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하는 경찰상을 꿈꾸었는데 ...
하품하는 경찰상을 꿈꾸었는데 ...
  • 심은석
  • 승인 2013.09.29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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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칼럼]내포로 이전하는 충남경찰의 새로운 여정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9월의 끝 날 이다. 온 종일 가을비가 내린다. 초록에 지쳐가는 나뭇잎들이 부르르 몸을 떤다. 가을비는 나무를 훔뻑 적시고 나도 젖는다. 허전한 마음에 빗물이 흐른다. 이삿짐이 충남경찰청사에 가득하다. 오늘부터 5일까지 충남경찰청의 모든 인력, 장비와 통신, 문서가 홍성과 예산의 경계인 내포에 있는 현대식으로 멋진 신청사로 이전한다.

지난 1988년 충남경찰청에서 첫 근무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5년여의 타지 근무 외에는 20여년을 충남경찰청에서 충남, 대전 시민과 함께 근무했다. 실어갈 물건을 정리하다가 정이 듬뿍 들어 버린 현관 앞 수목사이 벤치에 앉아본다. 42년간 선배, 동료들이 내 집보다 더 아꼈던 옛 청사를 바라본다.

아직 튼튼한 건물은 대전 중부경찰서에서 인수해서 활용한다고 한다. 한 백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전 시내에 나올 때나 은행동이나 대전역에 지날 때 마다 쳐다 볼 수 있도록 오래도록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충남경찰은 조국 광복과 함께 태어나 68년의 긴 세월을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속에서 함께했다. 주민의 사랑과 성원속에 선진 법질서의 기틀 속에서 안전하고 평온한 치안임무를 수행했다. 그동안 치안현장에서 888명의 선배, 동료들이 순직했다.

오대양 사건,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사건, 부여 간첩사건 등 꼬리를 문 사건속에서 도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공주박물관 국보 도난, 연쇄 성폭행범 사건, 집단 밀입국 사건등 도민의 신고와 협조 속에 수사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점검했던 것이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신청사의 쾌적함과 안락함 보다는 옛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만났다가 헤어진다. 머물렀다가 떠난다. 건물은 지어졌다가 헐리기도 한다. 나무는 심어졌다가 베어지기도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 않은가? 다만 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와 아련한 발자국이 남지 않는가?

그동안 대전에 위치한 충남경찰청을 성원해 주신 대전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충남도민들의 생활현장 속에서 충남도민의 품속에서 충남경찰은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이다. 새로운 100년의 큰 꿈을 안고 충남의 바람이 부는 들녘에서 도민의 바램속에서 도민들과 함께 달려 갈 것이다.

26년째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늘 하품하는 경찰을 꿈꾸었다. 한낮 오후의 나른함처럼 조용하고 평온하여 경찰관이 필요 없는 세상을 생각했다. 가끔 보이는 경찰관들은 하품이나 하면서 가끔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만 하는 경찰을 꿈꾸었다.

법질서와 법치, 사법 정의라는 거시적인 목표보다는 사랑과 봉사, 모든 주민들을 진심으로 섬기고 업무처리는 따뜻함과 인간미가 가득한 경찰을 꿈꾸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무엇을 도와야 할지 늘 고민하는 경찰관들이 하품이나 하면서 여유로운 경찰을 꿈꾸었다.

도시의 휘황한 불빛 그림자 속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경찰을 꿈꿨다. 여유롭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경찰들이 여기저기 구석구석 세상을 밝힐 때 세상은 더 없이 평온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가끔 30만km 상공에 있는 아리랑 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을 본다. 귀한 위성사진이라 내 소중한 보물이다. 둥그런 지구가 초록과 주황색은 육지는 파란색은 바다로 나타난다. 태풍이 치면 흰 구름이 소용돌이칠 때 찍은 사진은 무척 아름다운 사진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한반도는 한 점 표시 되어 있다. 충남경찰이 이전하는 내포도 한반도 작은 점에서 아주 작게 표시되어 있다. 물리적인 거리야 이리 가까운데 다만 마음의 거리가 문제 아니겠는가?

   내달 5일까지 이사를 가는 내포 충남경찰청사 건물
충남경찰이 둥지를 트는 예산, 홍성의 언저리인 내포에서는 충남경찰, 어서 오라고 환영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고맙고 따뜻한 문구다. 이제 새로운 주민들의 충남경찰에 대한 사랑에 대답해야 한다. 정성을 다하는 내포 시민들의 환영에 대답해야 한다. 누구든지 이사 오는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환영의 눈빛이 낯선 곳의 걱정을 잠재운다. 그리고 다시 어우러지는 살맛나는 공동체가 된다. 내포신도시가 충남경찰의 이전에 발맞추어 도시 기반이 조성되고 정착 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함께 해 주신 대전 시민께 감사드리고 이제 충남도민의 품속에서 새로운 100년의 꿈을 충남경찰이 함께 하련다. 특히 세종시민들께도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떠나는 것은 여백을 남기는 것, 아쉬움도 욕심인 것을... 새로운 멋진 출발을 다짐해 본다.<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재직한 후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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