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고가, 개인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김재식고가, 개인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2.1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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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한옥 백원기 대표, 시 등록문화재 지정 후 계획 밝혀
본인 소유 유품과 친족들이 대여한 유물 수백여 점 전시 예정
세종시 부강면 소재 '김재식 고가'가 세종시 문화재 등록으로 개인 박물관으로 탄생하게 된다. 

세종시 부강면 소재 백년 된 한옥 ‘김재식 고가(古家)’의 개인 역사 박물관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길이 열렸다.

약 1백10년 전에 지어진 김재식 고가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이 편액(扁額)을 내려준 유서 깊은 공간이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전면에 ‘ㄷ’자형으로 연결된 곳간채와 사랑채가 있고 후면에는 ‘ㅡ’자형 안채가 동일한 축선 상에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룬 전형적인 양반가옥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행랑채는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고 별채는 부강 천주교회에 기증, 한옥 집강소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세종시는 지난 달 30일 시 등록문화재 사전검토회의를 열고 김재식 고가의 역사성과 문화재로서 가치를 평가하고 세종시지정 등록문화재로 등록을 1차로 승인했다.

시보(市報)에 30일간 공고를 통해 시민의견을 접수, 이의가 없을 경우 공식적으로 등록문화재로 새로운 명소가 된다.  

세종시의 심의 결과에 따라 당초 고가를 사들여 김재식 선생의 일대기를 조망할 수 있는 개인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소유주의 구상은 빠르면 올해 안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건물에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무성리에 소재한 김재식 재실 ‘영모재’도 구입 후 이전 계획도 들어있어 김재식 고가는 세종의 또다른 볼거리로 재탄생하게 된다. 

또, 대한제국 황실의 후손이며 고종의 증손인 의친왕의 사손(嗣孫)인 이준(李準)과 협의로 왕실 유물도 함께 전시하는 구상도 있어 세종의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부지로 헐릴 뻔한 백년 된 집이 되살아나게 된 과정도 극적이다.

‘백년옥’이라는 상호로 갈비찜 전문식당이었던 이곳이 지난 2018년 아파트 부지로 건설업체에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고택의 가치를 알고 있는 부강지역 인사들이 뜻을 모아 보존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 이후 엄청나게 뛴 땅값과 건물 가격에 엄두도 못내고 있던 터에 우연하게도 당시 부강 유계화 고택을 사들여서 ‘홍판서 댁’으로 이름을 바꾸고 각종 문화행사를 이곳에서 열고 있는 청주 거주 백원기 대표와 연이 닿았다. 

멀리 보이는 부강성당 오른쪽 옆 건물이 김재식 고가(부강성당 자료)

저간의 사정을 들은 백 대표는 흔쾌히 매입을 결정하고 향후 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문화재로서 등록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개인박물관 개관도 늦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세종시로 부터 지정문화재로 1차 승인을 받자 백 대표의 구상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백원기 대표는 “개인 박물관 개관을 염두에 두고 고택과 함께 소장되어 있는 엄청난 사료와 편액을 사들였다” 며 “이번에 시 등록문화재로 승인이 나면 영모제 재실도 이 쪽으로 이전해서 세종시의 좋은 볼거리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년옥’이라고 불리웠던 이 고택은 1913년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내장원경위 김재식이 지은 집으로, 아들 3형제가 모두 학교를 설립하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스’ 집안이었다.

종2품 벼슬을 했고 어르신들의 유품이 집안 한켠에 모셔져 있을 만큼 내로라 하는 집이었다. 의친왕 이강(李堈)과 친분이 있어 의친왕이 손수 신도비명병서(神道碑銘幷序)를 지을 정도였으니 이른 바 스토리 텔링도 충분한 고택이 되고 있다. 

또, 금강의 상선과 경부선 개통이후 상업활동으로 거액을 모아 주변 토지를 매입, 만석꾼 대지주로 성장한 뒤 고향에서 금광을 개발하기도 했다.

아들 김학현은 1905년 내부(內部) 주사(主事)를 지내고, 지성전(至聖殿) 전사(典祀), 청주군 학무위원을 지냈고 1935년에는 청주군 부용면 면협의원에 뽑혔다.

세종시는 "근대기 부강지역 경제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자료이자 전국에 얼마 남지 않는 지방 대부호의 저택의 위용을 살펴 볼 수 있는 건축물"이라며 "건축연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목재가 우수해 등록문화재로 지정, 보존관리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유산 한옥을 운영하는 백원기 대표는 홍판서댁을 비롯한 청송에 등 전국에 고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홍판서 댁’은 각종 문화행사를 열어 부강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곳간 위에는 누다락이 있는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이 고택을 매입한 문화유산 한옥 백원기 대표는 김재식 가문의 유품과 후손으로 부터 빌려온 유물을 모아 이 곳에 전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벽에 걸려있던 초상화 등 각종 사진
이 고택을 매입한 문화유산 한옥 백원기 대표는 김재식 가문의 유품과 후손으로 부터 빌려온 유물을 모아 이 곳에 전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벽에 걸려 있던 초상화 등 각종 사진
집 내부에 걸려 있는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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