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사장이 문학상 수상자 됐네요"
"곰탕집 사장이 문학상 수상자 됐네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2.0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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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5회 삶의 문학상 수상자 이종인 시인, "막중한 책임감 느껴"
신학도 출신으로 시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위해 기독교정신 실천
 '삶의 문학상' 수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종인 시인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시를 더욱 성찰하고 시 창작에 진지하게 임하고저 합니다. 시인은 시인다워야 하고 시를 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곰탕집 주인이 ‘삶의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종시 어진동에서 ‘행복한 곰탕’ 집을 운영하는 이종인 시인(49)이 ‘세종시마루낭독회’와 ‘삶의 문학회’가 주최하는 ‘삶의 문학상’ 다섯 번째 수상자로 확정됐다.

이 시인은 수상소감을 ‘막중한 책임감’으로 표현하면서 “내게는 과분한 상”이라며 겸손과 함께 향후 진지한 시작 태도를 다짐했다.

‘삶의 문학회’는 지난 달 19일 세종인문학연구소에서 최종 심사를 통해 이종인 시인을 선정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번 수상작은 시집 ‘사라진 후’로 인간 중심의 사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기후재난과 생태계 위기를 경고하는 언어들로 한 권의 시집을 창작해냈다.

유신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기독교 정신을 자신의 시세계라고 밝히면서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별다른 생각없이 단순히 인정받고 싶다는 심정에 ‘문학세계’의 문학상에 응모한 것이 덜컥 뽑히면서 등단으로 이어졌다.

엉겹결의 등단은 목적성과 방향성을 잃게 했고 그래서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 자원봉사를 통해 애매했던 방향성을 찾았다.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북 정읍 태생으로 호남신학대에서 목회자의 길을 닦았다. 하지만 결국 목사 대신 곰탕집 사장이 됐다.

“신학대학원 졸업 후 목사고시는 통과했지만 안수는 받지 않았습니다. 한국 교회의 행태에 큰 실망감 때문이지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는 교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내부적으로 비판하고 올곧은 목소리를 냈지만 돌아오는 건 한계였다. 막다른 골목에서 보였던 길이 바로 외부활동이었고, 수단으로 시를 선택했다. 시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후회는 없었다.

이 시인은 세종에서 문인으로서 활동 환경을 이렇게 말했다.

세종시마루 낭독회에 참여한 이종인 시인

“문학인도 많고 모임도 많지만 활동 공간은 한정적입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입니다만 공간문제로 활동을 제약받는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세종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차질이 없었으면 합니다.”

시집 ‘사라진 후에’에서 ‘침묵’이란 시를 가장 좋아한다며 자신의 삶과 현실의 심정을 가장 잘 녹인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침묵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것이 무섭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렵고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못하는 것,

나는 침묵이 괴롭다.

지난 해부터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음식대접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종인 시인은 기후변화와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을 그린 시집을 올해 하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삶의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후 4시 세종시청 4층 세종책문화센터에서 상금 300만원 전달과 함께 있을 예정이다.

세종시마루 합동 출판기념회 모습
세종시마루 합동 출판기념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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