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간, 예술적 실천이 '한글사랑'이다
우리의 공간, 예술적 실천이 '한글사랑'이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2.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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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칼럼] 세종시가 한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
정체성 구현위해 시민들의 인식확산과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
한글을 형상화한 보람동 복컴 건물

지난 칼럼에서 ‘세종’이라는 이 지역에서 왜 한글을 사랑해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 이유가 우리의 ‘이름’이었고, 이름이 부여되면서 이 지역의 정체성이 구현된다고 언급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의 ‘문화정책’이다.

세종시에서는 한글을 사랑하기 위한 조례의 제정과 전담부서 조직, 중장기 연구수행 등을 통해 한글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고, 다양한 주체들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우리가 한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글을 사랑해야 하는 명분과 당위라 한다면, 오늘의 이야기는 시민 인식 확산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지역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이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 확산과 이에 공감하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이 공감하는 심리적 기운이 있어야만 지역의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다채로운 브랜딩·이미지 구축의 과정을 통해 정체성으로서 구현될 수 있다.

세종시에서는 한글의 사랑을 확산하기 위해 테마거리 등의 공간형 콘텐츠를 구현하였고, 공공기관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글의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한솔동에는 ‘한글을 사랑’하는 주제를 부여하여 ‘한글사랑거리’를 조성하였고, 이 거리에는 한글 간판과 한글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시민 인식의 확산을 꾀하였다.

필자도 2021년 정책연구 과제를 통해 한글사랑거리의 비전을 ‘세종시 문화 플랫폼으로서 지역 정체성 구현의 단초’역할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제안했던 거리의 조성 방향과 모습 등이 실제 정책으로는 연계되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그럼에도 한글을 테마화하고 이를 ‘거리’라는 공간에 부여함으로써 한글사랑 도시라는 시민 인식 확산을 꾀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세종시에는 많은 공공건축물에 한글의 디자인을 시킴으로써 시민 인식 확산을 꾀하였다. 반곡동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세종을 의미하는 ‘ㅅ, ㅈ’을 형상화하였으며, 보람동 광역복지센터·세종시청 야외주차장 등에서 한글을 활용하여 공공 디자인으로 구현하였다.

이처럼 지금까지 테마거리·공공 건축물 등 공간형 콘텐츠를 조성함으로써 한글도시라는 시민 인식의 확산을 꾀했다면, 다음은 한글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시민의 인식을 기대하였다. 세종시 예술인들은 한글을 활용하면서 새롭고 창의적인 예술가적 기질을 뽐내기 시작하였다.

한글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소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시각 및 공연예술에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전시회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교류함으로써 소통하였다. 더욱이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한글과 관련한 기획전시를 다수 개최하였으며, 지난 2023년에는 국립한글박물관과 연계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지역과 결합되면서 한글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고, 이들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시민들은 한글을 더욱 창의적이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세종시의 대표축제인 ‘세종축제’도 마찬가지이다. 세종축제는 한글날 전후로 열리는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이자, 지역민들의 여가와 휴식, 나아가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더불어 정체성을 구현하고자 열리는 이 세종축제에서는 늘 ‘한글’을 주요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한글을 활용한 전시와 체험, 뮤지컬과 오페라 등의 공연이 어우러지면서 한글의 시민 인식 확산의 주요한 매체로서 작동하였다.

물론 축제와 같은 문화예술에서 한글을 활용하는 것에 다양한 이견과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한글의 활용을 통해 단순 흥미를 유발하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세종시에서의 한글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저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한글도시 세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정체성 구현을 위한 시민들의 인식확산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캘리그래퍼 김순자 작가 작품
한글도시 세종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정체성 구현을 위한 시민들의 인식확산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진은 캘리그래퍼 김순자 작가 작품

이들의 활동 덕분에, 이들은 지역과 시민을 잇는 특별한 매개자가 되었고, 이를 통해 시민들은 한글을 더욱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정체성이라는 것은 탑-다운 방식으로는 절대 구현되지 못한다.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적인 활동을 진행했음에도 시민 인식과 공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유치환 시인이 얘기했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할 뿐이다.

이처럼 세종시에서는 거리에 이야기를 부여하였고, 공공기관의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 한글이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였다. 더욱이 예술가들은 예술적 실천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으며, 이는 한글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촉매로서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세종시는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로서 비전을 가지며, 문화도시 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예술인이 지역 사회에서의 의미 있는 존재로서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김순자 캘리그라피 작가님의 위의 작품처럼 문화예술을 통해 ‘한글꽃’을 피우는 그 날을 희망해본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글을 사랑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 우리의 공간과 예술적 실천이다.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영남대(석사), 국립안동대(박사),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연구교수, 세종시 세종학진흥위원회 위원, 세종시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충북 무형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 콘텐츠문화학회 편집위원장, 이메일 : jaym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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