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없이 질문하는 말 "어떻게 생각하나요"
포기없이 질문하는 말 "어떻게 생각하나요"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2.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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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나원 전의초 교사, "학생과 교류하는 이웃이 되고 싶어"
모든 학생들이 사고의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는 생각자람수업 만들기
이나원 전의초 교사
이나원 전의초 교사

수업 시간에 교사인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은 우리반 학생들을 곤란하게 하는 질문이다.

또한 ‘생각이란 걸 하지않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인 나 역시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 질문을 포기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려면, 먼저 자기 나름의 처음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흥미 유발을 위해 학습과제와 학생들의 경험을 연결짓고, 생각 거리를 위해 탐색 자료를 제공하거나,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이나 기법을 고민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내가 고민하는 만큼 자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래도 나는 시간을 내어, 모든 학생들에게, 혼자 힘으로, ‘자기 나름의 생각’ 갖기를 책임지운다.

정답일 수도 있고, 오답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자기 나름의 생각’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학생들을 수업에 끌어들이는 바탕이 된다.

학생은 교사로부터 배운다지만 그보다 더 많이 이웃으로부터 배운다. 나는 학생 상호간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교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 시켜나간다.

건○) 나는 땅이라고 생각해.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 땅이기 때문이야.

지난 해 전의예술제 장면

혜○) 나는 지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해.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이면 지나가는 길이잖아.

예○) 어떤 일을 하는 도중이라고 생각해. 이유는 할아버지 집에 가는 도중이라고 말을 바꿀 수 있어.

종○) 나도 땅에 있는 그냥 길. 다른 말로 바꿀게 없기 때문이야.

혜○) 그래서 우리 모둠 생각은 뭐로 할래?

예○) 도중아닐까? 할아버지 집에 가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잖아.

종○) 길에서 있었던 일이잖아. 땅위에 나 있는 길에서 있던 일이니까 땅 위의 길로 하자.

학생들은 같거나 틀리거나 상관없이 모둠 안에서 모두가 처음 생각을 동등하게 표현하도록 요구받는다. 그 후 다양한 방식으로 모둠 전체의 생각을 모으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처음에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또 모둠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 속에서 생각은 보다 정교화 되고 다듬어 진다.

다음에 이어지는 학급 나누기에서의 발표자 무작위 선정은 모둠의 생각을 공유토록 하는 또 다른 구조로 작용한다.

 마지막 발표였으며, 다른 모둠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중간, 도중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혜○) 우리 모둠의 생각은 땅위에 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자리에 앉기)

예○) 봐라. 내 말이 맞잖아.

혜○) 그러네. 미안.

종○) 괜찮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

학급 나누기에서 모둠원은 자기의 생각이 아닌 모둠의 생각을 발표할 공적인 책임을 가진다. 학급 전체 나누기에서 ‘혜○’는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들으면서 자기 모둠이 틀렸음을 알게 되지만, 모둠의 생각을 발표해야 하는 공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발표한다.

그 과정에서 ‘혜○’가 부끄러워하거나 다른 학생들이 ‘혜○’를 비판하지 않는다. 과제와 상관있는 말이면 어떤 말을 해도 허용되는 안전한 교실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해 온 것도 있지만, ‘혜○’의 발표는 자기만의 생각이 아닌 모둠의 생각이기 때문이 아닐까?

전의초 스포츠 버스활동 모습

교사인 내가 학습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해도, 의미 있는 탐색 자료나 생각을 촉진하는 발문을 제공하지 못해도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생각을 ‘잘 듣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생각 나눔의 결과가 교사인 내가 가르치고자 했던 지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때로는 보다 나은 지식을 구성하고 있음을 비로소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습 과제에 대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고 다른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사고의 과정이며, 모든 학생들이 그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는 수업, 그것이 생각자람수업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교사임을 내려놓고 학생들과 교류하는 이웃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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