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납치 여성의 울먹이며 신고
어젯밤 납치 여성의 울먹이며 신고
  • 심은석
  • 승인 2013.11.10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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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112 신고 시스템을 돌아보다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초겨울 날씨다. 맑고 파란 하늘이 막바지 가을을 재촉한다. 무성했던 잎들은 자기의 색깔로 갈아 입더니 겨울 나들이 채비하며 땅에 떨어져 뒹군다. 새봄을 기다리는 거름이 되어 올겨울 혹한을 견딜 힘을 기른다.

아름다운 날들이 가득했던 가을을 뒤로 하고 겨울 채비에 바쁘다. 휴일 아침 저 남쪽 나라 필리핀에 태풍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고 자연재해 없고 사계절,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큰 행복이 아닌가?

내포에 정착한 충남경찰은 새 단장을 마치고 11월 12일 10시 30분 그 힘찬 새 출발의 개청식을 갖는다.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하고 오찬도 같이 하면서 신명나는 집들이가 될 것 같다. 오후 네시부터는 국립경찰교향악단이 준비한 개청 축하 음악회가 성대하게 준비 되어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충남경찰 4,900여 전 직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속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도민을 진심으로 섬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많은 소중한 분들이 개청식에 오셨으면 좋겠다. 개청식 이후라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격려와 성원을 주셨으면 좋겠다. 충남경찰청이 내포로 이전하면서 많은 것이 변화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112 통합 지령실 운영과 고객 만족 모니터제 운영이 큰 변화다.

작년 3월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은 112 시스템에 대한 전국 경찰의 개선과 정비가 이루어진 계기가 되었다. 작년7 월부터 전국 통합 112 시스템을 16개 지방경찰청별로 실시 하였는데 시스템 구축에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내포로 이전하면서 시스템을 정비하여 마지막으로 충남경찰이 시행하면서 전국의 112 신고체계는 전국경찰이 통합되어 일사 분란하게 접수와 지령, 통제를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밤 11시경 충남을 지나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납치 되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울먹이는 여성의 신고전화를 받았다. 수원 사건의 악몽에 대한 기억도 있어 긴장하여 긴급 공청과 위치 확인, 주변 순찰차의 긴급배치로 40여분만에 용의자를 검거하고 피해 여성은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지난 한달 사이 멕시코에서 보낸 신고 문자로 천안에서 자살자를 구조하였고, 편의점 강도사건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필자가 충남경찰 상황관리 책임자로 있던 시간대에 사건이 발생하였고 특히 신속히 검거하고 피해자를 구조하여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있었다.

엊그제 11월 2일은 경찰이 정한 ‘112 범죄신고의 날’이었다. ‘112 범죄신고의 날’은 지난 1990년 제정되어 범죄신고를 활성화 하고 생활주변의 불법과 범죄, 사건 사고를 보면 신고해 주도록 홍보 취지로 제정되었다. 미국의 911전화처럼 112 전화는 모든 국민의 안전과 범죄 예방, 사고와 사건으로부터 구조 받을 수 있는 생명의 전화가 아닌가?

지난해 112 신고건수는 1,177만 건으로 90년 52만 건에 비해 22년 만에 정확히 22배 증가했다. 금년 9월까지 벌써 1,447만 건이 접수돼 연말에는 2,0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상반기 112 신고 899만 건 가운데 휴대전화를 통해 접수된 신고가 67.1%(603만건)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민의 휴대전화 소지는 신고를 증가 시킨다. 경찰은 이처럼 휴대전화 생활화 등 통신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문자메시지 신고를 도입하고, 전자지도와 연동해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조회하고 공청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12신고, 경찰은 여러분 가까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잠들 때까지, 범죄가 잠들 때까지 경찰은 잠들지 않습니다. "5분 이내의 출동"이라는 홍보문안처럼 국민이 도움을 원할 때 최단시간내에 출동하여 처리해 주는 112 시스템은 안전한 대한민국의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생활민원과 경찰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생활 민원은 전체 신고 중 51.8%를 차지하고 있으며, 허위·장난 신고도 작년 대비 9월말 14.5% 증가했다. 이런 신고에 경찰력 낭비는 긴급게 필요한 위험에 처한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불필요한 신고는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장기 상담전화는 182나 학교 폭력 등 관련 전화는 117로 분산했으나 아직도 생활의 불편사항은 대부분 112로 하는 현실이다. 실제로 112신고는 다급한 위기 상황이 많은 만큼 경찰에서도 단 1초라도 빨리 조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계속되는 장난, 허위 전화나 생활 민원전화로 지연되는 사례도 많아 안타깝다. 또한 주취자들의 행패, 폭력사건등으로 현장에 즉시 출동하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또한 112지령실은 전화상으로만 신고자와 대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침착하고 경험이 많으며 통찰력이 있는 직원들로 24시간 대처하고 있다. 술에 취해 욕설을 하거나 성회롱이나 허위 전화에는 엄격히 대응 하도록 관련 법규의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

전국민의 휴대폰 소지등 사용자가 급증하여 신고건수도 급증하고 신고시간과 접속도 단축되었지만 그에 반해 경찰의 대응력은 아직 한계에 있다. 교통정체와 부수적인 신고사건 처리와 한정된 장비와 인력으로 21시 전후에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신고에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112 신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장난전화와 악의적인 허위신고나 범죄를 가장한 음해성신고는 많은 경찰력 낭비 뿐 만 아니라 모든 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현장 경찰관들을 더욱 피곤하고 혼동 스럽게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911 신고 등 긴급전화로 경찰이나 소방관이 출동한 경우에 사안에 따라 일정한 부과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아파트 열쇠를 잃어버렸거나 벌집을 제거하거나 이웃간의 소음이나 등산증에 다쳐서 신고하여 많은 인력과 장비가 출동하여 더 위험하고 필요한 사건 사고에 즉응 할 수 없는 사례도 생겨난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많은 신고를 하거나 많은 부적절한 서비스를 요구 하여도 비용부담이 없다. 명백히 허위 전화나 장난전화가 아닌 한 별도의 책임도 없다.

우리나라는 치안재 등 공공재의 사용에 무제한으로 봉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폭증하는 112 전화에 일일이 정성을 다하고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투입하기 위해서고 신속히 즉응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신고전화에 사안에 따른 비용 부담도 고려하여 적정한 신고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 주인이 없는 공유지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폐허가 되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처럼 공공재는 모두가 공짜라는 생각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로 정작 필요한 사람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불합리한 점도 있다.

점점 증가하는 112 신고 전화에 24시간 긴장 속에서 신고내용을 분석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에게 신고정신의 함양과 함께 절제되고 상식적인 치안 서비스 요청을 기대해 본다.

<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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