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언제 무엇이 실(實)이고 허(虛)인가
세상사 언제 무엇이 실(實)이고 허(虛)인가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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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무칼럼] 충남 서천 시장 화재현장에서 만난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고사 맹손, 악양 이야기통해 본 실과 허...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는가

노(魯)나라 대신 맹손(孟孫)이 사냥을 나가서 새끼노루를 생포하였다. 종신인 진서파(秦西巴)에게 수레에 태워서 돌아가도록 명령하였다. 그런데 도중에 언제 따라왔는지 어미 노루가 수레의 뒤를 따라오면서 듣기에도 처량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노루는 어미가 새끼를 잃으면 반드시 죽기를 맹서(盟誓)하고 찾거나 따라잡는 극히 모정이 강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진서파는 보기가 하도 딱하여 자기 멋대로 맹손이 잡은 새끼노루를 풀어주어 어미 노루와 함께 가도록 놓아주었다. 객관에 돌아가자 맹손은 진서파를 불러 새끼노루를 가져오라 하였다. 전서파는 사실대로 말하였다.

어미 노루가 따라오며 하도 울부짖어 불쌍하여 놓아주고 말았습니다. 맹손은 진서파의 말을 듣고 설사 아무리 인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상관의 말을 어긴 진서파를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내쫓고 말았다.

진서파는 자기의 정의(情義)가 옳은 줄 알면서도 부하 된 도리를 어긴 이율배반(二律背反)의 모순에 혼자 시름을 안고 쫓겨났다. 그러나 진서파는 3개월 후에 다시 맹손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맹손은 그에게 자기 자식의 보호역을 맡게 하였다.

맹손의 측근 인사가 그것을 보고 맹손에게 물었다. 앞에서는 명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새끼노루를 놓아주었다고 내쫓아 놓고, 이번에는 다시 불러서 어린아이들의 보호역을 맡게 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맹손은 그 측근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새끼노루를 불쌍히 여길 정도라면 나의 어린것들도 틀림없이 잘 돌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람을 쓰는 묘수(妙手)를 아는 맹손의 이율배반(二律背反)의 술책은 이 경우에 매우 교훈적이다. 인정도 잘못 쓰면 때에 따라서는 손해를 보고 때에 따라서는 이득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명령도 무턱대고 충성을 다하는 것은 매우 우둔한 경우가 된다.

전국시대 위나라 문후는 중산국 왕이 잔악무도하다는 소문을 듣고 중산국을 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정벌을 맡길 마땅한 장수가 없었다. 그때 한 신하가 ‘악양’이란 인물을 천거했다. 그런 이름을 왕과 신하들은 처음 들어봤다. 설상가상으로 악양의 아들 악서가 중산국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신하들은 악양에게 중산국 토벌을 맡길 수 없다고 반대했다.

악양을 천거한 신하는 문후를 설득했다. “악서는 한때 중산국 군주의 명을 받고 아버지인 악양에게 중산국서 같이 일하자고 했지만, 악양은 아들의 간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아들에게 하루속히 벼슬을 버리고 중산국을 떠나라고 타일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위 문후는 악양을 직접 불러 검증했다.

문후는 악양에게 “중산국 토벌과 부자간의 정 둘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악양은 단호히 대답했다. “국가가 먼저입니다. 사사로운 정(情)으로 국가 대사를 그르치지 않겠습니다” 이에 문후는 그를 토벌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사태가 불리해진 중산국은 악서를 보내 아버지를 설득하게 했으나 악양은 아들을 꾸짖으며, 한 달 안에 항복하라고 일렀다. 한 달 시한을 넘기자 악양은 중산국을 공격했다. 그때 중산국에선 악서를 성문에 매달아 놓고 물러가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고 악양을 협박했다.

그러나 악양이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진격하자 악서를 끓는 물에 삶아 죽였다. 그리고 그 국물을 악양에게 보냈다. 악양은 그 국물을 앉은자리에서 전부 먹어 버렸다. 그 뒤 국을 배달해온 이에게 “식사대접 잘 받았다. 곧 너희 군주의 국도 끓여 마시겠다”는 대답까지 들려 보냈다.

결국 중산국은 악양의 군대에 정복됐다. 악양은 국가를 위해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악양은 철저한‘선공후사(先公後私)’정신으로 무장된 공직자로 갖춰야할 ‘노블리스 오블리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후(戰後) 재물의 보상은 받았으나 중용되지 않았다.

후에 문호의 무덤에서 발굴된 글에 의하면 악양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나 자기 자식에까지 냉정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라면 한 번 기용으로 족하지 오래 쓸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최근 차가운 눈발이 날리는 충남 서천 전통시장 화재현장에서 당(黨)정(政)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악수하는 모습에서 위 두 고사(故事)가 생각나 반추(反芻)해 본다. 그래 세상사 언제 무엇이 실(實)이고 허(虛)인가?

조병무,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한남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혁신창업개발원장, 전국소상공인협업화 컨설팅지원단장,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전문위원, 대전 충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회장 <저서> 허리를 굽혀야 돈을 번다, 돈버는 길목은 따로 있다. e-mail : dr11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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