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순신', 우리사회는 알고 있나요"
"영국의 '이순신', 우리사회는 알고 있나요"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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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아칼럼]영국 넬슨제독의 깃발 지령 생각케하는 대한민국 사회
"모든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 다할 것을 대한민국은 기대한다"

 

트라팔가 해전 모습

“England expects that every man will do his DUTY”

한국에 이순신이 있다면 영국에는 넬슨이 있다. 한국에 명량 대첩(1597년)이 있다면 영국에는 트라팔가 대첩(1805년)이 있다. 이순신과 넬슨 이 두 영웅은 모두 함선과 병력이 침략국에 비해 현저히 열세인 상황임에도 적을 대파하여 나라를 구하고 전장에서 전사했다. 트라팔가의 이름을 딴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 시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런던 명소로서 나폴레옹의 군대를 격퇴하고 조국을 구한 넬슨 제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트라팔가 해전이나 넬슨 제독은 모르더라도 트라팔가 광장을 아는 사람들은 상당할 것이다. 그 트라팔가 광장에 164cm의 단신으로 국가 운명을 구한 최고의 영웅으로 여겨지는 넬슨 제독의 5m 높이 석상이 있다.

영국인 폴과 결혼한 필자가 넬슨 제독과 트라팔가에 대해 들었던 것은 영국 시댁을 방문했을 때다. 시작은 영국 시어머니 로즈마리가 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부터였다. 폴과 형제들은 계절을 불문하고 시냇물이든 강이든 바다든 물만 봤다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들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곤 했기 때문에 늘 타월과 갈아입을 여분의 옷을 차 안에 비치하고 다녔다고 하셨다.

물놀이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와 면적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는 섬나라 영국이 바다를 지배하여 세계를 제패하고 엠파이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한 이야기, 그 핵심 파워였던 영국 해군 로열 네이비(Royal Navy)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연이어 “Rule! Britannia! Britannia rule the waves”(지배하라! 브리타니아! 브리타니아가 물결을 지배한다)라는 노래, 그리고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의 서막을 연 트라팔가(Trafalgar) 해전의 영웅 호레시오 넬슨 (Horatio Nelson)제독의 이야기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후 선박의 건조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었다.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제독의 유명한 H.M.S Victory호 깃발 신호<br>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제독의 유명한 H.M.S Victory호 깃발 신호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함대 33척과 3만여 병력에 대하여 영국의 넬슨 제독은 27척의 함대와 1만 7천명의 해군으로 맞서야 했다.

열세의 전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영국은 영국군 약 400명의 전사자와 약 1천 2백명의 부상자 이외에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프랑스와 스페인에게 약 4천 5백명의 전사자, 약 2천 5백명의 부상자, 약 8천명의 포로, 21척의 나포, 1척 침몰이라는 큰 피해를 입히며 대승을 거둔다.

그리고 이로써 약 126년간 계속돼 온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크고 작은 해전에 종지부가 찍혔고 바야흐로 “팍스 브리타니아”의 서막이 열렸다.

이 대격파와 대승을 이끌어 낸 넬슨 제독의 돌격 명령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아는가.

넬슨의 돌격 명령은 넬슨의 목소리로 발해진 것이 아니라 넬슨이 타고 있던 H.M.S 빅토리(Victory)호에 신호 깃발로 게양되었다. 아직도 영국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한 문장이 된 넬슨의 플래그쉽(기함) H.M.S Victory호 깃발 신호 “England expects that every man will do his DUTY.(잉글랜드는 한 명 한 명 모두가 의무를 다할 것임을 기대합니다)”이 바로 그것이다(영국은 당시 깃발을 통한 통신이나 명령에 능했다).

눈 앞에 펼쳐진 막강한 무적함대와 끝이 보이지 않는 수의 적군, 내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 사령관 넬슨 제독이 타고 있는 배에는 ‘내 나라는 내가 나의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깃발이 올라와 걸린 채 힘차게 펄럭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용맹스러운 영국의 해군 로열 네이비(Royal Navy)는 넬슨의 빅토리호 깃발 지령을 본 순간 즉각 모두가 있는 힘껏 돌격했고 적을 초토화하여 세계사에 길이 남게된 역사적인 대승을 거둔다.

영국 시어머니 로즈마리의 넬슨 제독과 트라팔가 해전, 깃발 신호 돌격 명령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필자도 대한민국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거북선 이야기를 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 영국인들의 영웅 넬슨 제독의 깃발 신호 명령은 늘 필자의 머릿속 한 곳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특히 국가와 관련한 일이 이슈화되는 경우에는 더욱 강하게 그 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리곤 했다. 요즘 들어 다시 자꾸만 넬슨의 빅토리호 깃발 신호가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저출산, 기후위기, 자살, 노령화, 경제악화 등 각종 위기로 우리나라가 유례없이 위험한 요근래, 내가 다할 것임을 내 나라가 내게 기대하고 있는 의무는 과연 무엇일까,

깃발신호로 상징화한 넬슨제독의 깃발 그림

특히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다가오는 지금, 유권자로서 내가 각기 다해야 할 의무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떤 사람을 어떻게 검증하여 선출하여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의와 공익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결국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자가 누구인가를 가장 중요시 하는, 즉 자신의 사익을 최우선시하는 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모습만이 가득한 혼탁한 선거판을 보며 내 나라 한국의 명운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보며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한국을 구해내주셨던 영웅들께서 “Republic of Korea expects that every man/woman will do his/her DUTY.(각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온전히 다할 것을 대한민국은 기대한다)”라는 신호를 애절히 보내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김한아 변호사, 세종출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46회 합격, 전) 다국적 글로벌 대기업 로레알 코리아 법무총괄임원, 현) 세종특별자치시 해외협력관, 교육국제화특구 실시계획심의위원, 인권위원 이메일 : hannah.kim.zil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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