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망울 못잊게 하는 후배"
"초롱초롱한 눈망울 못잊게 하는 후배"
  • 심은석
  • 승인 2014.03.05 08: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칼럼]고 김호철 전 공주경찰서장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고 김호철 공주경찰서장. 과로사로 추정되는 갑작스런 죽음에 경찰 가족 모두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첫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사무실에서 아침 회의를 준비하던 8시, 소식 들었느냐며 애통한 소식을 전해주는 직원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찌 그런 일이, 이제 40대의 열정적인 경찰서장이 관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고 김호철 서장은 공주서장 부임 후 45일 만에 처음으로 관외 여행원을 신청하고 지난 삼일절 오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 있는 자택에 갔다. 3월 2일, 가족이 다음날 새벽차를 타고 내려가라는 간곡한 만류를 뒤로하고 공주에서 챙 길일이 많다며 밤 9시 마지막 버스를 타고 공주에 다시 내려와 오후 11시께 관사로 들어갔다.

이날 밤 12시 30분 공주서 수사과장과 직원들에게 SNS을 통해 업무를 보고 받고 ‘피의자 인권 보호에 유의하며 야간주거침입절도인지 준강도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한 게 마지막 업무지시였다. 그리고 새벽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되었다. 과로사로 추정 된다고 한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 날마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에도 고마워 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을 관사에서 홀로 지내는 나도 불안한 마음에 건강을 다시 생각해 본다.

김 서장은 지난 1월 21일, 61대 공주경찰서장으로 취임해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하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공주시민을 위해 노력했다. 주민과 협력하며 함께하는 눈높이 치안활동과 당당하고 품격 있는 경찰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여 직원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내 고향이기도 한 공주서장, 부임하여 자리 잡히면 소주 한잔 하자는 약속도 지키지 못해 못내 안타깝다. 50일 만에 집에 갔으면 하룻밤 더 자고 가라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근무지로 내려왔다는 책임감에 머리가 숙여진다.

장례식은 3월 5일 오전 9시 박상용 충남경찰청장을 장례위원장으로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치루었다. 공주경찰서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한줌 재로 되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구암사에 안치한 후 국립현충원에 안장 예정이다. 어제, 이성한 경찰청장과 지휘부가 조문하고 경무관에 추서, 임명장과 훈장을 추서하였다. 싸늘한 날씨에도 공주시민, 동문, 경찰 가족 등 많은 분들이 위로하시고 조문해 주셨다.

1984년 10월 즈음 처음으로 고인을 만났다. 고등학교 2년 후배였지만, 당시 나는 경찰대학 1학년 학생으로 모교에 경찰대학 홍보 차 내려가서 후배 학생들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경찰대학에 입학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꼬치꼬치 물었었다. 그 진지한 눈빛에 한참을 얘기하면서 꼭 대학에 합격해서 만나자고 격려하였다.

대부분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시골에서 농사일로 대학 보내기는 더욱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4년간 국비로 학비와 숙식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당시 파출소장급인 경위로 임관하는 경찰대학은 큰 매력이었다. 이미 선배 기수들은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보여 전국 고등학생들의 관심이 높았었다. 1년 후, 고인은 경찰대학에 합격하여 그 뒤 30여 년간을 대학 후배로, 고향 후배로 안부도 묻고 고충도 얘기하던 그런 후배였다.

오늘 새벽, 서재에서 그가 보내 주었던 22년 전에 그가 쓴 책을 꺼내 보았다. 책을 좋아하여 늘 서재에 놓아두고 보던 그 책 머리에는 고인의 싸인이 되어있었다. 선배님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1992년 12월 4일, 김호철드림.
“ 친구여 우리 붓다가 되자”는 산문집이다. 책 머리부터 어려운 얘기들이 가득하다.

-누가 나에게 직업을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경찰관이라고 대답한다.
경찰은 진실을 찾는 직업이다.
누가 범인이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진실을 찾는 것이 수사다.
그래서 나는 경찰관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또 나에게 종교를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불교라고 말한다.
불교 또한 진실을 찾는 종교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왜 생기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뛰어 넘을까 노력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진실, 그것은 우릴 감격하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지 않는가?
진실은 우리를 아름답고 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고인이 된 김서장이 열 두 살 때 부친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4형제의 장남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부여 은산의 산골에서 그 지난한 세월을 어떻게 이겨왔는지?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끝없이 방황했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 챙겨보지 못한 후배의 고단했던 삶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오열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당신의 고단했던 삶이 서러워서 울었고, 지난 경찰 26년간 비슷한 긴장감에 마음 졸엿던 지난날들이 애달파서 눈물이 났다.

세상이 잠들 때까지 잠 못 들며 지역의 안전과 치안을 걱정했던 고인을 추모한다. 마지막 자정이 지난 그 늦은 시간까지 책임감에 노심초사했을 그 간절한 마음을 추모한다. 떨어지는 잎새에도, 흔들리는 달 그림자에도 깜짝 놀랐던, 경찰지휘관의 아픔을 추모한다. 누구든지 혼자 가야 하는 길, 하지만 결코 외롭지 않으시길,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우리 오천여 충남경찰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삼가, 다툼이 없이 평화로운 곳, 범죄 없는 안전한 곳, 미움이 없이 사랑이 가득한 곳, 그곳에서 편히 영면하시길 기원 드린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으시는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드린다. 고인의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충남경찰은 국민속에서 국민의 눈 높이에서 함께하는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거친 항로를 계속 할 것이다.

<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후적거사 2014-03-05 12:27:39
"친구여, 우리 붓다가 되자'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생치안을 책임지고 열정적으로 일하시다가 영면하신 김호철 서장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합니다. 너무 애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