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나그네에 시원한 바람을...
힘겨운 나그네에 시원한 바람을...
  • 심은석
  • 승인 2013.10.07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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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칼럼]사람향기 나는 갈등 없는 평온한 사회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결실의 계절인 시월이다. 하늘은 높고 금방이라도 파란물이 쏟아질 듯하다. 노란 벼이삭이 바람에 살랑댄다. 들녘에는 익어가는 오곡백과의 잔치가 즐겁다.

내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충남경찰에도 용봉산자락에서 피어나는 안개꽃이 상서로운 기운으로 피어난다. 전국에서 가을의 향연을 즐기는 축제가 한창이다. 서울 국제 불꽃축제, 백제문화제, 대전의 와인페스티발, 천안의 흥타령축제. 영평사 구절초 축제, 모두가 흥겨운 잔치다.
사람들은 잔치를 통해 만나고 정을 나누고 삶을 즐기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이 좋은 날,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단풍이 물드는 숲속을 지나 맑은 계곡물에 발도 담가보고 지친 심신을 치유하면 어떠한가?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는 끊임없이 갈등과 다툼이 있다. 이 시간 밀양에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외부단체의 반대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한전은 밀양 송전탑건설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처음에는 대화 모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행 모드로 바뀐다.

한전 측은 협상이 어렵다고 보고 2008년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규모 반대 집회에 직면하자 공사를 중단하고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2011년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밀양군내 5개면은 보상안에 합의했지만 4개면은 백지화나 지중화를 굽히지 않았다. 그해 칠순노인의 자살 등 파행을 겪다가 금년도에 최종보상안을 마련하고 총리의 현장방문 등 주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반대 주민들이 거부했고 극렬한 반대시위 와중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식회의 77회, 비공식회의 1500여회, 공사 재개와 중단 11차례, 초기에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백억의 보상을 쏟아 부어도 갈등은 좀처럼 치유 되지 않는다. 전국의 송전탑이 지나는 모든 지역에는 밀양의 갈등사례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금년도 무더위 속에서 공공기관의 강제 절전 등 전 국민의 협조로 힘겹게 전력 위기를 이겨냈다. 밀양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신 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자에게 송전하지 않으면 생산된 전기는 무용지물 될 수 있다. 전기는 생산하면 저장할 수 없는 에너지다. 전기사용이 적은 심야전기가 싼 이유다.

전기는 컨테이너나 화물차로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니고 선로를 통해 보내준다. 선로가 없으면 필요한 수요자는 전기라는 에너지를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경제 규모 8위의 선진 대국이 되기까지에는 외국보다 싼 전기의 생산과 공급에 있었다고 한다. 전기가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현대 도시화된 생활의 대부분이 암흑천지가 된다. 정부 기능이나 산업현장이 마비될 수 있다. 기초적인 생존도 힘들어지는 상황에 직면 할 수 있다.

엊그제 전경련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에서 국내 연간 사회갈등 비용이 82조∼246조원이라고 추산하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번째로 심각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주제발표를 한 박모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OECD 국가중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2010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 정부효과성 지수, 지니계수 변수로 측정한 사회갈등지수는 한국은 0.72로 터키(1.27)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덴마크가 0.25로 가장 낮았고 독일 0.35, 영국·일본 0.41, 프랑스 0.43, 미국 0.47, 이탈리아 0.58 라고 한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지더라도 1인당 GDP가 1.8∼5.4% 높아지고, OECD 평균수준(0.44)으로만 개선되더라도 7∼21%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 사는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과 다툼이 있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정이 해체되기도 한다. 가정과 조직과 지역사회의 갈등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충남, 세종지역에도 크고 작은 갈등과 집단민원이 산재해 있다. 노사문제, 혐오시설 설치, 환경오염, 생존권 등 이슈와 갈등의 양상도 다양하다. 현장에서 가장 극단의 갈등 당사자사이에서 경찰은 조정과 타협, 법질서와 공공이익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한다. 어느 곳이고 조정과 설득을 하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이솝우화에는 바람과 태양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표현하고 있다. 날마다 누가 더 힘이 센지 언쟁이 붙었고, 사사건건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웠다. 어느 날, 둘은 언쟁 끝에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더 빨리 벗기느냐로 강한 자를 정하기로 했다.

먼저 바람이 나섰다. 차고 강한 바람을 나그네에게 뿜어내 그 기세로 행인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바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나그네는 외투가 벗겨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겉옷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태양의 차례였다. 태양은 따뜻한 햇살을 나그네에게 비추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나그네는 입고 있던 겉옷을 스스로 벗었다 자신만만했던 바람은 얼굴이 빨개져 도망갔다.

바람은 "태양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태양에게 졌어, 나는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양쪽을 중재하던 신은 말했다. 난 네가 태양보다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 그것은 아마도 태양과는 전혀 다른 일이겠지?" 그 질문에 바람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힘겹게 걸어가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어 주었다.

서로가 갈등과 다툼으로 소모하기보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으로 다툼을 조정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상생과 윈윈의 전략이 갈등조정에는 적용 되어야 한다. 갈등 조정과 해결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조기 해결하여 비용을 줄이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

 
밀양의 사태가 무려 8년 동안 끌어 왔지만 결국 갈등을 제대로 해소 하지 못하고 폭력과 불법행위가 이어졌고 비용을 증가 시켰다. 경찰은 사람들의 갈등과 다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안전하고 평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는 밀양에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현장 주민들과 관계없는 외부인들이 개입하지 말기를 바란다. 밀양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가 상생하는 갈등 해소 사례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몇 년 전 부산 천성산 도룡뇽 살린다는 갈등 사례에서 수년간의 소송과 KTX구간의 공사중단으로 수천억원의 혈세가 낭비 되었지만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금 그곳에 도룡뇽이 지천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보도다. 공공선, 공동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법치 질서를 만들고, 자유 민주적 시장경제를 제대로 작동 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며 경찰의 사명이라는 생각이다. 갈등의 현장에서 진지하게 듣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비젼을 공유 하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접점을 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초기에 진화되지 않은 갈등은 점점 커지고 치유 불가능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더 크게 도약하느냐, 주저 않느냐의 문제도 어떻게 갈등을 조정,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는 생각이다. 충남경찰은 지난 주에 이사를 모두 마치고 활기차고 새로운 100년의 내포 시대를 맞는다. 처음처럼 충남경찰의 새로운 여정에 한결같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 드린다.<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역임하고 현재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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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2013-10-12 02:18:43
환한미소에 좋은글 세종시가 행복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