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살아있다니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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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11.15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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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시집 온 메리안 사페씨, "하이엔이 고향을 휩쓸어..."

   필리핀을 초토화시킨 태풍 '하이엔'이 휩쓸고 간 지역에서 온 이주여성 메리안 사페씨는 가족 생사 확인까지 뜬 눈으로 지새웠다.
“태풍 피해가 보도되고 나서 4일간 매일 매일 울었습니다. 부모님 생사도 확인이 되지 않아 정말 슬펐습니다. 어제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안심을 했습니다.”

태풍 하이엔이 필리핀 일로일로 시를 휩쓸고 지나갔다는 소식에 가족들 생사 걱정에 뜬 눈으로 지내다시피한 메리안 사페씨(28)는 고향 가호이 기안 사마르 지역이 초토화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생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로 걱정이 바뀌었다.

15일 오전 11시 자신이 사회복지 도우미로 근무 중인 조치원읍 사무소에서 만난 사페씨는 푸석푸석한 얼굴로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다는 데...”라고 근심스런 표정을 짓고서는 “할머니께서 무릎을 다쳤다는 데 그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에는 부친 라몬씨(55)와 어머니 로사리나씨(50)를 비롯해서 남동생 1명과 여동생 4명, 그리고 할머니가 고향에서 살다가 이번에 태풍 벼락을 맞아 겨우 몸만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애태우던 중 어제 밤 페이스 북에서 연결된 이모로부터 ‘가족들 무사’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재 피해있는 곳에서 이모 댁으로 갈 수 있는 차비가 없어 여전히 굶주림과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밤마다 울었어요.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는 데 걱정이 많이 됐어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연락을 시도했는데 되지 않아 애가 탔습니다. 다행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어 한 숨을 돌렸습니다.”

지난 2008년 남편 이모씨와 결혼 후 조치원에서 줄곧 거주하고 있는 사페씨는 “읍사무소에 계신 분들과 필리핀에서 온 언니들이 너무 잘해주어 큰 힘이 되었다”며 눈물을 훔치면서 “빨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전화가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이번 태풍을 여자 이름인 ‘요 란다’로 불리고 있다. ‘요 란다’가 휩쓸고 간 고향 동네는 이제 ‘볼 수도, 갈 수도’없는 지역이 되어 버렸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집이 다 날아가고 물건도 없어졌다니 할 말이 없지요. 저는 이제 돌아갈 고향도 없게 됐습니다. ‘엄마가 많이 울었다’는 말을 이모로부터 듣고 너무 슬펐습니다.”

이하늘(5), 이하늬(4), 두 자매를 키우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는 그녀는 “이제는 읍사무소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필리핀 동료들이 자주 위로해줘 힘이 되고 있다” 며 “열심히 일을 해서 도우미로서 역할을 잘 하는 게 주변의 도움을 갚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운식 조치원 읍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조만간 태풍 피해를 입은 사페씨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고 이역만리에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달래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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