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들 화날수록 진정하세요”
“학부모님들 화날수록 진정하세요”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3.10.31 12: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도성 칼럼] 일선 공무원에게 마구 막말…세종시교육청 몸살

              신  도  성 편집위원
세종시교육청의 한 공무원이 화를 삭이지 못해 옥상에 올라갔다고 한다. 민원인으로부터 한 시간 넘게 갖은 폭언을 받으며 시달리고 나서 공직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 공무원은 사무실에 내려와서도 일손이 잡히지 않았고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의기소침해 하며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세종시교육청에는 첫마을 형성 후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는 등 신설 학교를 둘러싸고 민원이 급증하면서 원도심 지역의 10배 정도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공무원들은 민원 전화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민원인의 전화 언어가 갈수록 강해져 언어폭력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서 하는 전화라고 해도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고 막말에다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데 질린다는 하소연이다. 교육청공무원이 “법이 그렇게 되어 움직이지 못 한다”고 하면 “왜, 법을 거론하느냐”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상대를 깔아뭉개는 것도 모자라 “니들이 무슨 법을 논하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요금을 받는 여자근무자 중에 절반 이상이 운전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도는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게 사나워지고 있다. ‘갈등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판에서부터 교육계에 이르기까지 언어폭력이 심각하다.

옛날부터 공직자들이 갑(甲)이고 백성들이 을(乙)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종종 민원인이 갑이 되어 공직자들을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상을 실감하면서 잘못하는 공직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만 생각하여 나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상대 입장을 무시하는 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 

세종시교육 예정지역 취학인원 예측 실패 “학부모 뿔났다”

스마트스쿨을 지향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교육이 학교 신설을 놓고 당초부터 잘못된 학생수요예측의 여파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첫마을 교실대란에 이어 통학구역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세종교육이 이번에는 학교증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안타깝다.

한 예로 세종시교육청이 1생활권 19개 학교에 대해 학생 수용인원이 넘친다며 증설·증축 계획을 밝히자 여기에 포함된 도담중·고 학부모들이 학교증축에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을 들 수 있다. 학부모들은 “개교한지 일 년도 안 된 학교를 증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지를 마련해 학교를 다른 곳에 추가로 신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사가 강행되면 학생들의 안전도 문제이고 학교생활도 지장을 초래한다며 극구 반대한 것이다.

당초 교육청은 중학교의 경우 3세대 당 1명의 학생을 예측하여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6세대 당 1명의 학생 수를 고집하여 학교를 지었다는 것이다. 예정지역에 대한 취학인원 예측 실패로 교실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개교하자마자 증축해야 하는 한심한 현실에 학부모들이 화가 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세종시교육청은 지금 홍역을 앓고 있다. 학교 건축이 건설청의 소관이어서 학교를 짓고 난 후 교육청이 인수받기 때문에 잘못된 사항을 교육청이 몽땅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도담중·고의 경우에는 각각 24학급에서 39학급으로 증축이 예정된 상황이다. 증축대상인 다른 학교가 모두 개교 전인 반면 이들 학교는 이미 지난 3월 개교·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반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학모들의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면담을 회피하는 등 시교육청 측의 안일한 대응은 학부모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시킨 것으로 교육청이 잘못 한 일이다.

급할수록 머리 맞대고 해결책 모색해야…“욕설만은 피하자”

교육청은 여전히 교실대란을 막기 위해 학교 증축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행복청과 협의해 학교용지를 추가 확보한 5개교에 대해서는 학교신설을 추진하고, 용지가 미 확보된 19개교에 대해서는 최대 36~48학급 규모로 증설 및 증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가기 위해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당장 땜질식으로 추진하는 시교육청이나 우격다짐으로 욱박지르는 일부 학부모들의 방식은 빨리빨리가 낳은 한국산 처방전이다. 화재로 몇 년 만에 급하게 복원한 국보 1호 남대문이 졸속공사가 드러나 세계적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 행복청이 잘못했건 교육청이 잘못했건 과거는 지나갔다. 이제 현실은 학급이 모자라 학생을 받지 못하는 눈앞의 급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세종시에는 국무총리도 있고 교육부장관도 있다. 정부차원에서 적극 나서서 학교 신설을 할 수 있는 곳은 하고, 학급 증설이 불가피한 곳은 불편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종시민에게 간절히 당부드리고 싶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시민들은 이제 충청권 양반도시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그리고 지구촌이 바라보는 명품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민원때문에 성질난다고 폭언을 마구 내뱉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정당한 일이라도 성질내는 사람이 진다고 가르쳤다. 말단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민원에 대하여 2013-11-01 16:05:46
민원인들의 지식 수준이 높고
사회적 수준 또한 높아지면서
스마트한 민원의 발생이 많아지겠요.
그렇지만
동시 다발적인 집중공격식의 민원 제기 보다는
대표단을 구성한
체계적 민원 제기를 해 보심이 어떠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