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체계적인 치료 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체계적인 치료 필요
  • 심은석
  • 승인 2014.02.15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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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외상 스트레스, 사회적인 관심 급선무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직 겨울인가 보다. 강원도는 폭설이 내려 온통 눈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연일 계속되는 조류 인플렌자 (AI) 확산 저지를 위한 방제와 방역, 발생 지역의 예방적 가금류 살 처분 등, 공무원, 경찰과 관계당국의 힘겨운 싸움이 한창이다.

소치에서는 동계올림픽 금메달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데, 아직 봄은 멀었나 보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액운을 떨치는 전통적인 불놀이 기원으로 희망찬 새 봄 소식을 앞당겼으면 좋겠다. 아직은 춥지만 봄이 오는 길목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어느새 개천에는 버들나무 봉우리가 맺히기도 했다. 맨 처음 봄소식을 전하려고 눈 속에서도 매화는 붉은 눈망울을 피어낸다. 지난 한 겨울, 몸과 마음을 얼렸던 아픈 상처들은 보듬어야 한다.

연일 계속되는 AI 방역 현장에서 동원된 공무원의 과로, 질환, 외상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8건이 발생하여 345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 처분 되었다. 충남지역도 189천마리가 살처분 되었고 천안 풍세지역에서 추가 조치가 예고되었다. 날마다 닭, 오리 살 처분, 매몰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격무속에서 감염된 가금류를 끌어내면서 살려고 버둥대는 닭과 오리를 살 처분, 매몰해야 하는 고통을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경험 뒤에는 불안이나 식욕 부진, 불면증과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도 일어날 수 있어서 반드시 증상을 확인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위험에 그대로 노출 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지난 2011년에도 구제역 매몰처분 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 등 72명이 당시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과 규정에 따라 전염성 질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감염동물, 접촉한 동물, 동일 축사의 동물 등을 죽여서 '처분'하는 것이지만 그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더불어 조류 인플레엔자 발생이후에 시중에는 닭은 49%, 오리는 64% 소비가 급감 했다고 한다. 사육 농가는 판로가 없어 걱정이고 많은 관련 식당들은 폐업 위기라고도 한다.

정월 대보름날에 정부 42개 부처에서는 대대적인 달, 오리 소비 촉진 행사를 가진다. 충남도와 경찰에서도 닭 50% 할인 판매행사와 소비 촉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날마다 구내식당에서 닭고기를 1회 이상 제공하거나 직원들의 회식은 가급적 오리집을 이용한다. 끓여먹는 닭과 오리는 절대로 안전하다고 한다. 할인된 가격에 판매 한다고 하니 많이 소비하시길 기대한다. 추운 겨울이 물러가듯이 따뜻한 봄 기온에 AI 바이러스가 전부 소멸되기를 기원한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진 오늘날, 사람들은 살상, 폭력등 범죄현장, 교통사고, 재해와 전쟁과 테러 등 다양한 외상 사건들에 매 순간 노출되어 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란 심한 외상을 겪은 후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사건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이나 악몽 등이 보이고, 자주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심한 불안감이나 우울감,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심각한 외상의 경험은 신체 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일으키고 뇌 구조와 기능에까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사건 경험 이후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한 고통이 심하거나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장애를 초래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누구든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 인구의 8%가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베트남 참전 용사의 약 30%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다고 한다.

극도의 외상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다는 느낌, 반복적으로 사건이 회상되어 다시 기억나는 것을 회피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게 된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스트레스와 기억을 빨리 해소하도록 전문 힐링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홍성 소방서는 충남에서 최초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자가 치료실을 설치해 힐링공간으로 운영한다.

PTSD실은 89㎡규모로 영상, 음악 등을 통한 심리안정을 케어하는 마음케어룸 , 전신안마시설로 근육 이완을 통한 신체적 안정을 위한 바디 케어 룸 , 동료 간 대화, 소통 룸 , 스트레스, 우울증 지수 측정 및 상담을 위한 건강 상담 룸 등 4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이는 화재, 구급 등 현장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와 늘 비상출동 대기근무로 피로가 누적돼 있는 소방공무원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도 세종경찰서 근무 때, 단전호흡과 수련 등, 명상과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기도 하였다. 지역 기관들의 작은 노력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치료와 사후 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지난 26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살인, 폭력 등 다양한 사건 현장을 경험하였다. 수 십년이 지났지만 범죄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게 처리 하였던 끔찍한 변사체의 모습은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폭력이 난무하고 수 천개의 화염병이 불타던 시위현장의 두려움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냥 기억으로만 지워지지 않았을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필자는 그러한 스트레스를 잘 극복한 것 같은데, 아마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그러한 환경에 노출 되었다면 안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충남경찰은 범죄와 사건 현장에서 범인 검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육체적, 정신적 치료와 힐링에도 많은 관심과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가 전국 15개 지방경찰청에서 피해자 치료와 보호, 수사를 신속하게 하고 있고, 112 통합센터를 통한 모든 사건 사고의 통합과 관리를 일원화 하고 117 전용 전화등을 통한 학교 폭력 피해자 상담과 치료, 알선을 함께 하고 있다. 흔히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마음의 질병이라는 스트레스성 정신질환과 우울증이 육체 질환과 상처보다도 심각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치료와 힐링 프로그램, 법적 정비가 획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끔찍한 사건, 사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범죄 피해와 사고, 재난을 당한 피해자의 치유와 힐링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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