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전발 0시 50분, 그리고 뜨끈한 '가락국수'"
"아~ 대전발 0시 50분, 그리고 뜨끈한 '가락국수'"
  • 전재홍
  • 승인 2024.02.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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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홍칼럼] 아련한 추억 서려 있는 곳, 대전역에 얽힌 역사
급수탑 사진은 말해준다… 한국의 철도급수탑, 대전역급수탑
저녁 무렵, 대전역에 진입하는 열차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직원. ⓒ1997년 필자 촬영

증기의 힘으로 이동하는 기관차의 급수를 목적으로 세워진 철도급수탑은 역사(驛舍)간 거리를 고려해 일제강점기 전국에 세워졌다. 그러나 증기보다 효율적인 디젤 기관차의 등장으로, 1967년 8월 31일 증기기관차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대전역 구내에서 야간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1997년 필자 촬영.<br>
지금은 사라진 대전역급수탑. ⓒ2008년 필자 촬영
일식목조와 서양식이 결합되어 건축된 대전역. 1918년에 세워진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한국전쟁 시 폭격의 희생물이 된다.

일본의 대륙침략 일환으로 식민지 조선에 근대기 첨단 교통시설인 경인선 철도가 놓였고, 고속화된 경부선이 1905년에 완성된다. 

이후 일본은 꿈에도 그리던 중국대륙과 러시아, 유럽을 잇는 노선을 갖추게 된다.

도쿄역을 출발한 제국국민들은 시모노세키에서 관부페리를 타고 부산역을 거쳐 경성역 2층 그릴에서 우아한 성찬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대전역급수탑 내부. 보일러 배관이 탑 상부 저장시설과 연결되어 있다. ⓒ2008년 필자 촬영
 대전역급수탑 내부에서 본 출입구와 보일러 배관. ⓒ2008년 필자 촬영
대전역 석탄 공급시설. 기차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진입해 상부로부터 석탄을 공급받는 시설. ⓒ2008년 필자 촬영

일제의 대륙 침략과 맞물려 한반도에 설치된 철도급수탑은 현재 20개 지역에 남아 있다.

현존하는 급수탑은 대부분 원통형이고 추풍령역급수탑은 사각형이다.

수원역에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원통형 급수탑이 있는데 높은 것은 경부선용으로, 낮은 것은 수인선 협궤열차용으로 각각 사용됐다.

대전역 구내에서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비둘기호 열차. ⓒ1997년 필자 촬영
대전역 구내에 진입하는 무궁화호열차. ⓒ1997년 필자 촬영

경부선 대전역은 1905년 역무를 시작했는데 1912년 3월에는 호남선이 개통되어 분기역 업무를 더했다.

그러다 여객열차 업무가 2013년 중지되며 100년간 이어진 호남선 업무가 종료되었다.

1920년 5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지하도를 설치해 승객들은 안전하게 플랫폼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대전역 구내에서 야간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1997년 필자 촬영

초기의 대전역사(驛舍) 사진은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나마 일식 목조양식과 서양식으로 1918년 준공된 대전역의 일제기 엽서사진이 전해진다.

외관은 1915년 개축해서 준공한 대구역사와 닮아 대구역 설계도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전역은 한국전쟁의 폭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대파되는 불운을 겪는다.

대전과 천안을 오가는 완행열차, 비둘기호를 탄 어린이와 엄마. ⓒ1997년 필자 촬영
대전역 명물 가락국수. 필자 기억에 의하면 승객들이 빠른 시간에 뚝딱 먹을 수 있도록 국물의 온도가 미지근했다. ⓒ1997년 필자 촬영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전역 명물은 ‘가락국수’와 대중가요 ‘대전 부르스’이다. ‘대전 부르스’는 조용필이 1983년 리메이크해서 더더욱 유명해졌다. 1959년 당시 대전역은 경부선뿐만이 아니라 호남선, 전라선 시발역으로 플랫폼이 항상 붐볐다. 급행열차 통과를 위해 완행열차가 10여 분 정차하는 동안에 촐촐해진 승객들이 내려 가락국수를 많이 먹었다.

전후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1958년 12월 28일 콘크리트 구조로 신축, 준공된 3층 1,671㎡ 규모의 대전역. 이 역사(驛舍)도 역사(歷史)속으로 사라지고 KTX역이 신축되어 오늘에 이른다.
대전부루스 LP. 안정애가 1956년 발표한 대전부루스는 이후 김추자, 조용필이 불러 널리 알려졌고, 2023년에는 대전0시축제를 기념해 코요태가 커버했다.

 

전재홍, 상명대대학원 사진학과 졸업(석사), 한남대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박사), 조선일보 기자, 대전일보 사진부장, 중부대 사진영상과,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겸임교수, 2024 대전국제사진축제 총감독, 이메일 : doc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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