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원도심 재생, 골목길 재생협의회가 시작이었다
공주 원도심 재생, 골목길 재생협의회가 시작이었다
  • 송두범
  • 승인 2024.04.1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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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 골목길 재생협의회는 주민 주도 도시재생 마중물
주민자조조직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불참은 아쉬운 대목
빈집갤러리(2014)

공주도심은 좁은 골목길이 씨줄날줄로 연결된 이면 가로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골목은 과거 주민들의 생활, 놀이, 소통, 통학의 공간으로 기능해 왔으나, 주거환경개선사업, 골목길 확장 등과 같은 도시공간구조 개선에 따라 상당부분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시민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 골목은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시작된 ‘공주고도육성아카데미’ 심화반 지역사회개발분과에서 수강생들의 주도로 공주 도심골목길을 걸어보면서 도심골목길의 실태, 역사문화자원의 분포, 골목길과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게 되었고 아카데미 수료식장 및 고도육성포럼에서 발표하게 된다.

2013년에는 제민천변 직조공장을 활용한 음식점, 폐가를 리모델링한 차 문화 공간이 중심이 되어 골목가꾸기 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공주시에서는 “주민참여 행복한 마을디자인 사업”과 연계하여 시민, 농협직원, 공무원, 전문가 등의 참여로 공주시 중동에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사업’을 조성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골목길 재생을 위한 자생적 주민조직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되었고, 2013년 10월 11일 중학동 주민센터에서 2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주골목길재생협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협의회 설립 이후 2013년 10월부터 2014년 2월 까지는 공주도심 골목길 현장답사와 타 도시 골목길 벤치마킹을 추진하였다.

공주 도심 골목길 현장답사는 공주시에 거주하면서도 골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회원들로 하여금 공주 도심 골목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골목이야 말로 도시재생을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회원들은 협의회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 중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공주도심 골목길 지도제작을 위해 워크숍과 특강을 개최하였다. 팀별로 나누어 제작한 골목길 지도 작성상황을 발표하였으며, 골목길 사진전 계획에도 합의하였다.

특히, 공주도심 골목길사진전에서 회원들은 그동안 공주도심 골목을 답사하면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공주시 소재 작가들의 공예, 도자기 등을 빈집갤러리를 중심으로 전시하고,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벽면을 활용하여 사진을 전시하며, 호서극장 뒤편 골목에서는 수제영화간판 제작을 시연(공산성의 결투)하는 컨셉을 만들었다. 초청장 및 포스터, 걸개그림, 전시회 안내판, 개막식준비 등 모든 것이 회원들의 손으로 만들었다.

골목사진전 테이프커팅(2014)<br>
골목사진전 테이프커팅(2014)

빈집갤러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폐가에 청소는 물론 전기까지 인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들이 직접 청소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전기 또한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해결하였다. 전시회에 사용한 사진 역시 회원들이 직접 인화하여 전시컨셉을 정해 디자인 및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 없이도 회원들은 자신이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고, 밤을 새워가면서 사진전에 필요한 컨텐츠를 제작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하였다. 사진전 당일 ‘루치아의 뜰’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이준원 공주시장, 나태주 공주문화원장 등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주민주도의 사진전을 축하하였다.

주민주도의 골목길 사진전은 사진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지 않은 재원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독려하지만, 주민참여가 일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주도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쉽지 않은 주민참여 환경 하에서 “공주도심골목길재생협의회”는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한 존재였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공주도심골목길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고, 골목길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주민스스로 골목길의 변화방향을 설정한 다음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는 주체형성을 위한 학습을 해왔기 때문이다.

협의회 회원들이 비록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골목길 답사, 골목길조성사업, 골목길 지도그리기, 골목길 포럼, 골목길 사진전을 통해 개인적 관심은 점차 골목의 재생, 도시의 재생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의식을 공유하게 되었고, 이 과정은 경험학습을 통해 강화되어 갔다. 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균형발전사업 선정과정에 협의회가 참여하여 ‘하숙마을’조성사업을 위한 사업비를 확보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하숙마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하였다는 실질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호서극장 수제영화간판 시연(2014)

공주시 도시재생사업은 주거환경정비사업에서 출발하여 상권활성화사업, 고도육성사업, 도시재생선도사업(2014-2018), 도시재생뉴딜사업(2018-2024) 등의 정부지원사업으로 진행해 왔다. 이와 같은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점시설 등 도심기반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설치한 시설의 지속가능한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다.

‘공주도심골목길재생협의회’의 활동은 불편한 존재였던 골목이 소중한 자산으로 오래 보전되어야 할 존재이며, 활용여하에 따라서는 주민공동체 형성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골목길재생협의회에 참여해왔던 시민들이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주민자조조직인‘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한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전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이메일 : songd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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