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에는 '단곡밥', 부드럽고 찰기있어 요리 시 모양 유지해
스시에는 '단곡밥', 부드럽고 찰기있어 요리 시 모양 유지해
  • 유태희
  • 승인 2024.02.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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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태희 세종시 문화분야 특보 ... 스시용 쌀밥에 대하여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모든 음식의 재료 속에는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 케첩과 레몬을 곁들인 굴로 만든 오르되브르와 김밥을 입에 넣는 순간에도 역사 속 여러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온수지에서 굴을 양식하던 장면이나 굴 요리용 오이스터 포크가 만들어진 이유와 전라도 특산물이었던 김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신대륙에서 온 토마토가 중국이 기원인 발효 소스 케첩과 만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할 수도 있고, 인도 북동부가 원산지인 레몬과 홍차가 유럽에 전해진 경로를 추측해 볼 수도 있다.

1930년 3월 7일자, 동아일보의 「부인의 알아둘 봄철 요리법(2)」을 살펴보자. 창경원에 꽃구경을 가더라도 점심때는 되고 식당을 들어가면 양은 적고 비싸서 여간 불경제가 아닙니다. 집에서 준비하여 가지고 가면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 샌도위치 : 빵집에서 기계로 썰어달라고 하면 편합니다. 집에서 썰어도 좋습니다. 한편에 버터를 바르고 이편에 속을 넣습니다. 속으로 야채 산도위치, 쨤 산도위치, 계란 산도위치가 있는데 쨤으로는 딸기, 사과, 포도, 살구쨤이 있습니다.

◇쌈밥(스시)로 김쌈밥(노리마기스시)가 있습니다. 재료는 아사구사노리라고 하는 두꺼운 일본김으로, 조선김으로 쓰려면 두 장을 씁니다. 밥이 뜸이 들만 하면 따로 그릇에 퍼고, 식초 한홉, 설탕 2숟갈, 소금 1숟갈, 아지노모토 1숟갈을 섞어 밥에다 비빕니다. 이것이 스시밥 짓는 것입니다. 

표고를 물에 불려 간하고, 계란은 지단을 부치며, 덴부라고 하는 도미살을 분홍색으로 물들인 것을 준비합니다. 발 위에 김을 놓고 김 가운데 계란, 표고, 덴부를 놓고 말아갑니다. 만 것을 칼로 벱니다. 일본 빨간 장아찌를 잘게 썰어 같이 먹습니다.

이 기사를 토대로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에는 상당히 비쌌을 빵, 버터, 쨈 등과 아사구사노리라고 하는 일본김, 표고버섯, 덴부 등을 재료로 언급한 부분이다. 

이 제조법은 분명히 중상층을 겨냥한 것이다. 하기야 어떻게 가난한 가정에서 신문을 보았을까? 그러니 당연히 중상층을 위한 도시락 요리법이고 여기에 김쌈밥이 들어있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밥에 식초로 간을 한 부분이다. 스시의 한 종류로 김쌈밥을 만들었기 때문에 밥에 식초가 들어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시는 생선과 와사비, 그리고 김과 쌀밥의 조합이다. 그러나 맛의 대중은 쌀밥과 생선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밥은 어떤 쌀로 하는 것일까? 쌀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단곡, 중곡, 장곡으로 분류된다. 단곡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쌀로 주로 자포니카 쌀이다. 중곡은 칼로스 쌀과 같이 길이가 중간인 쌀이다. 장곡밥은 태국에서 먹는 쌀처럼 길고 가느다란 인디카 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스시에는 단곡밥이 가장 적합하다. 그 이유는 부드럽고 찰기가 있으며 요리할 때 모양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씹을수록 맛이 좋아지고 단맛도 있기 때문이다. 칼로스 쌀과 같은 중곡 쌀은 주로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곳의 고지대나 건조한 곳에서 재배된다. 

선택적 육종을 통해 중곡밥은 조리하면 윤기가 있기도 하여 스시의 초밥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반면 인디카처럼 긴곡물밥은 찰기가 없어 초밥에는 쓸 수가 없다.

스시의 초밥에 사용되는 쌀 종류는 사사니시키, 하쓰시모, 고시히카리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고시히카리는 밀도가 높아 끈적끈적하며 조리할 때 통통하고 광택이 좋다. 이러한 품질과 맛은 스시를 만드는 요리사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성을 얻었으니 고시히카리를 소개해 본다.

고시히카리의 ‘고시’는 일본 후쿠이현의 옛 이름인 에치젠(越前町)의 첫 글자이자, 니가타현의 옛 이름인 ‘에치고(越高)’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히카리는 ‘빛’을 의미하며 니카타 농업의 미래가 찬란한 빛처럼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고시히카리가 인기가 있는 비결은 모든 종류의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맛이며 부드럽고 찰기가 있으며 달콤하고 풍부한 향기 있기 때문이다. 쌀은 수확 후 3개월까지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것은 어느 식품과도 동일한 기준인 신선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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