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사라진 할머니의 고추
감쪽같이 사라진 할머니의 고추
  • 심은석
  • 승인 2013.10.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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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수확철 농축산물 절도 기승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강렬한 햇빛에 농산물은 탐스럽게 여물었다. 해질녘 팔순을 바라보는 구부러진 할머니가 마을 어귀 큰 길에 이어지는 진입도로에 고추를 널었다. 비닐을 바닥에 깔고 뜨거운 콘크리트 열기와 햇빛에 빨간 고추를 널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할머니는 깜짝 놀란다. 분명히 이곳에 고추 두 가마니를 널었는데 없어졌다. 비닐 채 말아서 어디론가 떠난 자동차 바퀴 자국만 선명하다. 온 여름을 인내한 빨간 고추였기에 할머니의 상한 마음은 고추보다도 맵고 가슴 텁텁하였다. 혹시 누가 다시 갔다 놓을까? 하는 막연한 기다림으로, 오랫동안 마당을 쳐다본다.

이 십 여 년 전 천안에서 근무할 때, 서북부지역에서는 소도둑이 극성을 부렸다. 지금처럼 적외선 감지기나 CCTV가 없던 시절이었다. 밤마다 소가 잃어 버렸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심야에 차를 대고 소 우리 밑동을 조금 뜯어내고 실어가면 그만이었다. 당시에 천안, 아산 서북부권, 성환, 직산, 둔포 등지에는 축사가 유독 많이 있었다.

소 한 마리면 1년 치 대학 등록금, 농촌에서는 소 한 마리의 가치는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정든 가족이 아니었던가? 소고기가 귀하고 비쌀 때라 대부분의 축사는 범죄꾼의 표적이 되었다. 심야에 절취한 소는 새벽에 도축되어 고기로 유통 되어 버리니 수사의 단서를 찾기도 힘들었다. 며칠 동안 잠복과 탐문 수사 끝에 소 전문 절도범들을 검거 할 수 있었다. 전국을 종횡무진 하는 기동화되고 광역화된 전문 절도범들이었다.

가을이 한창이다. 빠른 계절의 변화 속에 하늘은 가을로 가득차 있다. 하늘의 천정안에 비춰진 들판에는 가을 잔치가 한창이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로 풍년이라고 말한다. 충남경찰청이 위치한 예산 내포 들판에는 벼농사 작황도 좋고 사과와 배도 풍년이다. 내포 주변에 500 여가구 축사에는 25만 마리 축산업도 활발하다고 한다.

경찰에서는 절도예방에 노력 하지만 농가별로 피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방범 보안체계가 허술한 농축산물 절도가 특히 가을철에 표적이 되고 있다. 인삼이나 산삼 경작지에는 수년간 재배한 삼을 심야에 대규모로 뽑아 가는 사례도 있다. 농산물은 쉽게 현금화할 수 있고 방범이 취약하다 보니 도둑들이 노린다.

영농조합이나 규모가 큰 농산물 생산 단지에는 튼튼한 울타리와 자체 방범 시스템 등 절도예방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피해 사례가 적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나 독거노인이 어렵게 수확한 농산물이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 쉽다. 순박한 마음으로 농산물을 편안 장소에 놓아두기 때문에 쉽게 도난당하기도 한다. 농축산물은 어떤 것이든 정성과 마음을 다하였기에 모두가 소중하다. 

예로부터 서리라고 하여 들판에 과일이나 먹거리에 대한 절취는 있을 수 있는 낭만으로 생각되던 때도 있었다. 보릿고개와 먹거리가 귀한 시절, 부뚜막에는 밥을 한 사발씩 넣어 두고 누구든지 배고픈 사람이 와서 먹어도 된다는 따뜻한 정이 흐르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지리산 자락 시골에는 빨간 홍시, 밤이나 도토리를 새들의 먹이를 위해 일부러 남겨둔 다고 하는데 이것은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 아닌가? 이젠 농촌에서 수확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절취행위는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도시민들에게는 은연중에 있다면 잘못된 생각이고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충남경찰은 마늘, 양파와 인삼, 고추 등 지역 특산물의 재배지와 농산물 보관창고 등에 대해 방범진단을 실시하고 적극적으로 예방 활동을 한다. 농산물 보관창고에 대한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하고 농축산물 특별 순찰구역 지정, 주요 도로 목이나 마을 입구에는 CCTV를 설치하여 범죄예방과 사후 검거를 용이하게 한다. 수상한 외지인의 차량번호를 기록해 놓거나 마을이 단체로 비게 될 경우에는 경찰서에 예약순찰과 마을 방송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마을 이장단을 중심으로 정례적인 대책 간담회나 자율방범대, 새마을회, 부녀회, 노인회등 마을별 부락단위 단체에 농산물 절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신고체제를 당부한다.

농축산농가와 경찰의 협력적인 예방활동이 더욱 필요하다. 협력과 관심, 그리고 과학적인 장비를 통해 범죄는 반드시 단죄되고, 범인은 반드시 검거된다는 믿음을 주도록 적극적인 예방, 검거 활동이 필요하다.

오늘은 제 68 돌을 맞이하는 경찰의 날이다. 조국 광복과 함께 태어난 충남경찰이 내포로 이전한 새로운 치안환경에서 보다 더 정성을 다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혼신을 다하고자 한다. 내포시대에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충남경찰은 보다 더 도민속에 다가가 도민들을 친구처럼 가족처럼 섬기고 살피는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 새로운 새 희망 국민행복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더욱 도약 하도록 경찰의 사명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68년 동안 한 마음으로 충남경찰을 성원해 주신 충남도민, 세종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6. 25 전쟁과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속에 민주화와 고도성장과정의 그늘 속에서 어려움과 잘못도 있었겠지만, 한결같이 굳건한 법질서 속에 안전과 행복이라는 선물을 국민들께 준비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경찰관들에게 박수를 보내 주시면 어떨는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믿음과 칭찬, 배려와 존중, 신뢰와 원칙, 법치와 질서라는 사회 자본은 모든 사람이 날마다 삶속에서 가꿔 가면 더욱 커진다는 생각이다.

<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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