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 강신갑
  • 승인 2013.10.02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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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인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너를 사랑한다고 입으론 말하지만
        그만큼 받아주지 못하네 

         내가 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꽃을 좋아한다고 환하게 반기지만
        그만큼 놔두지 못하네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너를 나처럼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꽃을 나처럼 좋아하지 못하네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너를 담아둘 자리가 없고
        내가 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꽃몸 잘라 꽃병에 세워 놓았네

   

 

[시작노트]
꽃이 아름다워 꺾어다 화병에 꽂았습니다.
잠자리가 예뻐서 잡아다 방안에 놓았습니다.
산새가 귀여워 몰아다 새장에 넣었습니다.
날마다 꽃을 아끼고 잠자리를 좋아하고
산새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자유로운 다른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다른 잠자리가 더 예뻐 보이고
다른 산새가 더 귀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갇힌 꽃은 시들고
잠자리는 바닥에 눕고
산새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대 지금 어느 하늘을 날고 있나요?
마음껏 날갯짓하세요.
순수 그대로의 열린 둥지 되고자
여기 이렇게 손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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