림스님.
그는 이미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필자만 몰랐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모른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날 이 말을 통감했다.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나근한 봄날.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에 소재한 작은 절 경원사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오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세달동안 ‘알기 쉬운 불교 강좌’를 연다. 일종에 문턱 낮추기이고 대중 속에 파고드는 불교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부처님 일대기를 얘기하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불교 철학과 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강좌입니다. 그동안 교리 중심으로 법문을 하다 보니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쇠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방에 들어가자 효림스님은 “부처님 삶 자체가 감동적이고 서정적이어서 신도와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글씨"라고 하면서 요즘은 서예에 푹 빠져있다.

아직 잔 추위가 남은 탓인지 스님은 ‘미키 마우스’ 로고가 새겨진 도타운 옷 위에 승복을 걸치고 있었다. 평안한 느낌에 신중한 행동과 쉬운 단어로 얘기하는 세상 일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시골 고향에 온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현대인은 개인주의와 자유분방한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다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핵가족을 구성해서 살다보니 협력하고 화합하는 정신이 부족하다고 봐요.”

요컨대 자기주장은 강한 반면 남의 말에는 벽을 쌓아버린다는 얘기였다. 이런 예는 가족 간에도 흔해 부모 형제간에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패륜적인 일들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그게 불법을 지키는 종교인으로서 못마땅했던 모양이었다.

“아시다시피 부처님은 자비사상으로 복잡한 인도사회를 통합시켰습니다. 또, ‘ 왜 협력이 필요하고 화합이 있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그걸 배우자는 겁니다.”

부처님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하는 방법으로 ‘알기 쉬운 불교 이야기’ 강좌를 기획했고 수단으로 자신이 쓴 시집 ‘부처님 일대기’를 준비했다. 서사시 형태로 쓴 이 시집은 갈등과 전쟁, 분열의 인도사회를 어떻게 통합했는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 인도사회와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판단했다.

효림스님은 사회참여를 통해 변화를 일으키려는 종교인 중의 한 사람이다. 사회적 잣대는 그를 진보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스스로는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는 정권교체에 힘을 쏟았고 이후에는 민주주의, 북한 주민 돕기 등 사회적인 화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현대인에게 보편적 가치는 바로 인권입니다. 이건 성향과는 상관없는 기본권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인권법 제정을 위한 위원회에도 참여했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부정부패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국가 부패방지위원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효림스님은 전태일 문학상 특별상을 자청해 받았으며 시인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경력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사회적인 시각에상관없이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인권은 기본가치이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이 얘기는 좀 더 이어졌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대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외국과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것에 비하면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국가가 인권을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인터뷰 도중 가끔씩 차를 권하면서 자기 주장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했다. 껄껄껄 웃기도 했지만 그게 어색한 분위기를 되잡으려는 웃음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웠고 오랫동안 몸에 밴 그런 모습이었다. 인권과 함께 잠시 동안 얘기는 ‘저항정신’으로 연결됐다.

“불의에 저항할 줄 모르는 국민은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충분한 저항정신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학생들에게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저항정신을 사회를 바로 잡고 역사를 발전시킵니다.”

효림스님은 경남 거창이 고향이다. 고향 이천중 2학년 때 친구따라 무주 구천동 백련사에 갔다가 “1년 만 도를 닦으면 부처님이 된다”는 자고스님의 말에 속아(?) 출가했다. 조선 명종 때 효간공(孝簡公)이라는 시호를 받을 정도로 거창 북상면 갈계리 명문집안이었던 은진 임씨 14대 종손이 출가를 했으니 난리가 났다.

“1년 후에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못가고 있습니다. 허허허! 나도 속고 부모님도 속고 그랬죠.”

1년 도(道)를 닦다보니 보통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장부가 태어나서 할 것은 이 것이구나 하고 끝까지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아먹었다. 집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종손을 향해 러브콜을 계속 보냈다. 절을 지어줄 테니 제발 돌아오라였다. 그게 20대 중반의 일이었다.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봉암사 등 유명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참선수행으로 마음을 갈고 닦았다.

“지금 45년이나 됐는데 도가 통했을까요. 하하하!”

40대에 불교신문사 사장을 거쳐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실천불교 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 굵직굵직한 이력이 45년 안에 들어가 있다. 2011년 세종시로 와서 경원사라는 자그마한 사찰에 기거하고 있다.

   쌉밥집으로 옮겨진 대화는 공부하는 스님들로 부터 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동안 시도 쓰고 글도 많이 썼지만 요즘에는 서예에 몰입되어 있다. 어릴 적부터 글씨를 잘 쓴다고 해서 착각을 했다고 겸연쩍어하면서 “해 본 것 중에 가장 즐거운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씨와 함께 제대로 된 시(?)를 쓰고 싶어 했다. 마음의 감흥에 따라 움직이는 시가 아니라 목적을 가진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맨발로 오신 부처님’이 바로 그것이다. 부처님 일대기, 즉 이번 강좌에 교재로 사용되는 시집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더 만들기를 원했다.

‘왜놈 시대’라든가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 죽음으로 애절한 사랑의 종말을 고한 ‘기생 강명화’ 등등...

그는 전태일 문학상 특별상 수상 작가이다. 전무후무한 특별한 상이었다. 효림스님 스스로 심사위원에게 특별상을 달라고 자청한 결과였다.

“물론 지배층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전태일의 영향을 입었습니다. 산업화 일변도로 치닫는 과정에 노동법을 지켜달라는 요구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노동자가 법을 지키게 해달라는 그의 요구는 곧 지금의 인권과 같습니다. 그래서 상을 만들어서 달라고 했습니다.”

얘기는 먹고사는 쪽으로 흘렀다.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그걸 들먹이면 어쩐지 세속적인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스님! 절이 이렇게 먼 곳에 있어서 시주가 잘 들어옵니까.”(기자)
“그게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살만큼 들어옵니다.”(효림스님)

비우기 위해 도를 닦는 스님에게 채우기를 질문했으니 참으로 우문(愚問)이었다. 그는 ‘살만큼’으로 현답(賢答)을 했다. 그 다음 얘기는 더욱 더 ‘어리석은 질문’으로 만들었다.

   오는 13일부터 석달동안 불교강좌가 열리는 경원사 전경
“스님이 도를 닦으려면 일단 가난해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자이어야 하지만 스님은 가난과 친숙해야 합니다.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절이 가난해서 좋습니다.”

그는 현재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세종시가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함께 섞여 살면서 나이도 적당히 있고 외부에서 왔으니 함께 책임지라는 뜻에서 시켰다며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효림스님과의 사담은 조치원읍 쌈밥집으로 이어졌다. 즐거운 하루였다. (연락처)010-907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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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안 2014-04-26 09:32:36
우연히 효림스님 검색하다 최근소식 듣게돼 반가웠습니다.시간내어 스님뵈러 가야겠습니다.

예뿐여우 2014-04-14 09:12:46
물처럼 더 낮은 곳으로.............
이 한귀절에 모든 사물의 이치가 다 들어있네요~
귀하신 분 만날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님 수고많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