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은 왜 과거에 열광할까
청춘들은 왜 과거에 열광할까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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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김시은 배재대 미디어 콘텐츠학과 3학년
촌스러움 대신 새로움, 신기함으로 다가오는 게 원인
미디어콘텐츠학과 3학년 김시은
미디어콘텐츠학과 3학년 김시은

“다시 여기 바닷가 이제는 말하고 싶어, 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지난여름, 어디서나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이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여름을 맞이해 제작되었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세기 초 혼성그룹을 재현해 보고자 90년대의 감성을 살린 레트로성 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하는 엄청난 화제성을 일으켰다.

이렇게 현재 콘텐츠 트렌드에서 ‘레트로’라는 장르는 중요 키워드가 되었다.

‘레트로(RETRO)’란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S’의 줄임말로, 과거의 추억과 전통을 그리워하며 다시 회상하고 흉내를 내는 행위를 말한다.

레트로는 그 당시의 감정과 향수를 상기시키며 큰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tvN에서 방영했던 신원호 피디, 이우정 작가의 레트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한민국의 80~90년대의 일상과 중요 사건들을 재현하고 해당 작품이 진행되는 시대에 유행했던 음악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추억을 면억하였다.

매 시리즈마다 꾸준하게 시청률 상승을 보였으며, 최고 시청률 19.6%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사용된 빈티지 소품들이 매진되고 복고 소품들의 매출이 급상승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기존의 레트로에서 한 스푼을 더한 뉴트로,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 숫자 2, 1000을 가리키는 Kilo의 앞 글자를 따 2000년대 세기 초라는 뜻으로 현재 MZ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ADOR 소속 걸그룹 뉴진스(NewJeans)는 뉴진스만의 레트로 감성의 콘셉트를 내세우며 기존의 케이팝 걸그룹들과 차별성을 주었다.

‘ditto’라는 뮤직비디오 또한 캠코더로 촬영함으로써 세기말 화질로 그 시절의 감성을 상기시키며 큰 인기를 누렸다. 무대의상과 같은 섬세한 부분에서도 화려한 스타일링보다 긴 생머리에 로우 라이즈 치마, 혹은 청바지를 코디함으로써 독보적인 y2k, 뉴진스만의 정체성을 드러내었다.

대중문화에게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것은 비단 영상 콘텐츠나 패션에만 제한된 건 아니다.

70주년을 자랑하는 밀가루 기업 곰표 하우스는 레트로한 콘셉트의 마케팅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자 곰표는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여 곰표의 옛 패키지 디자인의 굿즈들을 제시했고, 곰표 맥주, 팝콘, 나초 등 콜라보 아이템 출시로 곰표의 원조성과 트랜디함까지 잘 살렸다는 이미지가 더해져 곰표의 인지도는 2018년 25%에서 2020년까지 52%로 두 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였다.

1990년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빵도 레트로 열풍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SPC 삼립은 2022년,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빵을 재출시 했고, ‘띠부씰 수집’은 기성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 젊은 세대에게는 즐거운 콘텐츠로 어마어마한 관심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2022년 2분기 매출 8000억 돌파라는 신기록을 만들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1.5%, 57.5%씩 뛰었다.

레트로 마케팅은 지나갔던 과거의 기억들이 모두 미화되어 되돌아봤을 때 좋은 기억만 남는다는 심리 법칙인 므두셀라 증후군을 이용하여 기성세대에는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할 수 있는 기회로, 젊은 세대에게는 겪어본 적 없는 추억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지금의 청춘들이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장년층에게 레트로는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감성을 겨냥한다. 그러나 젊은 층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이 접하기에 레트로는 ‘옛 것의 촌스러움’이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움과 신기로움을 일으키는 장르라고 볼 수 있겠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디지털 피로감’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 속 레트로 열풍을 끝 모를 불황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울함, 갈수록 더해지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해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측면에 따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위로를 받는 형태라고 보았다.

또한 다양한 문화 자극에 대한 익숙함이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본인과 다른 스타일의 문화에도 융통성 있게 반응하고 그에 더하여 새로운 스타일과 감성으로 즐기며 문화를 수용한다고 보았다.

레트로는 방송, 영화, 패션 트렌드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문화콘텐츠의 장르 중 하나로서 평가받고 있다. 더하여 세대 간 여러 가지 갈등, 그리고 문화적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매개체로 레트로의 열풍이 큰 역할 중이다.

“그땐 그랬지”, “그때 참 좋았지” 과거를 회상하는 x세대와 과거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z세대까지 레트로에 이끌리는 이유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을 상기시키며 받는 편안함과 위로, 똑같은 일상 속에서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오는 새로움을 찾고자 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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