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신기정씨, 장애극복 ‘대기업 취업’
충남대 신기정씨, 장애극복 ‘대기업 취업’
  • 금강일보
  • 승인 2013.11.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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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정씨
“신체적 불편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 충남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신기정(사진·4년) 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배어있다. 그는 선천성 청각장애자(2급)다. 그러나 그에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신 씨의 이 같은 인생철학은 최근 SK텔레콤 정규직 취업으로도 이어졌다. 타인과의 ‘다름’을, 사회와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던 ‘벽’을 허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취업은 취업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그가 병원을 통해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 마음에 ‘조금 불편하다’라는 정도로 생각했던 그에게 전문의의 중증장애 판정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청각능력은 보청기 착용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만큼 점차 심각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청각을 잃었어도 언어구사 능력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리로 듣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을 보고 이해하는 까닭에 대화의 집중력은 오히려 높은 편”이라는 그는 “전화로 대화하거나 멀리 떨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다만 상대방은 내 목소리가 크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자신의 신체적 상황을 설명했다.

청각능력의 불편함은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고교 재학 당시 이과를 택한 것은 소리를 듣고 표현해야 하는 문과를 피해서였고 대학 진학 때 전기공학과에 입학한 계기는 혼자 실험하고 연구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의 판단은 고교생활 중 일정 부분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달랐다. 낯선 장소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년이 높아지고 전공수업 비중이 커지면서 어려움은 배가 됐다. 생소한 전공용어와 시간을 다투는 수업과정이 청각을 잃은 신 씨에게는 버겁게 다가온 게 사실이다. 반면 이 무렵 접하게 된 ‘장애학생 도우미 지원 사업’은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사업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선발된 도우미 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의 학업과 생활을 돕고 장학금을 지원받는 제도로 신 씨에게는 이 같은 도움이 대학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는 “고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제법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대학 입학 후부터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이 때문에 좌절하는 시간도 있었다. 특히 전공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부터 점차 성적도 올랐고 대학생활의 재미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실제 신 씨의 대학 성적표는 2학년 당시 평점 2.5점에서 3학년 3점대, 4학년 4점대로 수직상승했다.

지난 여름에는 여세를 몰아 SK 텔레콤 상반기 인턴십에도 참여했다. 또 이를 계기로 최근 실시된 해당 기업의 정규직 신입사원 모집전형에 지원,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게 된 그다.

신 씨는 “장애는 단지 불편함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 불편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할 수는 없다. 장애가 있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니 ‘벽’은 자연스레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또 “전공을 살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한 만큼, 이 분야(네트워크)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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