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을 기념하는 ‘야생화 전시회’가 2일부터 연기군 서면 월하천로 연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려 오는 4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소박하면서도 쉽게 싫증이 나지 않는 야생화는 모두 500여점이 선보이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연기군 야생화 동호회원 40여명이 7년째 소장품을 출품, 야생초, 석부작, 분경, 야생목 등 평소 손 떼가 묻은 작품을 전시, 판매하면서 우리나라 야생화의 알려지지 않는 부분을 홍보하기 위한 마련됐다.
수익금 중 일부는 야생화를 개량, 보급하는 기금으로 사용하며 야생화 심어주기, 우리 농산물 홍보 및 판매, 비누 만들기 등 각종 부대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이날 출품된 작품에는 검소한 야생화에다 무늬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야생초, 그리고 돌과 야생초의 조화로움을 표현한 석부작, 촌스런 이름의 야생화 등이 출품자의 이름표와 함께 연기농업기술센터 마당 한 켠을 장식했다.
방울 모양을 한 ‘은방울 꽃’, 화려하고 이쁜 꽃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이름 ‘깽깽이 꽃’, 꿀 풀과로 잎에 얼룩이 들어 훨씬 돋보이는 ‘조개 나물’, 외대로 나와서 그 끝에다가 꽃을 올리는 ‘홀아비 꽃대’ 등등... 시중 꽃 가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꽃들이 흰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꽃들은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았다.
백두산에서만 피는 ‘백두산 구름 꽃’도 이곳에 있고 노루가 뜯어먹고 암컷 30명을 거느린다는 전설의 정력제 ‘삼지구엽초’, ‘제주 세우란’, 도깨비가 가지고 있을 법한 ‘도깨비 부채’, 북한 주민들에게는 식량 기근에 구황나물이 되었을 ‘개병풍’, ‘꿩의 비름’과 흔한 분홍 앵초가 아닌 ‘흰 앵초’ 등 토속적인 이름의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었다.
풀벌레와 함께 자라는 키 작은 들꽃들의 전시는 순박했던 코흘리개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우물가 작은 도랑 옆을 지나는 착각을 가져오게 했다. 그만큼 우리 꽃이라는 사실이 친근감을 주고 우리가 가꾸고 아껴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연기 야생화 동호회’의 이번 전시는 ‘판매’라는 수익성은 보이지 않고 ‘우리 것을 살리고 이어 간다’는 책임감이 함께 좌대 위에 올려져 있다고 하겠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들꽃’이라는 시가 걸린 교보문고 앞을 지나면서 연기야생화 동호회의 세종시 출범 기념 전시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전시회 첫날 연기어린이 집 아동 50여명이 맑은 눈으로 야생화를 보면서 즐거운 표정을 보였다. 전시된 꽃 못지않게 어린이들이 또 다른 야생화였다.
오전 11시에는 각급 기관장과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꽃 마당 한 가운데서 오픈식을 가졌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꽃밭에서는 욕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연기야생화동호회 이주호 회장은 모시는 글에서 "새 생명이 움터오는 아름다운 게절 5월, 세종시 출범을 준비하는 봄의 길목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며 "이슬 머금고 피어나는 한 포기의 야생초를 정성껏 가꾸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야생화로 여러분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은 저녁 9시까지 전시되고 금요일인 4일은 오후 3시까지만 관람객을 맞는다. 이왕지사 토, 일요일을 끼고 전시를 했으면 좋으련만 평일에만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에 한정되는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